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화재 사망자 朴정부 4년간 38명→文정부 3년간 146명… 사고건수도 2.25배 증가
  • ▲ 4월 29일 이천시 물류창고서 화재가 발생해 38명이 사망하고 10명이 부상을 입었다. ⓒ정상윤 기자
    ▲ 4월 29일 이천시 물류창고서 화재가 발생해 38명이 사망하고 10명이 부상을 입었다. ⓒ정상윤 기자
    "유사한 사고가 반복돼 유감스럽다. 과거의 사고에서 교훈을 얻지 못한 것이다."

    지난달 29일 경기 이천 물류창고에서 대형화재가 발생하자 문재인 대통령이 한 말이다. 문 대통령의 '안전한 대한민국 만들기'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문 대통령은 그간 '안전불감증은 청산할 적폐'라고 강조하며 국민들에게 안전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수차례 약속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12월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에서 대형화재가 발생해 29명이 사망하자, 2018년 신년 기자회견에서 "국민 안전 시스템을 정비하겠다"며 "세월호 아이들과 맺은 약속, 안전한 대한민국을 꼭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제천 화재 사건' 한 달 만인 2018년 1월26일 경남 밀양 세종병원에서 화재가 발생해, 문 대통령의 '안전 공약'을 무색케 했다. 문 대통령도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을 강화하는데 마음을 모으지 못했다"며 "최종 책임은 정부에 있다"고 정부의 부족함을 인정했다. 이어 "안전을 뒷전이나 낭비로 여겼던 안전불감증·적당주의야말로 청산해야 할 적폐"라고 덧붙였다.

    朴정부 대형화재 4건 사망 38명… 文정부 대형화재 9건 사망 146명

    그렇다면 세월호 사고 대처 미흡 등을 이유로 '안전 적폐'로 몰았던 박근혜 정부보다 문재인 정부에서 더욱 안전해졌을까. 본지는 최근 이천 화재 사고 등을 계기로, 국내 대형화재(건물 발생 기준) 사고를 중심으로 두 정부 간 피해현황을 조사해봤다.

    그 결과, 문재인 정부(2017년 3월~현재) 3년간 대형화재로 인한 사망자 수가 박근혜 정부(2013년 2월~2017년 3월) 전체 기간 사망자 수의 3.8배에 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화재 건수 역시 문재인 정부에서 2.25배 늘었다. 전문가들은 근본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실질적인 방안이 마련되지 않은 현실을 지적하며 대형화재 참사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수 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5일 소방청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 당시 건물에서 발생한 대형화재 건수는 4건(사망 38명·부상 242명)이다. 구체적으로 △2014년 5월26일 경기 고양 터미널 상가 화재(8명 사망·58명 부상) △2014년 5월28일 전남 장성 요양병원 화재(21명 사망·8명 부상) △2015년 1월10일 경기 의정부 아파트 화재(5명 사망·129명 부상) △2017년 2월4일 경기 화성 동탄 메타폴리스 상가 화재(4명 사망·47명 부상) 등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대형화재 사고 건수는 9건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사망자는 146명, 부상자도 322명에 달한다.

    구체적으로 △2017년 12월21일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29명 사망·40명 부상) △2018년 1월 20일 서울 종로구 서울장여관 화재(6명 사망·4명 부상) △2018년 1월26일 경남 밀양 세종병원 화재(46명 사망·109명 부상) △2018년 6월17일 전북 군산 유흥주점 화재(5명 사망·29명 부상) △2018년 8월21일 인천 남동구 세일전자 화재(9명 사망·5명 부상) △2018년 11월9일 서울 종로구 고시원 화재(7명 사망·11명 부상) △2019년 2월19일 대구 중구 목욕탕 화재(3명 사망·84명 부상) △2019년 12월22일 광주 북구 모텔 방화 화재(3명 사망·30명 부상) △2020년 4월29일 경기 이천 물류창고 공사현장 화재(38명 사망·10명 부상) 등이다.
  • ▲ 2017년 12월 21일 화재가 발생해 사망 29명, 부상 40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한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건물의 모습이다. ⓒ뉴데일리 DB
    ▲ 2017년 12월 21일 화재가 발생해 사망 29명, 부상 40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한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건물의 모습이다. ⓒ뉴데일리 DB
    이처럼 대형화재와 인명피해 등이 증가 추세를 보이는 것에 대해 소방청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화재 발생 원인은 단순한 하나가 아닌 복합적인 것"이라며 "화재는 소방만 관련된 것이 아니고 건축·안전관리·산업 부분 등 문제와 복합적으로 얽혀있어 실질적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대형화재, 정부 책임 커… 강력 대책 없으면 참사 반복"

    전문가들도 화재를 예방하기 위한 정부 의지가 약하다며 참사가 이어질 수 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창우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정부의 화재 예방 대책에 대해 "근본적 문제가 뭔지 모르는 것"이라며 "도마뱀을 잡으려면 몸통을 잡아야 한다. 꼬리만 잡으니까 다시 꼬리가 자라나는 일이 반복되는 셈"이라고 힐난했다.

    이 교수는 "예를 들어 건축에서 난연성 샌드위치 패널을 불연재로 분류하는데 어떻게 불에 타는 난연성이 불연성이 될 수 있나"라며 "창고나 공장은 다 샌드위치 패널을 쓰는데 화재를 늦게 진압한다 해서 다 소방의 잘못이라고 할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화재 예방을 위한 관련법이 바뀌지 않는 현실에 대한 지적이다.

    그러면서 "건물 간 거리, 내장재, 내부 방화구역 지정, 방화문 설치 방법 등의 시스템은 건축법에 해당한다"며 "애시당초 건물이 안전하게 지어지려면 건축법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도 정부의 단호한 대처를 요구했다. 공 교수는 "화재가 발생하지 않을 수는 없다"면서도 "그러나 재발방지를 위한 법들을 추진하려 할 때 너무 여론의 눈치를 보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그는 "예를 들어 샌드위치 패널을 다 없애자고 하면 관련 업체나 건물주 등의 반발이 있을텐데 이런 것들을 어떻게 이겨내고 법을 제정할 것인가를 고민해봐야 할 것"이라며 "대형화재가 이어지고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것은 정부가 강력한 정책을 펴지 못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이어 "단순히 앞에 있는 표만 생각하고 여론을 따라가지 말고 잘못된 길이라면 잘못됐다는 것을 알려주고 이끌어야 한다"며 "그것이 결과적으로는 대형 피해를 막고 경제적으로도 이득이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