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운동 활동가 자녀들에게 줬는데, 뭐가 문제냐… 김복동 할머니 뜻 따른 것" 황당 해명
  • ▲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이 지난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전 일본대사관 앞 위안부소녀상에서 열린 1439차 정기 수요집회에서 후원금 회계 논란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권창회 기자
    ▲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이 지난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전 일본대사관 앞 위안부소녀상에서 열린 1439차 정기 수요집회에서 후원금 회계 논란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권창회 기자
    기부금 회계부정 논란에 휩싸인 정의기억연대(정의연)가 지난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1인당 105만원 수준의 금액을 지원한 것으로 밝혀졌다. 

    반면, 정의연은 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 소속 학생 등 좌파성향 시민단체 활동가 자녀들에겐 200만원씩의 장학금을 지급해 논란이 일었다. 시민단체 활동가 자녀들이 피해 할머니보다 2배가량 돈을 더 받은 것이다.

    할머니들에게는 1인당 105만원, 활동가 자녀들에게는 200만원 지급

    14일 국세청 공익법인 공시에 따르면, 정의연의 2019년 '연간 기부금 모금액 및 활용실적 명세서'에는 피해자 지원사업으로 2433만8700원이 지출됐다고 명시됐다. 수혜자는 23명으로 1인당 105만원의 금액을 지원받은 셈이다.

    반면, 정의연이 실질적인 운영을 맡는 '김복동의희망'에서 같은 해 지급된 국내 대학생 장학금(김복동 장학금)은 5000만8000원이 지출됐다. 시민단체 활동가 자녀 등 25명에게 200만원씩의 장학금이 지급된 것이다. 학생 중에는 대진연 소속 회원 2명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진연은 지난해 10월 주한 미국대사관저 담을 넘어 기습시위를 벌인 친북성향 단체다. 

    올해에도 ▲민주노총 건설노조 제주지부 사무국장 ▲전국농민회총연맹 사무국장 ▲한국진보연대 대외협력국장 ▲수원평화나비 공동대표 ▲전북겨레하나 사무처장 ▲대구여성의전화 대표 ▲성남여성회 대표 ▲경산여성회 대표 등 시민단체나 노조·여성단체 활동가의 자녀 10명이 장학금 수혜자로 선정됐다. 특히 정의연 실행이사를 맡았던 시민단체 간부 자녀도 포함됐다.

    이 장학금은 고(故) 김복동 할머니가 2016년 5월 직접 정의연에 5000만원을 기부하며 시작됐다. 이후 조총련계 재일조선학교 학생 17명에게 각각 25만 엔의 장학금이 전달됐다. 이 단체의 초대 대표는 윤미향 전 정의연 이사장이 맡았다. 

    정의연 "김복동 할머니 뜻 따른 것" 주장

    정의연은 김복동 할머니가 사망한 이후인 지난해 3월 재일조선학교 학생에게 지급하는 장학금과는 별개로 국내 시민단체 활동가의 자녀로만 한정한 장학금을 추가 개설했다. 김 할머니의 조의금 중 일부를 재원으로 했다. 이와 관련, 정의연 측은 "김복동 할머니의 뜻을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김 할머니의 유언장이나 공증 내용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정의연의 기부금 사용 논란은 지난 7일 위안부 피해 생존자인 이용수 할머니가 대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의연의) 성금이 할머니들한테 쓰이지 않고 어디에 쓰이는지 모르겠다"고 폭로하면서 시작됐다.

    이에 맞서 정의연 측은 11일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3년간 특정 목적이 지정된 경우를 제외한 기부 수입 약 22억1900만원 중 41%에 해당하는 9억1100만원을 피해자 지원사업비로 집행했다"며 "공시에 나와 있는 피해자 지원사업 예산만으로 저희의 피해자 지원사업을 판단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반박했다.

    김복동 장학금 지급과 관련해서는 "당초 10명의 학생을 선발해 장학금을 전달하려 했지만, 심사 과정에서 예상보다 많은 학생이 신청해 운영위원 논의를 통해 3000만원을 추가, 200만원씩 5000만원을 25명에게 전달했다"며 "여성운동 등에 오랜 기간 헌신한 활동가 자녀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한 게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겠다"고 항변했다.

    김복동의 희망 "여러 지적에 깊이 공감…개선하겠다"

    김복동의희망 측도 13일 성명을 내고 "김복동 할머니의 생전 말씀과 활동에 비춰 이 장학금은 결코 의혹이나 문제제기의 대상으로 폄하될 수 없다"며 "이를 의혹거리로 전락시키는 보도에 강력히 항의한다"고 맞섰다.

    그러면서도 "김복동의희망은 현재까지의 활동과 회계 처리 내역을 투명하게 공지해 왔으나, 기부금품 모집 등록하에 보다 철저하게 관리해왔다면 보다 좋았을 것이라는 여러 지적에 깊이 공감한다"며 "미비한 점에 대한 지적은 겸허히 받아들이고 조속히 개선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기부금 논란이 계속되자 이나영 정의연 이사장도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나와 "공신력 있는 외부 회계사를 통해 감찰받고, 기부해주시고 마음을 모아주신 분들이 다치지 않는 범위에서 법적인 상담과 적절한 조언을 통해 공개하려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