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내부서도 "부적절" 비판 목소리… 야권 "소신이 죄냐, 의회정치에 먹구름"
  •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민주당 윤리심판원으로부터 징계를 받은 것으로 2일 확인됐다. ⓒ정상윤 기자
    ▲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민주당 윤리심판원으로부터 징계를 받은 것으로 2일 확인됐다. ⓒ정상윤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장관을 비판하고 공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을 반대한 금태섭 전 민주당 의원을 징계한 것을 두고 당내에서도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금 전 의원은 당의 징계에 재심을 청구할 방침이다.

    민주당 윤리심판원은 지난달 25일 회의를 개최하고 금 전 의원에게 경고 처분을 내렸다. 민주당 권리당원들은 지난해 12월 공수처법 표결에서 기권표를 던진 금 전 의원의 태도를 문제삼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금 전 의원이 당시 민주당이 당론으로 찬성 표결을 하기로 한 결정을 무시했다는 것이다. 

    공수처법은 당시 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의 전신)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재석의원 177명 중 찬성 160표의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됐다.

    "금태섭은 징계혐의자" 낙인찍은 민주당

    민주당 윤리심판원은 심판결정문을 통해 금 전 의원을 "징계혐의자"라고 낙인찍었다. 결정문에 따르면, 윤리심판원은 "공수처 법안 찬성은 우리의 당론"이라며 "금 전 의원이 소신을 이유로 표결 당시 기권한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당규 제7호 14조에 따라 당론 위배 행위로 보고 징계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민주당 내부에서는 금 전 의원 징계를 21대 총선에서 낙선한 박경미 청와대 교육비서관과 비교하면서 "처우가 너무 다른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박 비서관은 지난달 31일 20대 국회의원 임기가 종료되자마자 청와대 교육비서관으로 발탁됐다. 

    청와대는 "박 비서관 임명 때문에 비서관 인사 발표를 이틀 미뤘다"고도 밝혔다. 박 비서관은 지난해 11월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피아노로 월광소나타를 직접 연주하며 "월광이 문재인 대통령의 성정을 닮았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민주당의 한 의원은 "부적절한 결정이다. 매일 굽신거리고 좋은 소리만 하던 사람(박경미 비서관)은 임기가 끝나자마자 청와대로 가서 비서관이 되고, 당에서 나름 소신을 지키고 공천도 못 받은 사람(금태섭 전 의원)에게는 끝까지 책임을 물으며 징계하는 모습을 보고 누가 아름답다고 하겠나. 누가 봐도 너무 다른 처우"라고 개탄했다. 

    이 의원은 그러면서 "당이 말 잘 듣는 우리 식구만 감싼다는 인상을 주면 당 내부 자정작용이 불가능해진다. 씁쓸하다"고 토로했다.

    "민주당, 국회를 정부 출장소·거수기로 생각"

    금 전 의원과 함께 공수처법 통과에 반대하다 본회의에서는 찬성표를 던졌던 조응천 민주당 의원도 당의 결정을 비판했다. 조 의원은 2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금태섭 의원은 총선후보 경선에서 탈락하는 낙천이라는 어마어마한 책임을 졌는데 그 이상 어떻게 책임을 지나"라며 "국회법 정신에 비춰 적절하지 못하다. 국회의원은 자기의 정치적 책임을 지고 투표하면 된다"고 당의 결정을 질타했다. 

    야권에서도 민주당의 결정에 비판이 쏟아졌다. 김기현 통합당 의원은 같은 날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은 국회를 정부 출장소로, 국회의원은 거수기로 생각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무소속 윤상현 의원도 "21대 국회에서 당의 지시에 따르지 않는 의원에 대해선 반드시 보복한다는 집권여당의 선언"이라며 "소신이 죄가 되는 집권 여당, 의회정치에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