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여고 A교사, 1년생 대상 '외설적' 심리검사지 수업 활용… 학교 측 논란 사과하면서도 징계 안 해
  • ▲ (오른쪽)'외설 설문' 논란을 빚고 있는 서울 동작구의 S여고 가정통신문. ⓒ뉴데일리DB
    ▲ (오른쪽)'외설 설문' 논란을 빚고 있는 서울 동작구의 S여고 가정통신문. ⓒ뉴데일리DB
    서울 동작구의 한 여고 교사가 온라인 수업에서 학생들에게 적나라한 성적 표현이 담긴 설문을 제시하는 등 수업에 부적절한 자료를 활용한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일었다. 특히 학교 측은 '수업의 일환'이라는 해당 교사의 해명만 듣고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학생과 학부모들의 비난이 확산했다.

    28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동작구의 S여고 A교사는 최근 1학년 기술·가정 교과목 3차시 온라인 수업 중 '사랑'과 '결혼'의 내용을 다루는 과정에서 모 심리학자의 심리검사 도구를 활용해 학생들에게 설문 문항을 제시했다. 

    이 검사 도구는 개인의 사랑 유형을 △낭만적 △우애적 △소유적 △실용적 △유희적 △이타적 등으로 평가하는 애정 척도 검사였다. 1970년대에 만들어진 이 검사 도구는 현재 공식 기관에서는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검사 항목이 교육적 목적에 '부적절하다'는 이유에서다.

    고1 수업에서 이성 간 스킨십 조사?… 학부모·시민단체 항의

    실제로 이 검사 도구의 검사 항목에는 '첫 키스를 하거나 볼을 비볐을 때 성기에 뚜렷한 반응이 오는 것을 느꼈다' '우리는 만나자마자 서로 좋아서 키스를 했다' 등 성적으로 다소 적나라한 표현의 질문들이 포함됐다.

    이 같은 내용을 접한 학부모들은 "중학교를 갓 졸업한 고1 청소년들이 답하기에는 도가 지나친 항목들"이라며 학교 측에 정식 항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시민단체들도 나서서 학교 측에 강력한 항의를 이어갔다.

    김정희 바른인권여성연합 대표는 "아무리 심리검사라고 해도 고1 학생을 대상으로 하기에는 매우 부적절한 교육"이라며 "검사 항목을 보면 이성교제를 했을 때 성적 감흥이 있었느냐는 구체적 질문이 많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이를 고1 학생들에게 묻는 것은 중학교 때 성적 관계가 이미 있었는지 물어보는 것"이라며 "건전한 이성교제를 다루는 차원이 아니라 이성 간 깊은 스킨십을 상상하고 이를 유도하는 질문이 포함됐다"고 말했다. 

    논란이 일자 S여고 측은 지난 21일 학부모들에게 온라인 가정통신문을 전달하면서 "기술·가정 설문지로 인해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그러면서 "일부 내용이 고등학생에게는 부적절할 수 있겠다고 판단해 해당 설문을 온라인 플랫폼에서 삭제했다"고 밝혔다.

    S여고 관계자는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담당 교사가 건전한 사랑이 결혼의 전제라는 것을 설명하고, 사랑에 관한 학생들의 인식 수준을 파악하기 위해 이 검사 도구를 사용했다"며 "저작권 문제나 검사의 정확도를 위해 표현을 순화하지 않고 그대로 가져왔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대면수업이었다면 아이들에게 상세한 설명이 가능했을 텐데, 수업이 원격으로 이뤄져 오해가 더 커진 듯하다"며 "3차시에 진행했던 해당 단원은 교육과정을 재구성해 등교개학 이후 면대면 수업을 통해 실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논란 일자 설문 삭제… "부적절한 자료 활용" 비판 이어져

    학교 측은 논란을 일으킨 교사에게 별도의 조치를 취하지는 않겠다는 방침이다. 법규를 위반한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징계나 개인적 처분을 내릴 수 없다는 게 학교 측의 설명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해당 설문을 고1 학생들에게 적용한 교사를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놨다. 이성호 중앙대 교육학과 교수는 "교육자료는 대상과 상황에 따라 적절히 활용해야 하고 표현에서도 통념적 기준이 있는데, 설문 문항 중 일부는 청소년들에게 적합하지 않은 표현이 있다"며 "부모들이 충분히 문제제기할 만한 수준이다. 수업교재를 적절히 활용하지 못한 교사가 무책임하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심리상담 전문가 B씨는 "문제가 된 검사지는 1976년에 만들어진 것으로, 오늘날 공식적인 검사 도구로는 잘 쓰이지 않는다"며 "질문 구성이나 결론 과정을 봐도 타당도가 높은 검사지라고 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이 전문가는 "심리검사는 목적이 있고 조사를 통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있는데, 이 검사지가 고1 학생들에게 활용됐다면 그 의도와 목적이 궁금하다"며 "친구들끼리 장난 삼아 하는 거라면 이해할 수 있지만, 권위를 갖는 상황에서는 맞지 않는 검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