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인민회의 투표 의결로 선출, 대의원도 주민이 직접투표"… 전북선관위 "내용엔 문제 없다" 궤변
  • ▲ 전라북도 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 2018년 5월 11일에 게시한 글. 논란이 일자 전북 선관위는 지난 8일 이 글을 삭제했다. ⓒ전라북도 선거관리위원회 블로그 캡쳐
    ▲ 전라북도 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 2018년 5월 11일에 게시한 글. 논란이 일자 전북 선관위는 지난 8일 이 글을 삭제했다. ⓒ전라북도 선거관리위원회 블로그 캡쳐
    전라북도선거관리위원회가 공식 블로그에 "북한은 민주주의 국가"라는 글을 게제했다 논란이 일자 삭제했다. 일각에서는 "전북선관위의 대응이 무책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북선관위 측은 "글의 전체적인 내용은 북한을 찬양하거나 옹호하는 것이 아니었다"는 견해다. 

    전북선관위는 2018년 5월11일 '먼 국가 이웃국가 선거 이야기, 북한편'을 공식 블로그에 게시했다. 하지만 전북선관위는 이 글에서 북한의 선거를 한국과 동일 선상에 놓고 설명해 비판을 자초했다.

    이 글은 북한의 선거와 관련 "북한은 정식 국명에도 써져있듯이 조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즉 민주주의 국가"라며 "북한의 최고권력자인 김정일 국방위원장,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북한에서 국회에 해당하는 최고인민회의 투표 의결에 의해 선출되고, 그 최고인민회의 국회의원 역할을 하는 대의원들도 모두 주민들의 직접투표로 뽑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게다가 일당독재라고 흔히 여겨지지만, 놀랍게도 3개씩이나 되는 정당이 북한 국내에서 합법적 승인을 받아 활동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회의원 역할 하는 최고인민회의 대의원들 모두 주민들이 직접투표로 뽑았다"

    북한의 선거 원칙고 관련해서는 "2012년에 개정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사회주의헌법 제6조 내용을 기초로 하는데, 군인민회의로부터 최고인민회의에 이르기까지 각급 주권기관은 일반적·평등적·직접적 원칙에 의해 비밀투표로 선거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우리와 비슷한 4가지 원칙"이라고 지적했다.

  • ▲ 전라북도 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 2018년 5월 11일에 게시한 글. 논란이 일자 전북 선관위는 지난 8일 이 글을 삭제했다. ⓒ전라북도 선거관리위원회 블로그 캡쳐
    ▲ 전라북도 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 2018년 5월 11일에 게시한 글. 논란이 일자 전북 선관위는 지난 8일 이 글을 삭제했다. ⓒ전라북도 선거관리위원회 블로그 캡쳐
    북한의 헌법은 명목상 4대 선거원칙을 명시했지만, 1957년까지는 흑백투표함제를 실시했고 이후에는 단일후보자를 대상으로 투표해 매번 찬성률이 99%에 달한다. 

    북한전문가들은 이 같은 글이 전북선관위 공식 블로그에 올라온 것을 두고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은 "북한의 정당이라는 것은 다당제로 보이기 위한 북한의 장치일 뿐"이라며 "모든 정책을 노동당이 결정하고 그에 따른 과정을 추인하는 것에 불과한 북한의 선거를 민주주의 국가의 선거와 동일 선상에 놓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데, 이를 검토 없이 국가기관에서 올린 것은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대북전문가 "북한 선거를 민주주의 국가의 선거와 동일 선상에 놓는 것 말 안 돼"

    김 전 원장은 그러면서 "누구도 반대의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선거구조를 가진 북한의 선거제도를 알아본다고 하면서 북한의 모순을 이야기하지 않고 기계적인 선거 과정을 말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전북선관위는 해당 글이 논란이 되자 글을 게시한 지 2년여 만인 지난 8일 삭제했지만, 글 내용에는 문제가 없다는 견해다. 

    전북선관위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그 글 전체적인 내용을 보면 북한을 찬양하거나 옹호하는 것은 아니었다"며 "(항의하는) 전화 연락도 많이 받고 댓글도 많이 달리고 계속 올라와 (해당 글이) 있어도 되느냐는 댓글 욕설도 많이 달렸다. 홍보 프로슈머분이 쓰셨던 글은 (그런 의도가) 아니지만 그렇게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해 내린 상태"라고 설명했다. 

    전북선관위 "전체적인 내용을 보면 北 찬양·옹호 내용 아냐"

    이 관계자는 이어 "홍보 프로슈머는 지방선거 기간에 한시적으로 활동한 사람으로, 선관위 직원은 아니다"라며 책임 소재와 관련해서는 선을 그었다.

    이 글은 이 모 홍보 프로슈머가 작성했다. 홍보 프로슈머는 전북선관위가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정보를 전달하겠다는 취지로 전북도 내 파워블로거 20여 명을 선정해 전북선관위 공식 블로그 및 개인 블로그에서 활동하도록 한 위촉직이다. 

    전북선관위는 2018년 당시 홍보 프로슈머 모집공고에서 활동에 따른 원고비 지급과 위원회 주관 행사 우선 참여 기회 제공을 약속했다.

    다음은 논란이 된 글의 전문.

    여러분 중국의 선거 이야기는 어땠나요? 중국에서 지금 선거의 모습이 보이기까지는 여러 이념과 사건들이 있었고 아직까지도 어떤 형태로 변할지 예측할 수 없이 아직도 진행 중인 모습이었어요. 중국에 이어서 이번에는 북한의 선거 이야기를 알아보고자 해요. 최근에 남북정상회담을 성황리에 마치며 북한에 대한 이목이 집중되었는데요. 저도 자연스럽게 북한의 선거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궁금하게 되었어요. 그러면 가장 가까운 북한의 선거 이야기를 알아볼까요.

