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로이터 “4월까지 900억달러 규모 중 300억 달러 이탈… 시민들 '홍콩달러 환전' 잇달아
  • ▲ 세계 6위 금융허브 홍콩의 야경. 헤지펀드들은
    ▲ 세계 6위 금융허브 홍콩의 야경. 헤지펀드들은 "우리가 알던 홍콩은 죽었다"며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중국이 국가보안법 제정을 강행한 이후 홍콩에서의 자본이탈이 본격화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와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헤지펀드 운용자금이 올 들어 4월까지 310억 달러(약 37조원) 빠져나갔고, 해외 계좌를 개설하려는 사람들도 큰 폭으로 늘었다고 매체는 전했다.

    홍콩에서 영업 중인 헤지펀드 420곳 “탈출전략 모색 중”

    파이낸셜타임스는 9일(이하 현지시간) “중국이 제정한 홍콩 국가보안법이 정보 보호와 자본 관리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한 헤지펀드들이 홍콩을 빠져나갈 방법을 모색 중”이라고  전했다.

    “세계 6위 금융 허브인 홍콩에서 활동하는 헤지펀드와 금융 트레이더들은 국가보안법이 홍콩 자치권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것으로 보고 영업중단과 철수를 고려 중”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신문은 “홍콩에서 영업 중인 헤지펀드는 420여 곳으로, 동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헤지펀드가 많은 싱가포르의 80개와 비교해도 압도적으로 많다”는 조사업체 ‘유레카 헤지’의 보고서를 인용한 뒤 “홍콩 헤지펀드의 운용자금은 일본·싱가포르·호주 헤지펀드의 운용자산을 합친 것보다 많은 910억 달러(약 108조6200억원)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시장조사업체 '이베스트먼트'에 따르면, 우한코로나 사태가 터진 이후 홍콩에서는 올 들어 4월까지 310억 달러(약 37조원)의 자금이 빠져 나갔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이는 2008년 9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규모다.

    한 헤지펀드 업계 관계자는 “홍콩 국가보안법이 시행되면 자유로운 SNS 활동과 인터넷 접속이 어려워질 것”이라며 “우리가 알고 있는 홍콩은 죽었다. 홍콩은 이제 중국의 또 다른 도시”라고 지적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 관계자는 홍콩을 벗어난 헤지펀드들이 싱가포르로 자리를 옮길 것으로 내다봤다.
  • ▲ 지난 4일 코즈웨이 베이 빅토리아 공원에 모여 천안문 사태 추모 집회를 연 홍콩 시민들. 이들 가운데서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역외계좌를 만들었다고 한다.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4일 코즈웨이 베이 빅토리아 공원에 모여 천안문 사태 추모 집회를 연 홍콩 시민들. 이들 가운데서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역외계좌를 만들었다고 한다.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헤지펀드의 한 펀드매니저는 “투자할 때는 객관적인 언론 보도와 정보에 의존하는데 국가보안법 때문에 홍콩의 자유언론들이 겁을 먹게 된다면 투자결정 과정이 (중국의) 선전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콩 소재 투자자문사 블랙크레인의 설립자 피터 캐넌은 “홍콩에서 금융인력들이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는지가 다국적 펀드들에게는 매우 중요한데, 국가보안법이 시행되면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SNS 활용과 인터넷 접속의 자유를 제한받게 되면 이는 인력들의 안전에 영향을 끼치게 되고, 결국 홍콩의 미래에도 상당한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캐넌은 지적했다.

    “HSBC·스탠더드차터드·씨티그룹 등에 역외계좌 개설 문의 급증”

    홍콩 시민들 또한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역외계좌 개설에 몰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8일 “홍콩 국가보안법 시행에 따른 우려로 역외계좌를 개설하려는 홍콩 시민들의 문의가 지난달에 비해 25~30%가량 증가했다”는 HSBC·스탠더드차터드·씨티그룹 관계자의 이야기를 전했다. 

    통신은 “실제로 역외계좌 개설 관련 문의는 계좌 개설에 2주에서 한 달이나 걸릴 만큼 체감상으로는 크게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HSBC에 역외계좌 개설을 문의한 메이 찬(39·여)은 “계좌 개설에 한 달이 걸릴 것”이라는 대답을 들었다고 통신은 전했다. 찬은 “국가보안법 때문에 미국이 홍콩을 제재할 경우 홍콩달러를 더이상 자유롭게 환전하지 못하게 될까봐 두렵다”고 털어놨다. 

    찬은 “갖고 있던 돈의 70%를 미국 달러와 영국 파운드로 바꿔 놨다”며 “최악의 경우 돈을 찾지 못하게 될 수 있으므로 역외계좌를 여러 곳에 만들어 위험을 분산했다”고 설명했다.

    홍콩 시민들이 역외계좌를 개설하려는 곳은 싱가포르·영국·호주·대만 순이라고 통신은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