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청자 폭증, 실업급여 사이트 마비… 2조 달러 투입에도 "2분기 실업률 32%" 우려
  • ▲ 미국 뉴욕 노동부 사무소 앞에서 발길을 돌리는 한 사람. ⓒ연합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미국 뉴욕 노동부 사무소 앞에서 발길을 돌리는 한 사람. ⓒ연합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우한코로나 사태로 인한 미국의 실업률 증가세가 둔화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4월 첫 주에도 신규 실업급여 신청자가 660만 명에 달했다. 3주 동안 1680만 명이 실직자가 됐다. 실업률로 환산하면 11%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이날 기업과 지방정부 등에 2조3000억 달러(약 2785조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혔지만, 2분기 실업률이 32.1%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은 가시지 않았다.

    4월 첫 주 신규 실업급여 신청자 660만…누적 1680만

    미국 노동부가 “4월 첫 주 신규 실업수당 신청자가 660여 만 명에 달한다”고 9일(이하 현지시간) 밝혔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전했다. “우한코로나 사태가 확산한 지 3주 만에 무려 1680만 명이 실업자가 됐음을 의미한다”고 지적한 방송은 “이는 미국 전체 근로자의 약 11%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방송은 “2008년 세계금융위기 당시에는 860만 명이 2년에 걸쳐 실업자가 됐다”며 “반면 우한코로나 사태로 인한 실업급여 신청 건수는 단기간에 폭증했다”고 보도했다.

    문제는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통계에는 모든 실업자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실업급여 신청자의 폭증으로 뉴저지·콜로라도·뉴욕·오리건주 등의 실업급여 사이트가 마비돼 이를 신청하지 못한 실업자가 훨씬 더 많다”면서 “미국의 4월 실업률이 15%에 육박할 수도 있다”고 방송은 전했다.

    3월 셋째 주 328만 →  3월 넷째 주 993만 → 4월 첫 주 1680만

    미국에서 우한코로나가 본격적으로 전염되기 시작한 3월 셋째 주 신규 실업급여 신청자는 300만 명, 누적은 328만 명이었다.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미국 정부는 발표가 나온 날 2조2000억 달러(약 2663조원)의 경기부양책을 내놨다.
  • ▲ 미국의 일반적인 노동부 사무소.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미국의 일반적인 노동부 사무소.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그러나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3월 넷째 주 신규 실업급여 신청자는 660만 명 늘었다. 누적 실업자는 1000만 명이었다. 미국 정계는 1조 달러(약 1210조원) 규모의 추가 경기부양책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실업자는 줄지 않았다. 4월 첫 주에도 660만 명의 신규 실업급여 신청자가 발생했다. 3주 만에 1680만 명이 일자리를 잃은 것이다.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추정한 미국 전체 일자리 1억5300만 개 가운데 11%가 사라진 것이다.

    연준 “지방정부와 중소기업 유동성 지원에 2조3000억 달러 지원”

    실업률 통계가 나온 9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FRB 의장은 중소기업과 지방정부의 유동성 부족을 방지하기 위해 2조3000억 달러(약 2785조원)를 공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종업원 1만 명 이하 또는 매출 25억 달러(약 3조245억원) 이하 기업에 1년 거치 4년 만기 대출을 제공하고, 세입 감소로 어려움을 겪는 지방정부에도 직접 대출해줄 것”이라고 FRB는 밝혔다. 기업 대출은 6000억 달러(약 725조8200억원), 지방정부 대출은 5000억 달러(약 604조8500억원) 규모라고 FRB는 설명했다.

    가계와 기업의 대출을 지원하기 위해 자산담보부증권대출기구(TALF)의 담보 적격성 범위를 확대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상업용 부동산 담보증권(CMBS, 상업용 부동산을 담보로 내준 대출을 다시 거래용 증권으로 만든 것), 대출채권담보부증권(CLO, 신용도가 높은 개인 또는 기업에 내준 대출을 거래용 증권으로 만든 것)이 주 대상이다. 여기에 들어갈 지원금은 8500억 달러(약 1027조6500억원)이다.

    파월 의장은 “FRB는 공중보건상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이번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며 “미국이 회복한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FRB는 강력하게, 주도적으로, 적극적으로 대출 권한을 활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의 한 교회 주차장에서 식료품과 생필품을 배급받는 노숙자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의 한 교회 주차장에서 식료품과 생필품을 배급받는 노숙자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미국 정부 안간힘에도 비관적 시장 전망 남아

    FRB의 발표가 나온 뒤 미국 증시는 전일 대비 285.80포인트 오른 2만3719.37로 장을 마감했다. 나스닥 또한 62.68포인트 상승한 8153.58로 마감했다. 미국 내 우한코로나 사망자 증가율이 둔화하는 조짐을 보이는 데다 FRB의 조치로 시장 불안이 조기에 가실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미국경제를 두고 비관적 전망은 아직 가시지 않았다. 지난 3월31일 세인트루이스 FRB는 블로그를 통해 2분기 미국 실업률이 32.1%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이는 대공황이 절정이던 1933년 실업률 24.9%를 훌쩍 넘어서는 수준으로, 역사적으로도 매우 큰 수치”라고 세인트루이스 FRB는 지적했다. 이 전망은 지금까지 유지된다.

    실업률 32.1%는 미국 정부와 FRB의 경기부양책과 유동성 공급 조치를 고려하지 않은 분석 결과지만, FRB가 내놓은 전망이어서 시장에서는 아직 불안감이 가시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