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중3·고3 대상 '랜선 개학'… 서버·장비 문제로 쌍방향 수업 드물어… EBS 60% 시청시 출석 인정
  • 온라인 수업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 ⓒ경남교육청 제공
    ▲ 온라인 수업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 ⓒ경남교육청 제공
    "아직 안 일어났어? 얼른 출석해야지." "소리가 잘 안 들리니?"

    9일 우한 코로나(코로나19) 여파로 사상 첫 '온라인 개학'을 맞이한 교실의 한 풍경이다. 온라인 개학에 따른 원격수업은 먼저 고3과 중3을 대상으로 시작됐다.

    이날 원격수업에 참여한 중·고교의 교사, 학부모, 학생들 대부분은 처음 겪은 수업환경에 우왕좌왕하며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서버 오류나 집중력 저하 등 우려했던 혼란도 현장 곳곳에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수업 진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은 사례가 다반사였다.

    서울 마포구의 한 고3 교사는 "수업 시작 십 분이 지나도 일부 학생들이 접속하지 못해 수업이 지연됐다"며 "메신저로 출석체크를 했는데 아직 일어나지 않은 학생이 있어 전화로 깨우기도 했다. 수업을 할 때도 학생들을 직접 보고 설명하는 게 아니라서 내용을 이해시키기 어려웠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전화로 학생 깨웠다"… 첫 원격수업, 곳곳서 '잡음'

    서울 동작구의 한 중학교 3학년 담임교사는 "구글클래스 플랫폼을 통해 아이들과 처음 만났는데, 수업 전체가 매끄럽게 진행되지는 못했다"며 "소리가 잘 들리지 않고 영상이 끊긴다는 학생들의 의견이 많았다. 영상 재생 속도에도 차이가 발생해 질문과 답변이 제때 오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원격수업은 △교사와 학생이 화상 연결로 수업하는 '실시간 쌍방향형' △EBS 콘텐츠나 교사의 녹화 강의를 통한 '콘텐츠 활용형' △독후감 등 과제를 통한 '과제 수행형' 등 3개 유형으로 이뤄진다. 실시간 쌍방향형 수업이 대면수업과 가장 유사하지만,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콘텐츠 활용형과 과제 수행형 같은 단방향 수업 방식을 진행 중이다. 시스템 과부하나 장비 보유 등의 문제로 학교가 실시간 수업을 적극 활용할 수 있는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당장 대학 입시를 앞둔 고3 학생들은 이 같은 수업 방식에 불안감을 드러냈다. 환경에 따른 학습 격차가 벌어질 수 있는 데다 입시에 필요한 준비가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양정고 3학년 정모 군은 "EBS 동영상을 60%만 들어도 출석 체크가 된다"며 "사실 영상을 틀어놓기만 하고 졸거나 다른 일을 하게 될 때도 있다. 주변 친구들 중에는 수업 중에 수능 공부를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진명여고 3학년 이모 양은 "EBS나 선생님이 구글클래스에 올린 영상을 보고 과제와 질문을 해야 한다"며 "수업을 듣는 건 어려울 게 없지만, 고3은 수업보다도 대입을 준비하는 시기인데 아무 것도 할 수 없어 화가 난다. 수시를 준비하는 친구들은 불만이 더 크다"고 했다.

    EBS 60%에도 출석 체크… "틀어놓고 딴짓 한다"

    예체능 계열 학생들의 경우 원격수업에 따른 어려움이 더하다. 국악고 무용과 3학년 A양은 "수업 중 서버가 막히거나 버벅거릴 때가 있었다"며 "전공 수업은 무용복을 입고 선생님과 영상통화를 한다고 하는데, 영상통화로 수업하는 게 말이 안 된다"고 호소했다. 이어 "지방에 살던 친구들은 학교 주변에 있는 고시원에서 생활하는데 좁은 공간에서 영상통화로 무용 수업을 할 수 없어 걱정하고 있다"며 "예체능 학생들에게는 온라인 수업이 너무 어렵다"고 덧붙였다.
  • 온라인 수업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 ⓒ경남교육청 제공
    ▲ 온라인 수업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 ⓒ경남교육청 제공
    학부모들의 입장도 별반 다르지 않다. 교사의 직접 관리를 받지 못하게 되면서 온라인 수업에 대한 효율성과 자녀들의 집중력 저하 등을 우려하는 것이다. 특히 맞벌이 부부는 자녀를 관리할 방법이 없어 고심이 깊다.

    중3 자녀를 둔 박모 씨는 "아이가 친구들과 카톡을 하면서 수업을 듣길래 혼을 냈다"며 "옆에서 누군가가 관리하지 않으면 수업에 집중시키기 어려울 듯하다"고 지적했다. 박씨는 또 "어떤 학교는 영상을 5분만 들어도 모두 이수한 것으로 처리가 된다더라"며 "아이들의 수업이 시간 때우기 식으로 진행될까 두렵다. 교사와 학생이 주고받는 게 거의 없는데 이게 무슨 수업이냐"고 토로했다.

    고등학생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맞벌이 부부인데 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급하게 온라인 수업이 이뤄지다 보니 혼란스럽다"며 "실시간 수업이 아닌 이상 학생들이 딴 짓을 해도 전혀 관리가 안 되는 상황이 아니냐. 학생들의 집중을 유도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학부모 "집중력 저하 등 관리 어려워"… 교육당국 대책 시급 

    온라인 개학을 두고 현장의 불만이 쏟아지자, 교육당국의 책임 있는 대책과 지원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원격 수업이 본격화되면서 예상치 못한 문제와 혼란이 생길 수 있다"며 "온라인 접근성이 교육 격차와 불평등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총은 이어 "개학이 한차례 연기됐을 때 이미 사태 장기화에 대한 준비 지적이 이어졌는데 그동안 정부와 교육당국은 무엇을 했는지 책임을 피할 수 없다"며 "온라인 수업이 잘 이뤄지도록 시스템 보완을 조속히 완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온라인 개학 과정에서의 여러 문제점, 불편함, 어려움 등에 대해서는 신속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면서도 "온라인 개학은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이고, 새로운 도전이다. 우리 교육이 미래로 나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교육청은 '원격수업 지원 상황실'을 운영해 각급 학교에서 원격수업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며 "콜센터 등을 통해 학교 현장에서 원격수업을 실시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한편 우한 코로나로 인해 미뤄진 개학은 이날 고3·중3에 이어 16일에는 고1~2학년, 중1~2학년, 초등 4~6학년이, 20일에는 초 1∼3학년이 단계적으로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