美 국립과학원회보에 연구논문 "동물-사람 밀집한 주거환경 우려"… 코로나와 맞물려 비상
  • 지난 2월 우한코로나 감염을 막기 위해 서울시민들이 마스크를쓰고 지하철을 이용하고 있다.ⓒ권창회 기자
    ▲ 지난 2월 우한코로나 감염을 막기 위해 서울시민들이 마스크를쓰고 지하철을 이용하고 있다.ⓒ권창회 기자
    중국에서 신종플루 바이러스(H1N1) 변종이 발견됐다는 사실이 세계적으로 비상한 관심을 끈다. 이 바이러스 변종은 대규모 사망자를 낸 1918년의 스페인독감, 2009년의 북미 신종플루와 같은 H1N1형인 것으로 확인돼 위기감을 더한다. 

    중국농업대 순홍레이 박사 등 23명으로 구성된 연구진은 지난달 29일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of the United States of America)에 바이러스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진은 이 논문에서, 유라시아 조류독감과 같은 H1N1 돼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중국에서 발견됐다고 밝혔다. G4 EA H1N1(G4)이라고 알려진 신종 바이러스는 2016년부터 중국 양돈농장에서 퍼지기 시작했고, 사람의 호흡기를 통해 자기복제한다는 것이 연구 결과다. 

    사람에게서 변종 바이러스 항체 나타나… 사람 대 사람 감염은 미확인

    연구진은 2011~18년 중국 10개 성의 돼지와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수행했다. 또 2016~18년 15개 양돈농장을 골라 농장 근로자 338명과 그 이웃 주민 230명을 대상으로 피검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농장 근로자 중 10.4%가 혈청에서 항체 양성반응이 나타났고, 이웃 주민의 4.4%가 양성으로 나타났다. 

    특이한 것은 18~35세 젊은층의 양성 반응률이 20.5%로 평균보다 높았다는 점이다. 다만 이들 항체가 사람 간 감염을 통해 형성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G4 바이러스가 팬데믹으로 발전할 필수 요소는 모두 가졌다"며 "돼지 간 감염을 통제하고 사람을 대상으로 한 감독을 시급히 강화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동물-사람 밀집한 주거환경,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 높여

    논문은 동물농장·사육시설·도축장·재래시장 인근에 수백만 명이 모여 사는 중국의 주거환경 특성 때문에 바이러스가 종 장벽을 넘어 사람에게 전염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현재 전 세계를 덮친 우한코로나 역시 이처럼 동물과 사람이 밀집한 환경특성 때문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우한코로나는 중국 남부에 서식하는 말발굽박쥐에서 바이러스가 유래해 우한의 수산물시장에서 사람에게 전파됐다는 게 최근의 연구결과다. 

    G4 바이러스의 출현은 전 세계적 관심사로 떠올랐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보건원(NIH)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논문이 발표된 바로 다음날인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 상원 청문회에 출석해 G4 바이러스 관련 평가를 내놨다. 

    파우치 소장은 이 자리에서 "G4는 1918년 스페인독감 바이러스인 H1N1의 특징인 유전체 재배열 능력이 있다"며 "서로 다른 기원의 바이러스가 재조합해 인간에게 감염될 수 있는 형태가 만들어지면 2009년처럼 또 다른 신종플루가 유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파우치 소장은 다만 "더 조사해봐야 하지만, 당장 위협은 아니다"라며 "계속 주시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파우치 "당장 위협은 아냐… 계속 주시"

    세계보건기구(WHO)도 해당 논문을 주의깊게 살펴보는 중이라고 밝혔다. 크리스턴 린드마이어 WHO 대변인은 30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연구 성과에 보조를 맞춰 각종 협력과 동물 개체군 감시 등이 중요하다"며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이 진행되는 와중에도 인플루엔자에 대한 경계와 감독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30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감염 추이를 면밀히 주시 중이라고 밝혔다. 자오 대변인은 "어떤 바이러스든 발병과 확산을 막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1차 세계대전 막바지였던 1918년 번진 스페인독감은 전 세계에서 5000만 명에 달하는 사망자를 낳았다. 2009년 멕시코에서 발생한 신종플루(돼지독감)에 따른 사망자는 15만~57만 명으로 추산된다. 1918년 스페인독감과 2009년 신종플루, 그리고 G4 바이러스는 모두 H1N1 아형을 가졌다. H1N1 감염증상으로는 열·무기력증·식욕감퇴·기침·콧물·인후통·메스꺼움·구토·설사 등이 나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