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교류협력법 개정 추진… 공청회는 '온라인' 처리… "21대 국회서 보안법 폐기" 예상
  • ▲ 중국의 북한식당 공연 모습. 통일부가 남북교류협력법을 개정하면 이런 곳에 마음대로 갈 수 있게 된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중국의 북한식당 공연 모습. 통일부가 남북교류협력법을 개정하면 이런 곳에 마음대로 갈 수 있게 된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해외에서 북한사람과 접촉하거나 이산가족이 북한의 가족에게 연락해도 정부의 허락을 받거나 신고할 필요가 없어질 것이라고 통일부가 밝혔다. 현행법에 따르면, 한국 국민이 북한사람과 접촉하려면 허가가 필요하다. 우연히 접촉했다면 통일부에 자진신고하도록 돼 있다.

    통일부 '신고 거부 권한' 아예 없애기로
     

    통일부는 “남북교류협력법 제정 30주년을 맞아 현실에 맞게 법 개정을 추진 중”이라며 26일 법률 개정안을 공개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해외여행 중 우연히 북한사람을 만나거나 북한식당에 가거나 이산가족이 중국 등을 통해 북한에 있는 가족에게 연락할 때 일일이 통일부의 허가를 받거나 신고하지 않아도 된다. 

    쉽게 말해 중국에 간 우리 국민이 북한 정찰총국·노동당39호실·통일전선부 관계자를 만나도 "지나가다 우연히 만났다"고 하면 문제 없는 셈이 된다.

    통일부는 ‘남북교류협력을 위한 대북 접촉’과 관련해서만 신고 의무를 남겨둘 것이라고 밝혔다. 남북교류협력사업 추진을 위해 북한사람과 빈번하게 접촉하는 것만 감독하겠다는 설명이다. ‘신고거부 권한’도 없애기로 했다.

    ‘신고거부 권한’이란 남북교류협력사업 또는 북한과 접촉을 신청한 것 가운데 국가안보 또는 사회적 혼란과 관련 있는 일에는 승인 및 신고 수리를 거부했던 권한이다. 통일부가 이 권한을 포기하면 사실상 북한 측과 협력사업에서 제한이 없어진다. 

    공청회는 '온라인 공청회'로 대신하기로

    대북 물품 반출·입 때는 관세법을 적용하지 않고 남북교류협력법을 적용한다는 내용도 개정안에 포함된다. “민족 내부 거래의 특수성을 고려한다”는 것이 통일부 설명이다. "예를 들어 개성공단 등에서 물품 반출·입 때 하는 검사 자체가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간편해질 것"이라는 게 통일부 측 설명이다.

    지방자치단체를 남북협력사업의 주체로 포함시키는 조항도 개정안에 담을 예정이다. 과거에는 지자체가 북한과 사업을 하려면 '남북교류협력사업 주체'로 등록된 민간단체를 통해야 했다. 그러다 문재인 정부 들어 지자체 또한 '사업주체'에 해당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려, 통일부 승인만 받으면 북한과 직접 교류협력이 가능하도록 했다. 앞으로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지자체가 통일부의 승인을 받을 필요 없이 신고만으로 독자적으로 북한과 접촉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 ▲ 개성남북공동연락사무소. 북한은 정치, 안보와 무관한 인도적 남북협력에 대해서도 빗장을 걸어 잠그고 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개성남북공동연락사무소. 북한은 정치, 안보와 무관한 인도적 남북협력에 대해서도 빗장을 걸어 잠그고 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남북경제협력 기업의 경협보험 가입 의무화, 한국 기업의 북한사무소 설치규정 명문화 등도 개정안에 포함할 예정이다.

    통일부는 “지난 2월부터 4월까지 전문가들로부터 남북교류협력법 보완 의견을 수렴해 개정안을 마련했다”며 “27일 온라인 공청회(www.excolaw2020.kr)를 열어 의견을 받을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의견은 28일까지 채널 게시판을 통해 받을 것이라고 통일부는 덧붙였다.

    “그러다 간첩에 포섭되면 어떡하냐” 제기되는 우려


    하지만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을 두고 반론도 만만치 않다.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은 통일부의 개정안을 가리켜 “이건 북한에 면죄부를 주는 조치이자 문재인 정부가 김정은에게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남북교류협력법의 북한사람 접촉 후 사후신고제는 북한 대남공작원과 우리 국민의 접촉을 막는 게 목적이라는 것이 유 원장의 설명이다. 국가보안법의 ‘통신·회합 혐의’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북한을 이롭게 했다는 물적 증거가 필요하다. 때문에 북한 대남공작원이 우리 국민을 포섭하기 위해 접근하는 것 자체를 파악하는 게 중요해 남북교류협력법에 신고제도를 넣은 것이라는 설명이다.

    유 원장은 이번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안이 "미국이 '남북협력은 비핵화 진전과 맞춰야 한다'고 해도 문재인 정부는 나름대로 북한과 통하기 위한 노력한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노력"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면서 “다음 차례는 21대 국회에서 국가보안법 개정 또는 폐기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 ▲ 모건 오테이거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모건 오테이거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미국 “남북협력, 비핵화 속도에 맞춰야” 재차 강조

    미국 또한 다시 한번 우려를 담은 견해를 내놨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미국 국무부는 통일부의 남북교류협력법 개정 추진에 관한 질문을 받고 “미국은 남북협력을 지지한다”면서도 “그리고 남북협력의 진전이 반드시 북한 비핵화의 진전과 발맞춰 진행되도록 동맹국 한국과 조율한다(and coordinates with our ROK ally to ensure inter-Korean cooperation proceeds in lockstep with progress on denuclearization)”고 답했다.

    “미국 국무부는 남북철도·도로협력, 5·24조치 실효성 상실, 북한 선박의 한국 해역 통과 등 최근 한국 정부가 잇달아 내놓은 독자적인 남북협력방안과 관련해 ‘미국과 조율해야 한다’는 견해를 거듭 강조했다”고 방송은 덧붙였다.

    이와 관련 통일부는 27일 정례 브리핑에서 미 국무부 답변을 다룬 언론 보도를 언급한 뒤 “한국은 비핵화와 관련, 동맹국 미국과 긴밀히 조율하고 있다”고 밝혔다.

    통일부는 이어 “다만 미국 국무부 논평에 대해서는 언론에 따라 서로 상이하게 보도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며 “이 때문에 마치 한미 간에 입장차이가 있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음을 우려한다”고 밝혔다. 남북교류협력법 개정도 미국과 협의를 거쳤다는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