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 변호사 당시 소장 공개…“대법원 판례로 '대북전단' 규제했다는 주장도 거짓"
  • ▲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문재인 정부 핵심 중 한 명인 이광철 민정비서관이 5년 전 '대북전단살포금지소송'을 주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가 대북전단 살포를 규제하는 것이 옳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다”는 일부의 주장도 사실과 다른 것으로 밝혀졌다.

    “이광철, 5년 전 대북전단살포금지가처분 신청”


    “2014년 12월 북한 접경지역 주민들이 대북전단살포금지가처분 신청을 한 적이 있는데, 당시 대표변호인이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이다. 그가 직접 소장까지 제출했다.”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을 지낸 이헌 변호사(법무법인 홍익)는 “당시 통진당 당원이 대북전단살포금지가처분 소송을 주도한 줄 알았는데, 찾아봤더니 이광철 비서관이 직접 소장을 써서 의정부지방법원에 제출한 것을 확인했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이 비서관은 지난해 8월 민정수석실 선임행정관에서 비서관으로 승진했다. 이 비서관은 유재수 전 부산시 부시장 뇌물수수 사건,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실 파견 검찰수사관 자살 사건, 울산시장선거 개입 의혹 등에 이름이 오르내렸다. 

    1971년 전남 함평에서 태어난 그는 청와대 입성 전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이하 민변)에서 많은 활동을 했다. 민변 사무처장도 지냈다.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때는 통진당 측 변호인을 맡았다.

    법원 “대북전단살포금지, 헌법상 표현의 자유 침해”

    이 비서관이 주도했던 ‘대북전단살포금지가처분 신청’ 소송은 2014년 12월 시작됐다. 판결은 2015년 6월 나왔다. 가처분 신청자로 이름을 올린 접경지역 주민들은 “대북전단 때문에 신변의 위협과 재산권을 침해당했다”며 “대북전단 살포를 한번 할 때마다 신청자에게 각각 200만원을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비서관 측은 패소했다. 항소도 기각됐다.
  • ▲ 이헌 변호사는 2015년부터 2016년 사이에 있었던 대북전단 관련 소송은 단 2건이었다고 설명했다. ⓒ정상윤 기자.
    ▲ 이헌 변호사는 2015년부터 2016년 사이에 있었던 대북전단 관련 소송은 단 2건이었다고 설명했다. ⓒ정상윤 기자.
    법원은 당시 판결문에서 “대북전단 살포로 피해가 생긴다며 이를 금지해달라는 주장은, 나아가 북한의 체제나 지도자를 비판하거나 비난하면 남북관계의 긴장을 유발할 수 있으니 이런 표현을 금지해달라는 요구도 할 수 있다는 논리에 이를 수 있다”며 “이는 헌법상 보장되는 표현의 자유를 행사하는 것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으며, 더구나 대북전단 살포가 폭력적이라고 단정짓기도 어렵다”며 이 비서관이 주도한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법원은 당시 “신청자 측의 생명·신체·재산·영업권에 대한 침해 또는 우려는 남북이 분단되어 군사적으로 대치하는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근본적인 원인을 찾을 수 있다”는 지적도 했다. 항소심 법원은 피신청자 측 변호인이 없었음에도 원고 측 신청을 기각했다.

    이 가처분 신청과 관련해 이헌 변호사는 “정부가 2014년 10월 이후 대북전단 살포를 규제한 적이 있었고, 대북전단 살포단체가 이와 관련해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법원이 기각하자 민변 측이 용기를 얻어 신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대북전단 규제 대법원 판례’ 주장과 관련 소송의 전말


    그는 “지난 7일 통일부가 출입기자단에 ‘대북전단 살포 관련 재판 결과 및 의미’라는 참고자료를 내면서 ‘대법원 판례’를 거론했다"면서 "그런데 당시 대법원은 이 사건에 대해 (판결이 아니라) ‘심리 불속행’ 결정을 내렸다”고 지적했다. 

    이헌 변호사에 따르면, 통일부가 주장하는 소송의 전말은 이랬다. 2014년 10월 대북전단 살포를 핑계로 북한이 우리 측을 향해 고사총 사격을 가했다. 우리 군이 응전하면서 교전이 일어났다. 이후 정부는 공개적인 대북전단 살포를 막았다. 북한의 공격을 우려해서다. 

