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시위 직격 ⑮] 홍콩 애플데일리 사주 체포는 국제적 주목 끌려는 홍콩 당국의 기획
  • 4월 18일 민주파 인사 15인 체포의 구실이 된 2019년 8월 18일 완차이(灣仔) 시위 모습. 170만명이 참가했으며 폭우가 쏟아져 폭력사태는 발생하지 않았다.  일부 국내언론은 당시 시위를 두고
    ▲ 4월 18일 민주파 인사 15인 체포의 구실이 된 2019년 8월 18일 완차이(灣仔) 시위 모습. 170만명이 참가했으며 폭우가 쏟아져 폭력사태는 발생하지 않았다. 일부 국내언론은 당시 시위를 두고 "시위대가 중국이 무서워서 폭력시위를 자제했다" 고 보도했다.ⓒ허동혁
    홍콩 경찰이 지난 18일 민주파 인사 15명을 체포했다. 지난해 8월 18일과 10월 1일, 10월 20일에 열린 ‘불법집회’에 참가했다는 이유였다. 중련판(中聯辦, 중앙인민정부 주홍콩연락판공실, 중국 정부의 홍콩 사무소)이 “우리 업무는 홍콩 기본법(헌법에 해당)에 구속받지 않는다”고 발표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홍콩 경찰이 민주파 인사를 무더기로 체포한 것은 지난해 8월 30일, 우산혁명 리더 죠수아 웡(黃志峰)을 비롯한 민주화 인사 8명, 입법회 의원 2명을 체포한 이래 8개월 만이다.  

    18일 체포된 사람 중에는 홍콩 민주화 운동의 대부로 불리는 마틴 리(李柱銘, 81) 전 민주당 주석, 지미 라이(黎智英, 71) 넥스트 디지털 회장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람도 있다. 리 전 주석은 1980년대 홍콩 기본법(헌법) 제정에 참여했으며, 지난해에는 미국을 방문,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만나 홍콩 시민에 대한 지원을 호소하는 등 최근까지 활발히 활동해왔다.

    라이 회장은 홍콩 최대 야당 일간지인 애플데일리(蘋果日報)를 소유하고 있다. 라이 회장은 지난해 8월 31일 불법집회 참가를 이유로 체포된 적이 있다. 그 또한 지난해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의 면담에서 홍콩의 일국양제가 위협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 민주파 인사 대규모 체포의 구실이 된 2019년 10월 20일 침샤추이 (尖沙咀) 시위 모습. 35만명이 참가했다ⓒ허동혁
    ▲ 민주파 인사 대규모 체포의 구실이 된 2019년 10월 20일 침샤추이 (尖沙咀) 시위 모습. 35만명이 참가했다ⓒ허동혁
    애플데일리는 1995년 창간 당시부터 중국 및 홍콩 당국을 비난하는 올 컬러 화보로 지면을 채워 시민들의 호응을 얻었다. 한국 정부의 친중 정책을 비난하는 기사도 냈다. 1948년 광동성에서 태어난 라이 회장은 1989년 톈안먼 사태 후 홍콩으로 이주해 애플데일리를 창간했다. 이후 신문 및 의류사업(지오다노)에 성공, 이를 바탕으로 2003년 대만 애플데일리, 2009년 대만 넥스트TV를 개국했다.

    2019년 홍콩에서 시위가 시작된 뒤 당국의 언론탄압 사례는 또 있다. 지난 3월 28일 공영방송 RTHK가 한 프로그램에서 대만의 세계보건기구(WHO) 재가입 문제를 다룬 것을 두고 정부 인사가 “일국양제 위반”이라며 간섭을 시도했다.

    RTHK는 정부가 100% 출자한 방송국이다. 그러나 정부가 편집방향에 간섭을 하지 않아 사실상 민주파 언론으로 분류된다. 때문에 친중 시민들은 자주 RTHK 본사로 몰려가 ‘학게이(黑記, 사이비 기자의 광동어)’라고 외치며 시위를 벌인다.

    홍콩에는 RTHK를 포함, TVB, Now TV, i-Cable 등 총 4개의 보도 채널이 있다. 친중 성향인 TVB의 경우 지난해 8월 시위 현장을 취재하던 리포터 8명이 검열에 항의하며 집단 사직한 일이 있었다. TVB 카메라와 차량을 시위대가 계속 파괴하자, 지난해 8월부터 자사 기자재에 회사 로고를 지운 뒤 시위 취재를 하고 있다.

    표면상 중립 성향을 보이는 Now TV와 i-Cable은 시위에 대해서는 우호적인 보도를 하고 있다. 때문에 소속 기자들은 시위를 취재할 때면 경찰의 표적이 돼 최루 스프레이를 맞거나 고무탄 조준 사격을 당한다. 경찰이 시위 취재 중인 i-Cable 여기자를 일부러 넘어뜨린 후 ‘정당업무 수행’이라고 강변한 일도 있었다.
  • 지난 21일 윤롱 (元朗) 시위 도중 집시법 (5인 이상 집회 및 취식 금지) 위반 명목으로 경찰에게 2천 홍콩달러 (약 31만 8천원) 벌금티켓을 발부받은 시위구호대ⓒ허동혁
    ▲ 지난 21일 윤롱 (元朗) 시위 도중 집시법 (5인 이상 집회 및 취식 금지) 위반 명목으로 경찰에게 2천 홍콩달러 (약 31만 8천원) 벌금티켓을 발부받은 시위구호대ⓒ허동혁
    홍콩 중문 일간지는 총 7개다. 대공보, 문회보(文匯報), 성도일보(星島日報), 동방일보(東方日報)가 친중, 명보(明報)는 중립,  애플데일리, 성보(成報)는 민주파로 분류된다.    