    일단 북한은 정식 국명에도 써져있듯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즉 민주주의 국가에요. 북한의 최고 권력자인 김정일 국방위원장,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북한에서 국회에 해당하는 최고인민회의의 투표 의결에 의해 선출되었고, 그 최고인민회의 국회의원 역할을 하는 대의원들도 모두 주민들의 직접투표로 뽑았어요. 게다가 일당 독재라고 흔히 여겨지지만, 놀랍게도 3개씩이나 되는 정당이 북한 국내에서 합법적 승인을 받아 활동하고 있어요.

    북한의 선거는 2012년에 개정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사회주의헌법 제6조의 내용을 기초로 하는데요. 군인민회의로부터 최고인민회의에 이르기까지의 각급 주권기관은 일반적, 평등적, 직접적 원칙에 의하여 비밀투표로 선거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요. 우리와 비슷한 4가지 원칙을 명시했는데요. 우리와 다른 점은 선거권과 피선거권은 17세 이상의 공민, 그리고 나이에 관계없이 군대에 복무하는 공민은 선거권을 가지는데, 판결에 의한 제한을 받은 자와 정신병자는 선거권/피선거권이 없다는 점이에요.

    북한의 투표 방식 역시 우리와 다르면서 아주 간단해요. 일단, 유권자가 투표소에 신분증의 역할을 하는 공민증을 지참하고 들어가요. 그리고 선거인 명부와 대조하여 신원을 확인하고 투표용지를 받아요. 여기까지는 여느 나라의 투표 방식이랑 똑같은데요. 이제부터 특이한 점들이 발견되요. 모든 지역구에서는 '조국통일민주주의전선'가 지명한 단독 후보가 출마하게 되요. 후보가 하나뿐이어서 투표용지에 스탬프로 후보 이름이 미리 찍혀있습니다. 그래서 북한의 투표는 찬반투표의 형태를 띄고 있어요. 그래서 이 투표용지를 하나의 투표함에 그대로 넣으면 찬성표로 인정이 되요. 만약에 반대한다면 투표용지에 있는 후보자의 이름을 펜으로 X표를 긋고 넣으면 되요. X표를 쓰려면 기표소에 들어가야 하는데 기표소에 들어간다는 것 자체가 반대표를 찍겠다는 의미가 되니 자연스럽게 비밀투표로 비밀권은 보장되지 않아요. 그러면 북한은 어쩌다가 이런 선거의 형태를 띄게 되었을까요? 이를 위해서는 북한의 선거 역사를 되짚어봐야 해요.

    북한의 첫 근대적 총선거는 1946년 11월 3일의 도·시·군의 인민위원을 뽑는 투표인데요. 이 당시 북한과 남한은 이제 막 광복을 맞은 시기라 비슷한 이해관계를 갖고 있었죠. 지금 북한에서 권력을 얻기 위해 강압적인 형태를 띄는 것과 다르게 이때는 "권력이 인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민주주의의 제1원리에 따라 선거를 통해 권력을 창출하려 했어요. 민주주의 권력의 정당성을 보장하는 가장 중요한 조건으로 하자 없는 선거를 하려고 했죠. 이렇게 도·시·군의 인민위원을 뽑는 투표에 이어 1947년 2월 24~25일, 3월 5일 소지역인 리·동·면 인민위원을 뽑는 선거를 통해 선출된 인민위원들로 구성된 인민위원회 대회에서는 대의원을 선출했죠. 결국 이들을 통해 1947년 2월 22일 조선 최초의 근대적 민주 정권인 북조선인민위원회가 출범하게 되었어요. 그럼 이 때 실시한 선거의 모습은 어땠을까요.

    이때 이들은 ‘흑백함 투표’라는 방식으로 선거를 했는데요. 후보자를 찬성하면 백색 투표함에, 반대하면 흑색 투표함에 투표용지를 넣는 제도에요. 현실적 조건을 더 중시해서 당시의 문맹률이나 민도를 생각하면 상당한 현실적 장점을 가진 방식이었어요. 이북의 흑백함 투표에서는 투표함이 밀폐된 곳에 있다. 흑백함 자체는 비밀 투표의 원칙에 저촉되지도 않았죠. 하지만 문제는 투표 이전의 과정에 따로 있었어요. 흑백함 투표에는 후보자 수가 많을 때 운용이 힘들어지는 문제가 생기죠. 투표자는 후보 한 명 한 명에 대해 따로따로 찬반을 표해야 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북조선민주주의민족통일전선(북민전)에서는 단일 후보를 추천했고, 3459명의 인민의원 자리 중 조정이 안되는 몇 십 개만 복수 후보를 놓고 투표했어요. 그래서 북민전의 조정 작업에 민의의 선택을 제한하는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어요. 권력 측에서 입맛에 맞는 후보를 정해놓고 그에 대한 지지를 강요함으로써 투표를 요식 행위로 만든 게 아니냐 하는 문제가 생긴거죠. 때문에 민주주의 나라에서는 이 제도가 자연스레 조롱의 대상이 되었죠. 그래서 1959년 선거 당시엔 소련과 같은 방식을 채택하게 되었는데요. 선거구마다 투표함이 하나 있었고, 찬성자는 그냥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넣었고, 반대자는 후보자의 이름을 줄을 그어 지워야 했어요. 선거구에는 칸막이도 설치되었지만, 칸막이를 사용하는 것 자체가 ‘반대 투표하고 싶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행동이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비밀 선거의 원칙은 지켜 지지 않았어요. 이렇게 해서 북한은 단일후보, 찬반투표의 형태를 되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