    결국 2015년 1월26일 대북풍선단 이민복 단장이 “대북전단 살포를 규제한 것 때문에 손해가 발생했다”며 당시 법무부(장관 황교안)를 상대로 5000만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의정부지법은 2015년 10월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 항소심에서도 패소한 이 단장은 대법원 상고까지 갔다. 그러나 대법원은 2016년 2월 ‘심리 불속행’ 판결을 내렸다. ‘심리 불속행’이란 대법원이 심리를 하지않고 이유 기재없이 상고를 기각하는 판결이다.
  • ▲ 이 변호사는 현 정부의 종북인사들에 대해
    ▲ 이 변호사는 현 정부의 종북인사들에 대해 "이런 종북은 생전 처음 본다"고 평했다. ⓒ정상윤 기자.
    "문재인 정부... 종북도 이런 종북은 없었다”

    김여정이 지난 4일 탈북민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문제 삼자 불과 서너 시간 만에 정부와 여당이 “대북전단 살포금지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남북교류협력법으로 다뤄야 한다”고 주장한 것을 두고 이 변호사는 “이 사람들은 우리가 한 번도 겪어보지 못했던 종북주의자들로 나중에 반드시 국민들에게 심판받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연철 통일부장관이 최근 ‘국민 대다수가 대북전단 살포에 반대한다’고 말했는데 그게 사실일까 의문”이라며 “북한 김여정이 ‘법 바꿔’ 이러니 바로 법을 바꾸겠다고 하고… 대통령부터 장관까지 종북도 이런 종북은 없었다”며 “이건 완전히 굴종”이라고 그는 비판을 이어갔다.

    김홍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북전단을 남북교류협력법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과 관련해서도 이 변호사는 “그게 바로 헌법정신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헌법에 있는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를 뭉뚱그려 표현의 자유라고 하는데, 그 근본정신은 생각을 표현하는 데 사전검열·사전승인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이 변호사는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대북전단을 보내는 것을 통일부에 사전허가를 받아야 한다면 이것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중대한 침해이고, 신고 형식이 된다고 해도 나중에 어떤 정권이 들어서느냐에 따라 사전허가처럼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북전단보다 더 위험한 건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안”

    “문재인 정부와 여당은 대북전단을 위험하다고 하지만 통일부의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안이 더 위험하다”고 이 변호사는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의 최근 입법 방향으로 보면 앞으로 점점 더 위험한 상황이 될 것이라고 그는 우려했다.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안에 나오는 ‘북한과의 접촉·연락이라는 게 사실 북한정권에 우호적인 접촉 아니냐. 국가안보 차원에서 그런 접촉과 연락이야말로 사전승인을 받는 게 당연한 일”이라며 “반면 대북전단은 북한이 싫어하는 체제 비판인데, 이걸 허가받고 말고 한다는 것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이 변호사는 강조했다.
  • ▲ 2012년 5월 통진당 해산 심판이 한창일 때 변호를 맡은 이광철 당시 민변 변호사.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12년 5월 통진당 해산 심판이 한창일 때 변호를 맡은 이광철 당시 민변 변호사.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변호사는 “문재인 정부는 대북전단금지입법, 북한과 자유롭게 접촉하도록 하는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에서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대북전단금지법이 제정될 경우 나중에는 ‘문재인 정부 및 여당 비판금지법’이 생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북한체제의 비판을 금지하면 그 다음에는 자신들을 향한 비판의 자유를 제한하려 할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가 자기네와 그 지지세력을 비판하면 친일이니 독재니 적폐니 매도하는 것이 그와 같은 맥락”이라고 이 변호사는 경고했다.

    문재인 정부의 노골적 종북행위, 견제세력 없는 탓

    이 변호사의 비판의 화살은 야당으로도 향했다. “현재 문재인 정부에는 심각한 종북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곳곳에서 활동한다”면서 “왜 이렇게 종북적 활동을 하느냐. 그건 견제세력이 없다고 생각하니까 그렇다”고 이 변호사는 지적했다.

    미래통합당의 존재감이 없다 보니 문재인 정부나 더불어민주당이 폭주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그러면서 “결국 이제는 국민이 이들의 폭주를 막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며 “4·15총선에서 야당이 참패한 것도 정신 차리라는 국민의 채찍질”이라고 이 변호사는 설명했다.

    그는 이어 “국민들이 여당에 표를 준 것 또한 북한에 굴종하라고 준 것이 아니다”라며 “이런 식으로 계속 가면 내년 재·보선, 다음 대선에서 반드시 국민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변호사에 따르면, 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은 지난 8일 유엔 인권위원회에 “대북전단 살포를 금지하려는 문재인 정부를 막아달라”고 요청했다. 북한인권 증진을 위해 외부정보를 들여보내는 대북전단을 막는 것은 문제라는 게 한변의 주장이라고 한다. 이 소식은 외신도 다루기 시작했다고 이 변호사는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김여정이 대북전단을 물고늘어지자마자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가 도와달라고 연락했다”며 “저는 물론 한변 변호사들도 돕기로 했다. 국민들께서 대북전단을 계속 살포할 수 있도록 성원해주시고 후원도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 변호사는 현재 자유민주시민연합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헌법 전문 변호사로 알려진 그는 ‘민주언론시민연합’에 맞서는 미디어 연대 '자유언론국민연합' 결성을 준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