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갈협박 증거' 인데도 신고 안 해… "불리한 내용 알려질까봐 안 했을 가능성"
  • ▲ 손석희 JTBC 사장이 '박사장' 운영자 조주빈과의 관계를 해명하면서 '삼성'을 거론했지만, 전문가들은 피해자들이 신고하지 않는 이유는 말 못할 약점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정상윤 기자.
    ▲ 손석희 JTBC 사장이 '박사장' 운영자 조주빈과의 관계를 해명하면서 '삼성'을 거론했지만, 전문가들은 피해자들이 신고하지 않는 이유는 말 못할 약점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정상윤 기자.
    손석희 JTBC 사장이 '인스타그램 n번방' 운영자 조주빈과 관계를 해명하면서 '삼성'까지 끌어들였다. 그러나 그의 해명은 또 다른 의문을 낳으며 의혹을 더욱 키우는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피해자들이 신고하지 못하는 것은 말 못할 약점이 밝혀지는 것을 꺼려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손 사장은 지난 27일 오후 자사 기자들을 상대로 조주빈의 협박에도 신고하지 않은 이유로 "삼성이 배후에 있다고 생각했다"는 취지로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천 뺑소니 사건' 논란으로 손 사장과 갈등을 빚은 프리랜서 기자 김웅 씨 배후에 삼성이 있다는 조주빈의 말을 믿었다는 것이다.

    손석희 "삼성 배후 말 믿었다"… 전문가들  "약점 있는 사람이 신고 못해"

    손 사장은 지난 25일 JTBC를 통해 밝힌 공식 해명에서도 김 기자가 손 사장과 그의 가족을 해치도록 청부하며 조씨에게 이미 돈을 지급했다는 말을 사실로 믿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자사 기자들에게 '미투 운동' 당시 삼성 미래전략실 직원들이 과거 자신이 성신여대 교수로 재직하던 시절 관련 의혹이 없는지 뒷조사한 적이 있어 이번에도 삼성이 배후에 있다는 말이 사실일 것이라 믿었다고 해명했다고 알려졌다. 

    또 자신과 가족에게 해를 끼칠 청부 의뢰가 있었다는 말과 관련해서는 "실제로 6개월 정도 집 근처에서 수상한 사람이 서성거리는 것을 CCTV로 확인했다"며 "최근 낯선 남자가 자택을 침입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 같은 손 사장의 해명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누군가 자신과 가족에게 해를 끼치려 하고 자택 주소까지 노출됐다면 긴급하게 경찰 등에 신고하는 것이 상식이다. 수상한 사람이 CCTV에 찍히면 이를 근거로 경찰에 신변보호를 요청할 수도 있다. 

    심지어 손 사장은 조주빈이 보낸 살해 청부 텔레그램 채팅 화면을 증거자료로 가지고서도 신고하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증거 확보와 배후를 캐기 위해서'라는 이유로 조주빈에게 돈을 줬다.

    손 사장은 조주빈의 거짓말에 속았다고 주장하지만 공갈협박 사건에서 약점을 잡히지 않고는 돈을 주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보통 밝히지 못할 약점이 있는 사람이 개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돈을 보내고, 돈을 떼이고도 그 약점이 드러날까봐 신고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30일 본지와 통화에서 "범죄 피해를 당한 사람이 신고하지 않은 것은 본인도 신고함으로써 예상치 않은 일들이 생길 것임을 예견한 것"이라며 "신고해서 공식적 절차가 진행되면 피해자라 하더라도 많은 것들이 공개되기 때문에 자기한테 불리한 사실들이 공개될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웅 기자 역시 지난 28일 자신의 유튜브 방송에서 '삼성 배후설'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김씨는 이날 "김웅이 삼성의 사주를 받고 있다면 심각한 문제인데 신고를 안 했다는게 무슨 말이냐"며 "삼성이라는 대한민국 최대 기업이 가족을 죽이라고, 본인을 해치라고 김웅과 조주빈을 사주했는데 신고를 안 했다는 것을 납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JTBC 기자들 모아놓고 '삼성이 김웅 배후라는 조주빈의 주장을 믿었다'고 했는데 이재용 회장님, 홍라희 여사님, 이건희 회장님 등 제발 제 배후에 좀 계셔달라"며  "인용할 사람의 말을 인용해야지 어떻게 자칭·타칭 악마의 말을 인용하느냐"고 힐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