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부인에도 KDI·조세재정연구원, 증세 강조…"돈 뿌려놓고 직장인 주머니 털어" 비판
  • ▲ 청와대 본관. ⓒ뉴데일리 DB
    ▲ 청와대 본관. ⓒ뉴데일리 DB

    청와대는 문재인 정부의 '확장적 재정'을 감당하기 위한 증세 필요성을 부인한다. 그러나 KDI(한국개발연구원)·한국조세재정연구원 등 국책연구기관을 중심으로 증세 논의 필요성이 동시다발적으로 제기됐다. 현 정부 정책기조상 증세가 추진될 경우 '부자 증세'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30조~50조원으로 예상되는 3차 추경 규모까지 합칠 경우 올해 예산 규모는 570조원 안팎에 달하고, 재정적자 규모는 140조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최근 정부는 국세청 세무조사 강화, 가상화폐 과세 준비작업 착수에 이어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 종료를 검토하는 등 세수 확대 움직임을 보인다. 

    김유찬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은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세수 확대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원장은 26일 '재정포럼' 5월호 기고문을 통해 "현재와 같은 재난의 시기에는 고통분담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인식하에 필요한 증세를 뒤로 미루지 말고 적절한 규모로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 원장은 특히 '부자 증세론'을 폈다. 그는 "세금 부담을 어떤 소득계층에서 하느냐, 어느 분야에 지출하느냐에 따라 경기부양 효과는 달라질 수 있다"며 "소득상위계층에서 부담한 세금으로 소득하위계층에 이전 지출을 제공하거나 정부 투자에 사용한다면 긍정적 경기부양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원장은 이어 "증세는 경제위기와 같은 시기에 국민이 고통을 분담한다는 점에서 대외 신인도 제고에도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KDI "중장기적으로 증세 필요"

    앞서 KDI에서도 증세 필요성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지난 20일 "재정지출 확대의 수요가 있는 만큼 그에 준해서 재정수입도 확대돼야 한다. 중장기적으로 증세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정부가 직접 말하기 어려운 세금 관련 이슈를 국책연구기관들이 나서서 지원사격한다는 평가다.

    하지만 청와대는 재원 마련을 위한 증세는 전혀 검토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26일 "증세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본다"며 "(재원 마련은) 뼈를 깎는 지출구조조정으로 하겠다고 여러 번 강조했다"고 말했다.

    우한코로나로 인해 경제도 어려운데 섣불리 증세 논의를 시작했다가는 강력한 조세저항에 직면해 지지율 하락을 경험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증세의 대안으로는 국채 발행이 꼽힌다.

    기재부·청와대, 증세론 '엇박자'

    문재인 대통령은 연일 과감한 재정지출을 주문하지만, 증세와 관련해 충분한 사전 논의가 이뤄지지 않다 보니 정부와 청와대 간 엇박자도 나타나는 모습이다.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의 김용범 1차관은 지난 22일 "코로나 위기 대응 과정에서 필요한 재정여력 확보와 미래세대 재정부담 축소를 위해 여러 대안 중 하나로 '사회적 연대'를 활용한 방안이 강조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차관이 언급한 '사회적 연대'는 국제통화기금(IMF)이 취약계층을 지원하기 위해 각국에 도입을 제안한 '연대특별세'를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사실상 부자들을 향해 '나누기'를 권장한 것이다.

    증세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하자 직장인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정부와 지자체가 각종 지원 명분으로 돈을 뿌려놓고 결국 직장인들 주머니를 털려고 한다"는 불만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