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시민 96% "기본권 침해 불 보듯"… 몽콕(旺角) 도로 점령, 불 지르며 거세게 저항
  • ▲ 5월 28일 예술계 인사의 중국 국가안전법 반대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클래리스 융 (楊雪盈) 완차이 (灣仔) 구의회 주석  (왼쪽에서 두번째)ⓒ허동혁
    ▲ 5월 28일 예술계 인사의 중국 국가안전법 반대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클래리스 융 (楊雪盈) 완차이 (灣仔) 구의회 주석 (왼쪽에서 두번째)ⓒ허동혁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가 28일 ‘홍콩 국가안전법(이하 국가보안법) 도입에 관한 결정’ 안건을 찬성 2878표, 반대 1표, 기권 6표, 무효 1표로 채택했다. 국가보안법이 실시되면 중국 정부가 홍콩에 국가보안법 집행기관을 설치할 수 있다.

    홍콩 국가보안법은 향후 전인대 상무위원회의 법안 심의 후 빠르면 오는 8월 홍콩 정부가 관련법을 공포·시행한다. 홍콩 입법회의 법안 심의 과정은 생략된다. 홍콩 기본법 제18조에 명시된 “중국법을 홍콩에 적용할 수 없지만, 전인대에서 이를 수정할 수 있다”는 내용에 근거한다. 이 조항 실행은 1997년 홍콩을 중국에 양도한 이후 처음이다.

    국가보안법은 2003년 홍콩 입법회에서 논의됐지만, 50만 명 규모의 반대시위가 발생하고 일부 친중파 의원들까지 반대해 결국 철회됐다. 이 파동의 여파로 퉁치화(董建華) 초대 행정장관이 2005년 사임했다. 

    중국 전인대는 국가보안법, 홍콩 입법회는 국가법

    한편 홍콩 입법회는 28일 중국 국가 연주 시 야유를 금지하는 ‘국가법’(國歌法) 2차 심의를 통과시켰다. 이때 민주파 의원의 오물 투척 소동도 일어났다.

    이 법은 2014년 홍콩 우산시위 이후 축구경기 전 중국 국가 연주에 관중들이 야유한 것이 발단이 됐다. 이후 다른 행사에서도 국가 연주에 야유하는 행위가 파급되자 홍콩 정부에서 이를 방지하고자 입안했다. 국가법 심의는 지난해 홍콩 시위로 중단됐지만, 입법회는 5월12일 전격적으로 심의 재개를 선포했다. 앤드루 렁(梁君彥) 입법회 주석(의장)은 6월4일까지 3차 심의를 끝내고 최종 통과시키겠다고 공언했다.
  • ▲ 5월 24일 시위에서 시민들이 완차이 (灣仔) 지역 도로에 설치한 장애물. ⓒ허동혁
    ▲ 5월 24일 시위에서 시민들이 완차이 (灣仔) 지역 도로에 설치한 장애물. ⓒ허동혁
    우한코로나로 시위 잦아든 틈 노린 중국·홍콩 당국

    중국과 홍콩 당국이 갑자기 강경 모드로 돌아선 것은 우한코로나로 인해 홍콩 시위가 휴식기를 맞은 점, 그리고 홍콩 경찰의 시위 대응에 자신감이 생긴 것과 관련이 있다. 또한 오는 9월 입법회선거에서 친중파의 큰 승리를 기대할 수 없어, 그 전에 당국이 중국 관련 법안을 조속히 통과시키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한코로나가 본격적으로 유행한 지난 1월 말부터 최근까지 홍콩 시위는 긴 휴식기를 가져왔다. 홍콩 정부가 우한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5인 이상 집회 금지령(현재는 9인 이상)을 내린 영향도 있다.

    그러나 우한코로나 유행 중에도 캐리 람 행정장관의 지지도는 사상 처음으로 한 자릿수로 하락하는 등 홍콩 시민의 분노는 계속됐다. 많은 시민은 텔레그램에서 “우한코로나가 끝나면 다시 거리로 나서자”고 독려했다.

    행인·기자까지 체포한 홍콩 경찰 “시위 진압 성공적”

    홍콩 경찰은 지난해 11월 크리스 탕(鄧炳強) 경무처장이 중국 국무원의 승인하에 취임한 이후 원천봉쇄 방식으로 시위 진압에 임했다. 시위가 예고된 장소에 미리 무장경찰을 배치해 시위대가 모이는 것을 처음부터 와해시키는 방법이다.
  • ▲ 5월 28일 입법회 앞 모습, 아래: 5월 27일 입법회의 국가법 (國歌法) 2차심의 당시 시민들이 작성한 압법회 주변 경찰 방어도. ⓒ허동혁
    ▲ 5월 28일 입법회 앞 모습, 아래: 5월 27일 입법회의 국가법 (國歌法) 2차심의 당시 시민들이 작성한 압법회 주변 경찰 방어도. ⓒ허동혁
    경찰은 5월 들어서는 도로 지형을 이용한 포위작전을 시작했다. 난간이 있는 인도 양 끝을 막고 고립된 시위대를 체포하는 식이다. 이 포위에 걸린 기자 수십 명이 30분간 경찰에 억류되어 탕 경무처장이 나중에 사과하는 일도 있었다.

