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수 할머니께 사과드린다"면서도… "후원금 전달만이 피해자 지원사업은 아니다"
  • 정의기억연대(옛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한 기부금을 유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이용수(92) 할머니에게 사과드린다면서도 가부금 사용 내역 공개를 거부했다. ⓒ박성원 기자
    ▲ 정의기억연대(옛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한 기부금을 유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이용수(92) 할머니에게 사과드린다면서도 가부금 사용 내역 공개를 거부했다. ⓒ박성원 기자
    정의기억연대(옛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한 기부금을 유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이용수(92) 할머니에게 사과드린다면서도 기부금 사용 내역 공개는 거부했다. 피해자 지원이 후원금 전달 만은 아니라는 견해도 밝혔다.

    "할머니께 사과드린다… 정의연 폄훼하는 사람들 반성하라"

    정의연은 11일 오전 10시30분 서울 마포구 성산동 '인권재단 사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개 숙여 사과했다. 

    이나영 정의연 이사장은 먼저 "지난 30년간 같이 운동해오신 (이용수) 할머니가 표현하신 서운함·불안감, 무엇보다 이 문제가 전혀 해결되지 않는 데 대한 분노를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며 "할머니께 원치 않는 마음의 상처를 드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지난 30년간 피해자와 활동가들이 일궈낸 세계사적 인권운동사를 이런 식으로 훼손할 수 있을까"라며 이용수 할머니의 문제제기에 따른 언론 보도를 '분열'로 치부하고 반발했다. 

    이 이사장은 "아무도 문제제기하지 않을 때 용감한 피해자와 헌신적인 활동가, 연구자들이 이 운동을 만들어왔다"며 "그런데 여러분이 그 역사를 알고 있는지 솔직히 의구심이 든다. 책 한 줄 읽었을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이사장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 성노예제 문제에 번번이 걸림돌이 된 가장 큰 방해세력과 같이 동조해 이 문제를 폄훼하고 활동가를 분열시키고 있다"며 "상처 입힌 사람들이 반성하라. 어떤 글을 보도할지가 어떤 결과를 낳을지, 어떤 세계사적 의미를 가질지 진심으로 고민하고 써주시길 바란다"고도 주장했다.

    정의연은 후원금 논란과 관련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간 특정 목적이 지정된 경우를 제외한 기부 수입은 약 22억1900만원"이라며 "이 중 41%에 해당하는 9억1100만원을 피해자 지원사업비로 집행했다"고 설명했다. 

    정의연이 집행한 전체 피해자 지원사업 비용 9억1100만원에는 2017년 100만 시민 모금을 통해 모인 7억여 원에 일반 후원금을 더해 조성한 8억원을 할머니 8명에게 여성인권상금으로 지급한 내용도 포함됐다.
  • 정의연은 후원금 전달만 피해자 지원사업은 아니라며 정의연을 폄훼하는 세력들은 반성하라고 했다. ⓒ박성원 기자
    ▲ 정의연은 후원금 전달만 피해자 지원사업은 아니라며 정의연을 폄훼하는 세력들은 반성하라고 했다. ⓒ박성원 기자
    단체의 성격과 관련해서는 "위안부 피해자들의 생활 안정만을 목적으로 하는 인도적 지원단체가 아니다"라며 "세계적인 여성인권운동단체"라고 주장했다. 

    한경희 정의연 사무총장은 "피해자 지원사업은 건강치료 지원, 인권·명예회복 활동 지원, 정기 방문, 외출 동행, 정서적 안정 지원, 쉼터 운영 등으로 수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같은 비용은 인건비를 포함하지 않은 비용"이라면서 "공시에 나와 있는 피해자 지원사업 예산만으로 저희의 피해자 지원사업을 판단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수요집회를 통해 모금한 금액은 총 460여 만원으로 전액 수요집회 진행에 사용했다고 밝혔다. 정의연에 따르면, 수요집회 진행비로는 연간 1억1000만원가량이 소요된다.

    "인도적 단체 아닌 세계적 여성인권운동단체… 기부금 사용 내역 공개 못해"

    그동안 후원금을 받지 못했다는 이용수 할머니의 주장과 관련 정의연은 "인권운동이 열악한 환경에서 앞만 보고 달려왔는데, 혹시나 그 과정에 서운함을 느끼셨을 수 있겠다"며 "특히 고령이시기 때문에 마음을 들어드리고 했어야 했는데, 그런 부분에 미흡하지 않았나 반성하는 계기가 됐다"고 토로했다.

    공시한 기부금 사용 내역 중 피해자 지원사업 수혜자 수가 '999명' 등으로 적혀 있다는 지적에는 "데이터가 깔끔하게 처리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사과드리고 실무적으로 미진한 부분을 고쳐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영수증 세부 내역 전체를 공개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영수증 세부 내역 공개는 너무 가혹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세상 어느 NGO가 활동 내역을 낱낱이 공개하느냐. 그만하라"고 선을 그었다.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2015년 한일 합의 당시 일본 정부가 화해·치유재단을 통해 지급하기로 한 10억 엔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는 의혹에는 "수령 여부는 전적으로 할머니들이 결정하게끔 했다"고 반박했다. 정의연은 "할머니들을 일일이 방문해 의사를 확인했다"며 "할머니들에게 위로금을 수령하지 못하게 했다고 하는 건 사실무근"이라고 잘라 말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장 밖에서는 그간 반일감정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소녀상 철거를 주장해왔던 '반일동상진실규명공대위' 소속 회원 두 명이 "윤미향 당선자 의원직 사퇴" "정대협 해체하라" 등의 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