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고용-사업 통해 공동 수익 허용 "국보법과 상충"… 통일부 "北 제재 해제 이후 대비일 뿐"
  • ▲ 정부서울청사의 통일부 안내판.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정부서울청사의 통일부 안내판.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통일부가 남북교류협력법을 개정하면서 북한 측에 기업·자본투자의 길을 열어주려는 것으로 드러났다"는 보도가 나왔다. 동아일보는 “정부가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을 통해 북한 기업이 남한에서 영리활동을 펼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려 한다”고 1일 보도했다. 

    “기존 남북교류협력법에는 북한 기업이 남한에서 활동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었는데, 이번 개정안 초안에서는 ‘경제협력사업’ 조항을 별도로 신설해 남북경제협력의 범위를 구체화, 세분화하고 남북 기업이 남한이나 북한, 제3지역에서 경제활동을 펼칠 수 있는 근거를 법에 명시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통일부는 “대북제재 때문에 당장 시행은 못한다”며 “대북제재가 해제된 뒤를 미리 대비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동아일보 “북한기업의 남한 내 활동 법적 근거 마련”

    통일부가 입법예고한 남북교류협력법 제18조 3항 ‘경제협력사업’ 조항은 “남한과 북한 주민이 경제적 이익을 주된 목적으로 공동으로 또는 상대방 지역에서 사업을 하는 것”을 경제협력사업으로 규정한 뒤 구체적으로 항목을 열거했다.

    법은 남한과 북한 또는 제3국에서 독자적 또는 공동으로 투자해 사업을 벌이는 것을 전제로 했다. 여기서 얻는 이익은 남북한이 합의한 대외지급수단으로 받을 수 있게 했다. 외화표시증권·외화표시채권·증권·채권뿐만 아니라 토지·건물 등 부동산, 부동산 사용권 및 수익권, 지적재산권, 광업권, 어업권, 에너지 개발 및 사용권 등으로도 받을 수 있다고 규정했다.

    또한 남북한 기업이 서로 상대방 지역 주민을 고용할 수 있고, 상대방 지역에서 용역을 제공하거나 받을 수도 있게 했다. 

    이 조항에 이은 제18조 4항 ‘사회문화협력사업’에는 남북한이 공동으로 행사를 열거나 조사·연구가 가능하도록 규정했다.

    즉, 이론상으로는 북한 노동당 소속 39호실 대성총국 서울지사, 인민군 산하 정찰총국 사이버연구소 제주센터가 생길 수 있다는 뜻이다.
  • ▲ 북한 나진항에 쌓여 있는 석탄. 나진-하싼 프로젝트가 2016년 1월 중단되기 전까지 이 석탄은 한국으로 반입됐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북한 나진항에 쌓여 있는 석탄. 나진-하싼 프로젝트가 2016년 1월 중단되기 전까지 이 석탄은 한국으로 반입됐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정안 보도 내용 사실인데…통일부 “보도, 사실 아냐”

    사실 이 내용은 2014년 11월 당시 남북한과 러시아가 나진-하산 석탄 공급 프로젝트를 벌일 때 통일부가 내놓은 고시 ‘남북경제협력사업 처리에 관한 규정’을 차용한 것이다. ‘통일대박론’이 한창일 당시 통일부는 북한 비핵화 이후를 대비해 이 규정을 고시했다. 그러나 2016년 1월 북한의 핵실험으로 나진-하산 프로젝트가 중단되면서 이 고시도 적용되지 않았다.

    통일부는 이날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안 관련, 금일 동아일보 보도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며 “개정안 초안의 ‘경제협력사업 제18조의 3항 규정은 기존 고시 ’남북경제협력사업 처리규정‘의 내용을 상향입법한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개정안 초안에는 ‘경제협력사업’ 외에 △사회문화협력사업 △북한지역사무소 설치 등 기존 고시 내용을 상향입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면서 “현재 북한이 우리 측 지역에서 경제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대북제재를 포함해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통일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여기에 더해 대북제재는 국제사회의 약속으로서 지켜야 한다며 고시를 상향입법하려는 것은 대북제재가 해제됐을 경우를 대비해 법적 안정성을 도모하는 차원에서 추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북한이 남한에서 사업하는 것을 허용하는 법을 만드는 것은 맞지만 어디까지나 대북제재가 해제된 뒤를 가정한 것”이며 “지금 당장 북한이 국내에 투자하거나 사업을 벌이기에는 대북제재가 있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 통일부 주장이다.
  • ▲ 국가보안법 폐지를 요구하는 시위대 ⓒ연합.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국가보안법 폐지를 요구하는 시위대 ⓒ연합.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공안 전문가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안, 국가보안법과 충돌”

    하지만 일각에서는 최근 문재인 정부와 통일부가 보인 행태로 보아 “대북제재를 무시하고 북한에 문을 여는 것 아니냐”고 우려한다. 지난 5월20일 통일부가 공개적으로 “5·24조치는 실효성을 사실상 상실했다”고 밝혔고, 이어 5월26일에는 북한사람과 해외에서 만나는 것이나 북한 내부로 연락해는 것도 가능하도록 하고, 지자체가 직접 대북협력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남북교류협력법을 개정한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공안전문가는 이를 두고 “통일부의 개정안은 국가보안법과 충돌하게 되는데, 일단 특별법인 국가보안법이 우선 적용된다”며 “개정안대로 북한 측이 서울에 와서 사업을 하면 국가보안법으로 처벌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전문가는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안이 실은 국가보안법 철폐를 위한 ‘미끼’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으로 대북제재를 풀고 경제지원을 하려 하면 우파 진영에서 위헌소송을 제기하는 등 강하게 반발할 것이고, 결국 사회적 분열과 갈등이 격해지면 좌익진영이 이를 부정적으로 부각시켜 “국가보안법이라는 통일의 걸림돌을 빨리 제거해야 저런 모습을 안 본다”고 선동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