    국가법 논의에 반발한 홍콩 시민들은 지난 24일 1만 명가량이 도심에 모여 시위를 벌였다. 이날 시위는 지난 2월29일 몽콕 시위 이후 오랜만에 벌어진 대규모 시위였다. 시민과 경찰 모두 탐색전을 펼쳐 경찰이 물대포를 잠시 발사한 것을 제외하면 격렬한 충돌은 벌어지지 않았다. 시위대의 수가 일정 규모를 넘어서자 경찰은 원천봉쇄작전을 쓰지 못했다.

    시민들은 국가법 논의가 시작되는 27일 새벽 입법회 포위를 예고했지만, 경찰은 입법회 주변 수십 곳에 바리케이드를 설치해 대비했다. 시민의 예고와 달리 시내는 아침부터 종일 평온했다. 경찰은 낮 시간에 단순 평화시위를 하러 나온 시민 360여 명을 포위작전으로 체포했으며, 시위대가 투숙한 것으로 추정되는 호텔을 수색했다. 탕 경무처장은 27일 밤 기자들에게 “오늘 경찰의 진압작전은 효율적이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경찰의 무리한 진압에 분노한 시민들, 몽콕 곳곳에 불 질러

    이에 분노한 시민들은 밤 시간 몽콕 도로 곳곳을 점거하고 길에 불을 질렀다. 한 시민은 이와 관련 “매일 동지들이 경찰의 새 전략을 탐색하며 대응방안을 모색한다. 함정이 있는지 꼼꼼히 살펴야 한다. 경찰은 아무리 작전을 바꿔도 시민의 분노까지 잠재울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고 말했다.

    캐리 람 행정장관은 국가보안법이 홍콩의 고도 자치를 보장한 일국양제를 손상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28일 시민단체가 시민 약 37만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가보안법 집행기관이 시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약 96%가 “그렇다”고 답했다.
  • ▲ 5월 24일 시위에서 코즈웨이베이 (銅鑼灣) 소재 친중 의류점 'I.T'가 파괴된 모습. 시민들은 티셔츠에는 손대지 않았다. ⓒ허동혁
    ▲ 5월 24일 시위에서 코즈웨이베이 (銅鑼灣) 소재 친중 의류점 'I.T'가 파괴된 모습. 시민들은 티셔츠에는 손대지 않았다. ⓒ허동혁
    완차이구의회 클래리스 융(楊雪盈) 주석(의장, 민주파)은 최근 상황과 관련 “경찰은 어제 완차이에서 300여 명의 시민을 연행했는데, 이들은 무기를 소지하지 않았다. 단지 길을 가던 시민도 포함됐다. 이런 탄압은 홍콩에 대한 베이징 정부의 압력이 가중된다는 증거다. 시민들은 그러면 그럴수록 더욱 의지를 다져 계속 싸워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분노’하자 중국 긴장…대만 “홍콩 시민들 오라”


    한편 중국은 홍콩에서의 강경 드라이브와 달리 미국의 경제보복을 벌써부터 걱정하는 모습이다. 리커창 중국 총리는 28일 전인대 종료 후 기자회견에서 “미중 간에 충돌이 커지면 전 세계에 상처가 생긴다”고 발언했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리커창 총리의 발언은 중국 경제성장률이 올해 1분기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점을 감안해 미국과 무역전쟁 회피를 희망한다는 메시지”라고 풀이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27일 트위터를 통해 “홍콩은 더이상 자치를 누리지 않는다” 고 선언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홍콩의 특수지위를 인정한 미국-홍콩정책법의 재검토도 시사했다.

    또한 미국의 이란제재법 위반 혐의로 캐나다 밴쿠버에 억류 중인 중국 휴대전화 화웨이 창업주의 장녀 멍완저우(孟晚舟)의 미국 강제송환을 심리 중인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법원은 27일 “멍완저우의 범죄 혐의를 발견했다”고 선고, 미국 강제송환의 가능성을 높였다.

    대만 차이잉원 총통은 28일 페이스북에서 “홍콩 인도주의 원조 프로젝트를 가동해 향후 홍콩에서 탄압받은 시민들이 대만에 와서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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