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기자협회 KBS 지회 정상화" 촉구했는데… 4년 뒤 문제삼아 정직 등 '중징계'
  • KBS가 4년 전 'KBS기자협회'의 정상화를 촉구하는 성명을 냈던 정지환 전 보도국장 등 5명에게 중징계를 내려 논란이 일고 있다.

    KBS에 따르면 정 전 국장은 지난 3일 열린 재심 인사위원회에서 정직 6개월의 징계를 받았고, 박영환 전 취재주간은 정직 5개월, 장한식 전 편집주간과 강석훈 전 국제주간은 정직 1개월, 황진우 기자는 감봉 6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이들은 지난해 KBS판 적폐청산기구인 '진실과미래위원회(진미위)'가 경영진에 '징계'를 권고했던 보도 부문 간부와 기자들로, 과거 사내게시판에 KBS기자협회를 비판하는 성명을 올려 직장질서를 어지럽혔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았다. 정 전 국장 등은 지난해 7월 1차 인사위에서 각각 해임과 정직 6개월 등의 처분을 받자 재심을 청구했다.

    정 전 국장은 2016년 당시 친목단체인 KBS기자협회가 특정이념편향적 활동을 하는 것을 바로잡으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작성하는 등 '기자협회 정상화 모임' 결성을 주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나머지 기자들은 KBS기자협회 정상화 촉구 성명에 서명 등으로 동참했다는 의심을 샀다.

    이처럼 KBS기자협회 회원이 협회 지도부와 운영방식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것을, 경영진이 문제삼아 징계까지 내린 것은 '인사권 남용'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임의단체 내부 논의에 회사 개입… '월권' '노동법규 위반' 지적


    6일 KBS공영노동조합 관계자는 "임의단체인 KBS기자협회의 방향과 정체성을 놓고 일어난 회원 간의 논쟁에, 회사가 징계 등으로 개입한 것은 사내 언론자유를 말살시키는 폭거"라며 "이번 징계는 불법과 허위로 점철된 총체적 부당징계"라고 규탄했다.

    이 관계자는 "죄를 지었어야 벌을 받는 사람도 지켜보는 사람도 받아들일 수 있는 것 아니겠냐"며 "기자협회 회원들이 내부에서 성명서를 작성해 올린 게 어떻게 죄가 된다는 말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회사의 어떤 규정도 임의단체 내부 논의에 회사가 관여할 권한이나 책임을 부여하지 않고 있다"며 "사측이 임의단체 내부의 공방에 개입해 특정 세력의 편을 들고 징계의 칼날을 대는 것은 근로자의 사적 권익을 부당하게 침해하는 월권으로써 노동 관련 제반 법규를 위반한 행위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사측은 '2016년 KBS기자협회 정상화 성명 게시는 사내 줄세우기·편가르기를 조장하고 인사 업무의 공정성에 불신과 우려를 가져온 행위'라며 이를 징계 사유로 들었으나, 이러한 판단의 근거는 2018년 7월 '진미위'가 기자들을 상대로 강압적인 분위기에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기인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진미위'라는 위력적인 기관의 이름으로 진행한 설문조사는 법원이 무효화한 진미위 운영규정 13조, '조사불응시 징계'의 변형된 행태이므로 하등의 증거자료가 될 수 없다"며 "이 같은 설문조사로 얻은 '여론'을 징계의 근거로 삼는 시도는 전체주의 국가에서나 볼 수 있는 인민재판적인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따라서 "사측은 징계에 앞서 '성명서 게시'가 사규의 어떤 조항을 위배했는지 적시해야 한다"고 강조한 이 관계자는 "양승동 사장 체제가 자행한 이번 불법, 부당징계를 온몸으로 거부하며 앞으로 전개될 징계무효 소송과 진미위의 불법성을 다투는 본안소송에서 양승동 사장 체제는 무거운 법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향후 공영노조는 사측을 부당징계건으로 노동청에 제소하는 한편, '조사 불응시 처벌'이라는 불법조항으로 직원들을 압박해 임의단체 내부의 성명 작성 경위를 캐물은 진미위에 대해서도 (민감정보 수집에 따른)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소장을 내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뉴스타파에 '내부정보' 흘린 기자, 알고보니 4년 전 KBS기자협회장

    한편 미래통합당 미디어국에 따르면 4년 전 정지환 전 국장 등이 '특정 이념 편향적'이라고 비판했던 KBS기자협회의 당시 회장은 최근 KBS 법조팀 기자들이 보고한 '취재정보'를 뉴스타파에 넘겨 물의를 빚은 이OO 사회주간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회주간은 내부정보를 유출한 사실이 알려진 뒤에도 징계를 받기는커녕 지난달 6일 사회부장에서 사회주간으로 파격 승진해 논란을 빚었다.

    미래통합당 미디어국 관계자는 "파업 참여자와 언론노조는 무죄, 파업 불참자와 비언론노조는 유죄, 이것이 국민의 수신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 KBS의 현 주소"라며 "KBS는 지금이라도 5명에 대한 부당징계를 철회하고, 방송법을 위반한 사회주간에 대해 징계절차에 착수하라"고 강조했다.

    미래통합당은 방송법 위반 혐의(직무상 알게 된 공사 비밀 누설 등)으로 이OO KBS 사회주간을 고발하는 고발장을 5일 서울남부지검에 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