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관계는 靑 안보실이 주도했는데… "北 적대행위에 적극 맞설 인물로 바꿔야" 강경론 부상
  • ▲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17일 보도한 16일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당시 모습.ⓒ뉴시스
    ▲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17일 보도한 16일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당시 모습.ⓒ뉴시스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와 9·19남북군사합의 사실상 파기 선언 등 북한의 잇단 도발로 여권에서 인적책임론이 불거진 가운데 김연철 통일부장관이 17일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대북정책을 전환하지 않는 한 인적책임론은 허상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장관은 17일 "남북관계 악화에 대해 누군가는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지금 상황에서는 분위기를 쇄신하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도 책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장관은 이날 오전 사의의 뜻을 청와대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어떤 반응을 보였느냐'는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았다. 

    여권, 통일부 집중포화… 김연철 '사의'

    김 장관의 사의 표명은 전날인 16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질타를 받은 지 하루 만에 나왔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통일부는 지금까지 대북전단 살포행위의 주무부처로서 안일하고 둔감했다. 그 어느 부처보다 활발하게 직무를 수행해야 하는 통일부가 마치 없는 부처 같다"고 비판했다. 

    윤건영 의원은 "문재인 정부 들어 탈북민단체에서 (대북전단 살포를) 12번 시도했는데 우리는 한 번만 제지했다. 이런 게 쌓이다 보니 지금에 이른 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쓴소리를 했다. 김영주 의원은 "2018년 판문점선언 이후에도 전단 살포가 계속됐음에도 통일부는 실효적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실제 대북관계는 청와대에서 조율했다. 여권에서는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등 외교·안보라인 전반을 향한 회의감이 팽배하다. 이들을 향한 불만은 우리 정부의 특사 파견을 북한이 거절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더욱 증폭됐다. 

    17일 조선중앙통신 보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15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을 특사로 파견하겠다고 제안했지만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이를 거절했다. 이에 따라 정 실장과 서 원장 등은 입지가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북한 요구를 못 들어준 게 누구인가'… 인적책임론의 실체

    문제는 이런 인적책임론이 마치 '북한의 요구를 들어주지 못한 것에 따른 책임'을 묻는 모양새가 됐다는 점이다.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은 17일 "사태의 초점은 북한이  갑자기 무례하고 오만하게 나오는 배경이 무엇인가"라며 "문재인 정부가 북한에 무슨 약속을 어떻게 해줬기에 마치 빚 독촉을 받듯 우리만 당하고 있어야 하느냐"고 지적했다.

    김 전 원장은 "책임론 자체도 북한에 약속을 못 지킨 책임을 누가 지느냐 쪽으로 이상하게 흘러간다. 하지만 이미 우리 국가가 그런 모양새를 취해왔기 때문에 어쩔수 없는 노릇"이라며 "당초 많은 전문가들이 북한이 핵을 포기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미국 등 국제사회에 의한 제재를 회피하기 위한 지렛대로 한국을 이용해먹고자 했던 것이 2018년의 평화"라며 "그런 의도에 이용당한 것 자체가 문제"라고 강조했다.  

    "북한에 무슨 약속 해줬기에… 그 약속 남발한 사람이 해명해야"

    김 전 원장은 "통일부장관은 거칠게 얘기하면 아무런 권한이 없다. 남북관계 창구 역할을 한 사람은 정의용 실장"이라며 "현재 전개되는 사태는 문재인 대통령과 정의용 실장이 직접 해명해야 할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북한이 서해상에서 기동훈련을 한다거나 휴전선 인근에서 연대급 이상의 군사훈련 등을 할 경우 즉각 맞대응할 수 있는 인사로 교체하지 않는 한 인적책임론은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목함지뢰사건의 교훈… "한미연합훈련·대북확성기 재개해야"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17일 발표한 '북한의 대남 강경 드라이브와 2015년 'DMZ 목함지뢰사건'의 교훈'이라는 분석자료에서 지금은 대북 강경책이 필요한 때임을 역설했다. 

    정 센터장은 "군사적 긴장을 높여가는 상황에서 정부가 나약하거나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절대 금물"이라며 "한미연합군사훈련과 대북확성기 방송 재개 카드 등을 가지고 북한을 압박하면서 김여정의 이번 선택이 북한에 부메랑이 되어 돌아갈 것이라는 점을 명확하게 깨닫게 해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센터장은 2015년 8월 'DMZ 목함지뢰사건'을 예로 들며 단호한 대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당시 우리 군 부사관 2명이 중상을 입었을 때 한국정부는 11년 만에 대북 확성기를 통한 심리전 방송을 재개했다"며 "이에 북한은 '준전시상태'를 선포하면서 강경대응했지만 한국정부의 단호한 태도에 결국 북한 당중앙위원회 대남비서와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접촉을 제안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