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우리 혈세 18억 파괴… 해외자산 동결, 北 요인 제3국 입국 금지 등 국제법적 조치 취해야
  • ▲ 서호 통일부 차관이 17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통일부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서 차관은 이날
    ▲ 서호 통일부 차관이 17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통일부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서 차관은 이날 "북측이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 발표를 통해 금강산 관광지구와 개성공단을 군사지역화한다고 밝힌 점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했다 ⓒ연합뉴스
    북한이 16일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에 이어 17일 9·19군사합의의 사실상 파기를 공식선언했다. 북한의 연이은 도발을 차단할 수 있는 대책을 내놔야 할 우리 정부는 '유감'과 '우려'의 뜻을 밝히는 데 그쳤다. 당장 군사보복은 어렵더라도 국제공조를 통한 압박을 비롯해 국제법상 대응조치라도 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북한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것과 관련, 주무부처인 통일부는 "응분의 책임을 묻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어떻게 책임을 물을 것인지는 하루가 지난 17일에도 밝히지 않았다. 

    연락사무소는 건설과 보수 비용으로 총 180억원의 세금이 투입된 우리나라 자산이다. 윤상현 의원이 "즉시 손해배상과 원상회복을 청구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등 대응조치를 바라는 목소리가 크지만, 정부는 별다른 방침을 내놓지 못했다.

    연락사무소 파괴, 군사합의 파기… 정부는 "유감" "우려"

    17일에는 북한 조선인민군 총참모부가 금강산관광지구와 개성공단을 군사지역화한다고 선언했는데도 정부는 '유감' '우려' 등 소극적 표현만 구사하는 데 그쳤다. 

    이날 통일부는 "금일 북측이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 발표를 통해 금강산관광지구와 개성공단을 군사지역화한다고 밝힌 점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이어 "금일 북측의 발표는 2000년 6·15남북공동성명 이전의 과거로 되돌리는 행태이며, 우리 국민의 재산권에 대한 명백한 침해"라며 "북측은 이에 대한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며, 추가적인 상황악화 조치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통일부는 16일에 이어 17일에도 '응분의 책임을 묻겠다'고 했지만, 책임 추궁의 방법과 절차는 언급하지 않았다.

    국방부 역시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한 채 구두 경고에 그쳤다. 17일 국방부는 '북한군 총참모부 대변인 발표 관련 국방부 입장'을 내고 "우리 군은 오늘 북한군 총참모부에서 그간의 남북 합의들과 2018년 '판문점선언' 및 '9·19군사합의'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각종 군사행동계획을 비준받겠다고 발표한 데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실제 행동에 옮겨질 경우 북측은 반드시 그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구두 항의 소용없어… 국제법 부합하는 대응조치 내놔야"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연락사무소 파괴행위가 국제법상 근거가 없는 것으로 말뿐인 항의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17일 본지와 통화에서 "우리 정부가 대북전단 살포를 막지 못했다는 것이 남북 합의 위반이라고 북한은 주장하지만, 과연 180억원짜리 남측 자산을 파괴한 것이 그 위반의 대응조치로 적절한가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이어 "연락사무소 파괴, 개성공단·금강산관광지구 군사기지화 선언 등은 모두 판문점선언과 9·19군사합의 등 남북 간 중요 합의를 파기한 것"이라며 "우리 역시 북한에 대해 지고 있는 의무를 이행하지 않음으로써 대응조치를 할 수 있다. 그러한 권리가 발생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4·27판문점선언은 ▲남북적십자회담 개최 ▲이산가족 상봉 추진 ▲동해선·경의선 연결▲ 확성기 방송 및 전단 살포 중지 등을 합의했는데, 확성기 방송이나 전단 살포 등 우리나라가 북한에 일방적으로 이행해야 할 의무를 폐기할 요건이 갖춰졌다는 뜻이다.

    최 교수는 또 "북한의 해외자산 동결, 이번 사태에 책임 있는 인사의 제3국 입국 차단 등 국제공조를 통해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최소한의 조치라도 내놔야 더이상의 도발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北, 17일 '9·19군사합의' 사실상 파기 선언

    북한은 16일 개성 남북공동연락소 건물을 폭파한 데 이어, 하루 지난 17일 금강산관광지구와 개성공단지역에 군대를 전개하겠다고 전격발표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은 이날 '우리 군대는 당과 정부가 취하는 모든 대내외적 조치들을 군사적으로 철저히 담보할 것이다'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이같이 밝혔다.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은 "조선인민군 총참모부는 이미 지난 16일 다음 단계의 대적(對敵) 군사행동 계획 방향에 대하여 공개 보도하였다"며 "17일 현재 구체적인 군사행동 계획들이 검토되고 있는 데 맞게 다음과 같이 보다 명백한 입장을 밝힌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 공화국 주권이 행사되는 금강산관광지구와 개성공업지구에 이 지역 방어 임무를 수행할 연대급 부대들과 필요한 화력구분대들을 전개하게 될 것"이라며 "북남 군사합의에 따라 비무장지대에서 철수하였던 민경초소들을 다시 진출·전개하여 전선 경계근무를 철통같이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