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북회담-종전선언 모두 文정권 작품"… 北 “한반도 종전선언, 관심 없다”…정의용 "신뢰 위반"
  • ▲ 2018년 3월 9일 백악관에서 북한의 대미 제안에 대해 브리핑을 하는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정원장, 조윤제 당시 주미대사. ⓒ청와대 제공.
    ▲ 2018년 3월 9일 백악관에서 북한의 대미 제안에 대해 브리핑을 하는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정원장, 조윤제 당시 주미대사. ⓒ청와대 제공.
    미북정상회담이 김정은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아닌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제안으로 이뤄진 것이었다고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폭로했다. 싱가포르 미북정상회담에서 의제로 논의된 한반도 종전선언 또한 북한은 “관심 없다”고 밝혔다고 한다.

    “정의용, 미북정상회담 자신의 제안이었다고 시인”

    볼턴 전 보좌관은 회고록 <그 일이 일어났던 방>에서 이 같은 내용을 폭로했다고 조선일보가 22일 전했다.

    지금까지 국내외에서는 2018년 3월 정 실장이 대통령 특사로 북한을 방문, 김정은으로부터 ‘미북정상회담 제안’을 받아 문 대통령에게 보고한 뒤 다시 미국으로 가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 싱가포르 미북정상회담이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회고록에 따르면, 2018년 3월 백악관을 방문한 정 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트럼프를 만나고 싶다”는 김정은의 초대(Invitation)를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 순간 이 제안을 충동적으로 받아들였다고 한다. “정 실장은 나중에야 (트럼프를 만나) 그런 초대를 하겠다고 자신이 먼저 김정은에게 제안했다는 것을 시인했다”고 볼턴 전 보좌관은 덧붙였다.
  • ▲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정상회담 뒤 선언문을 낭독하고 악수하는 김정은과 문재인 대통령. ⓒ한국사진공동기자단.
    ▲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정상회담 뒤 선언문을 낭독하고 악수하는 김정은과 문재인 대통령. ⓒ한국사진공동기자단.
    이 대목은 지난주 미국 언론이 전한 “미북 비핵화협상 자체가 한국의 창조물이었다. 미국이나 북한에 대한 진지한 전략을 검토하기보다 한국의 통일 어젠다가 반영된 것”이라는 주장이 어떻게 나오게 된 것인지 설명해 준다.

    “한반도 종전선언 또한 문재인 정권 작품 의심”

    문 대통령과 김정은이 2018년 4월27일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에서 선언했고, 같은 해 6월 싱가포르 미북정상회담에서 의제가 됐던 ‘한반도 종전선언’도 문재인 정권의 아이디어였다고 볼턴 전 보좌관은 주장했다.

    그는 “(한반도 종전선언이) 처음에는 북한의 아이디어인 줄 알았다”며 “나중에야 이것이 문재인 대통령의 통일 어젠다에서 온 것이라고 의심했다”고 주장했다. “그것(한반도 종전선언)과 관련해 북한은 문 대통령이 바라는 것으로 보며, 자신들은 신경 쓰지 않는다고 했다”며 “그런데 왜 미국이 이를 추진해야 하느냐”고 볼턴 전 보좌관은 반문했다. 미국 측이 한반도 종전선언을 원하는 것이 누구인지 알게 되면서 성사되지 않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볼턴 전 보좌관은 또한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당시 문 대통령이 “1년 내에 비핵화해달라”고 요청했고, 김정은이 여기에 동의해 공동선언에 들어가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 ▲ 2018년 9월 5일 특사로 북한을 찾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일행.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18년 9월 5일 특사로 북한을 찾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일행.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의용 “사실 크게 왜곡… 외교의 기본 위반” 비난

    볼턴 전 보좌관의 폭로가 전해지자 정 실장은 “사실을 크게 왜곡했다. 외교의 기본 원칙을 위반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정 실장은 22일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을 통해 내놓은 의견에서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 내용은) 한국과 미국, 북한 정상들 간의 협의 내용과 관련한 상황을 자신의 관점에서 본 것을 밝힌 것”이라며 “정확한 사실을 반영하지 않았다. 상당부분 사실을 크게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 실장은 이어 회고록 내용과 관련 “정부 간 상호 신뢰에 기초해 협의한 내용을 일방적으로 공개한 것”이라며 “이는 외교의 기본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볼턴 전 보좌관을 비난했다. 그는 “어제 미국 국가안보회의(NSC)에도 이 내용을 전달했다”며 “미국이 이런 위험한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볼턴 전 보좌관의 ‘처벌’이나 제재를 요구하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