    민주파 계열 ‘성보’는 원래 친중파였지만, 2015년 복간 후 중련판을 비판하고 나섰다. 지난해 3월 대만 카오슝 시장이자 국민당 총통선거 후보 한궈위가 홍콩을 방문했을 때 ‘성보’는 그의 친중 행보를 매국투어라며 1면 톱기사로 다뤘다. 이는 대만에서 큰 반향을 일으켜 지난 1월 총통 선거에서 한궈위가 낙선한 원인 중 하나가 됐다.

    홍콩 경찰은 시위 때마다 내외신과 매체 논조와 무관하게 기자들에게 최루 스프레이를 발사한다. 그 이유 중 하나는 기자들이 개인적으로 홍콩 시위를 지지하기 때문이다. 홍콩 유일의 영문 일간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기자들도 마찬가지이다. SCMP는 중국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이 실소유주여서 친중매체로 분류된다. 또한 사실상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대공보(大公報) 기자조차 시위 도중 경찰에게 연행된 적도 있었다.   

    한편 홍콩 정치권은 당국이 지미 라이 애플데일리 회장을 체포한 것을 일제히 비난했다. 2014년 우산시위 리더이며 2016년 입법회 선거에서 당선됐다 제명당한 네이던 로(羅冠聰) 전 입법회 의원(현재 미국 예일대 유학중)은 “(언론계 인사) 체포 목적은 오는 9월 입법회 선거 전 공포 분위기 조성에 있다. (홍콩의) 일국양제가 무너지고 있다는 증거이며, 우한코로나로 시민들이 시위를 자제하는 시기를 틈타 이뤄진 일”이라고 주장했다.

    민주파 에디 추(朱凱廸) 의원은 “이는 홍콩인들에게 놀라운 일이 아니다. (홍콩 당국이) 국제 사회의 주목을 끌고자 세계적인 저명 인사와 언론인을 체포한 것” 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에디 추 의원의 주장이다.
  • 에디 추(朱凱廸) 홍콩 입법회의원ⓒ허동혁
    ▲ 에디 추(朱凱廸) 홍콩 입법회의원ⓒ허동혁
    “지난 18일 당국의 민주인사 대량체포는 홍콩에서 미중 대결을 벌여 중국인의 애국심을 유발하기 위한 목적이 있다. 이는 중국이 즐겨 쓰는 방법이다.

    오는 9월 선거에서 민주파가 과반을 넘길 가능성이 있다고 보며, 중국 당국이 그 전에 선거제도 개정을 시도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만약 그랬다간 다른 반발을 부를 것이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일부 친중파가 추진하는 홍콩 기본법 제23조의 구체적인 입법 추진도 선거 전에는 진행되지 않을 것이다. (注: 홍콩 기본법 제23조는 중국 공산당 정부에 대항하는 정치단체 결성 및 행동을 금지하는 조항. 기본법에만 명시돼 있을 뿐 아직 구체적인 내용은 만들어 지지 않았다.)

    단 중련판이 민주파 유력 후보들에 대한 DQ(DisQualification, 실격, 후보 자격 실격 처리를 의미)에 나설 수 있다. 작년 11월 구의회 선거에서는 시위 영향을 우려한 중련판이 죠슈아 웡 한 사람만 DQ 처리를 했지만, 중련판은 DQ 기준을 언제든지 바꿀 수 있다.

    입법회 내무위원회 특별(임시)위원장인 민주파 데니스 쿽(郭榮鏗) 의원은 지난해 10월부터 다수 친중파 후보들이 현재 공석인 내무위원장으로 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투표를 계속 미루고 있는데, 최근 당국이 쿽 위원장에 대한 DQ 압력을 넣고 있다. 나 역시 DQ를 당한 일이 있어, 9월 선거 때도 (출마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그 외에도 중련판은 또 다른 기습을 벌여 민주파 탄압을 시도할 수 있다. 우한코로나로 홍콩시위가 현재 휴식기에 있지만, 앞으로 어떻게 시위가 재연될 지 알 수 없다. 따라서 9월 선거는 큰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다. 만약 민주파가 당국의 탄압으로 패배한다면 시위가 격화 될 수 있다.

    지난해 홍콩 시위 때와 달리 중국이 미국의 우한코로나 혼란을 이용하려는 것이 우려된다. 홍콩기본법 제18조에 의하면 중국법을 홍콩에 적용할 수 없지만,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상무위원회(전인대)가 이를 수정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지난해 중국강제압송법 철회 여파로 같이 철회된 국가법(國歌法, 중국 국가 연주 시 야유 금지)도 당초 제18조를 근거로 당국이 입법을 시도했다. 선거 전에 제18조를 근거로 (홍콩 시민들의 자유를 억압하는) 다른 법안의 입법이 가시화 될 수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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