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층·아동가구 지원도 겹쳐… 경기 포천시, 1인당 최고 75만원 수령
  • ▲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청와대 본관 집현실에서 열린 제3차 비상경제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청와대 본관 집현실에서 열린 제3차 비상경제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우한코로나로 인한 경제위기 극복대책으로 '긴급재난지원금 100만원 지급'이라는 카드를 꺼냈지만, 지방자치단체와 중복지급 문제가 뒤따른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역별 주거지에 따라 1인당 최대 75만원까지 차이가 발생해 형평성 논란도 예상된다.

    문 대통령은 30일 청와대에서 제3차 비상경제회의를 주재하고 "정부는 지자체와 협력해 중산층을 포함한 소득 하위 70% 가구에 대해 4인 가구 기준으로 가구당 100만원의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지급 시기와 관련해서는 "5월 중순 전후로 실제 국민에게 지급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전체 2050만 가구 중 소득 상위 30%를 제외한 약 1400만 가구가 긴급재난지원금을 받게 될 전망이다. 4인 이상 가구는 최대 100만원을 받고, 1~3인 가구는 덜 받는 식이다. 현금이 아닌 지역상품권과 전자화폐로 지급된다.

    하지만 이날 청와대 회의에서는 지자체와 중복지급 문제가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복지급 허용 시 긴급재난지원금은 △중앙정부 △광역자치단체 △기초자치단체 등에서 3중으로 받는 사례가 생겨날 수 있다. 이럴 경우 1인당 가장 많은 액수를 받는 곳은 경기도 포천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자치단체 기본소득 40만원에 경기도로부터 10만원, 중앙정부(4인 기준 100만원)에서 25만원까지 모두 지급되면 최대 75만원까지 수혜를 보게 된다.

    "형평성 논란 불가피… 중앙정부 차원 조정 필요"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특임교수는 이날 YTN에 출연해 "최대 75만원이 되면, 다른 지자체 같은 경우 포천시나 경기도가 하는 식의 지원금이 없다고 한다면 상당히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형평성 논란은 불가피하다. 많이 격차가 날 경우에는 중앙정부 차원에서 어떤 식으로든 조정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예고대로 이날부터 시 복지포털을 통해 온라인으로 재난긴급생활비를 신청받기 시작했다. 1∼2인 가구는 30만원, 3∼4인 가구는 40만원, 5인 이상 가구는 50만원을 지원한다. 서울에 사는 중위소득 100% 이하 4인 가구원 1명은 35만원을 받는 셈이다. 경기도와 달리 다른 광역자치단체는 대체로 중위소득을 기준으로 지원금을 주는 방안을 채택했다.

    정부 안대로 재난지원금을 지급한다면 앞서 기획재정부가 상정한 원안보다 900만 명 이상이 더 지원금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최저생계비 산정 근거로 쓰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을 적용하면 일부 고소득층도 지원받게 된다. 정부는 이미 1차 추가경정예산(추경)으로 저소득층·아동양육 가구에 최대 140만원의 소비 쿠폰을 제공하기로 했다. 중복지급하지 않으면 차상위층과 중산층이 비슷한 수준으로 지원금을 받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지자체에 대응 떠넘긴 홍남기… 서울시 "정부 지침 와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지자체에서 지원하는 내용과 중앙정부 지원금이 서로 보완적이 될 수도 있고, 정부 지원금에 추가해 지자체가 재원을 더 보태서 지원될 수도 있다"며 "거기에 대해서는 지자체가 지역 사정을 가장 잘 알고,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지자체가 상당부분 신축성, 탄력성을 갖고 대응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서울시 관계자는 "아직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과 서울시의 재난긴급생활비를 중복해서 받을 수 있을지 결정된 것이 없다. 아직 정부의 정확한 지침이 내려오지 않아 조정된 것이 없다"며 "정부에서 지자체에 대해 재량권을 준다든지 등 구체적 확정안이 내려와야 논의될 것이다. 현재는 정부와 논의를 위해 준비 중인 상황"이라고 말했다고 뉴시스가 보도했다.

    통합당 "선거 유·불리만 저울질한 임시방편"

    야당에서는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방침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정연국 미래통합당 선대위 상근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지원 방식, 재정 여력을 제대로 감안하지 않은 무책임한 결정"이라며 "지금 정부여당이 쏟아내는 경제대책은 현장과 현실은 외면한 채 선거 유·불리만 저울질한 임시방편, 임기응변식 대응 일색"이라고 지적했다.

    정 상근대변인은 "가뜩이나 급격한 최저인금 상승과 대책 없는 주52시간제 도입으로 기업은 경쟁력을 잃은 지 오래고, 시장은 붕괴 직전이었다"며 "돈이 필요할 때마다 적자국채로 메워서 나중에 그 빚을 어떻게, 누가 감당하겠다는 것인가"라고 질타했다.

    김종인 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은 이날 당 회의에서 "이 코로나 사태가 지금 당장에 오늘, 내일, 한 달 사이에 끝나는 것도 아니고, 이게 앞으로 연말까지 지속될지, 더 내려갈지 모르는 실정"이라며 "지금 흔히 이야기하는 식으로 '100만원 주면, 100만원이 끝나면 그 다음에는 어떻게 할 것이냐' 그러한 것에 대한 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4대 보험료, 전기요금 감면도… 적자국채 발행 가능성

    한편 정부는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자영업자를 위해 4대 보험료와 전기요금 부담도 덜어주기로 했다. 정부는 건강보험료 납부액 기준 하위 20~40%를 대상으로 올해 3~5월 3개월간 월 납부액을 30% 감면하기로 했다. 직장가입자 기준 월 소득 233만원 이하면 감면 혜택을 받는다. 총 488만 명의 건강보험 가입자에게 월 최대 2만원에서 최저 6000원의 감면 혜택이 돌아가지만, 당초 정부 감면안 50%보다 낮은 수준이다.

    국민연금은 3개월간 납부 유예를 완화한다. 본래 실직이나 휴직이어야 유예가 가능하지만 소득감소를 납부유예 사유로 인정한다. 고용보험도 30인 미만 사업장이 원할 경우 3~5월 납부분을 3개월 뒤에 낼 수 있다. 산재보험은 3개월간 납부유예와 6개월간 30% 감면혜택을 적용하기로 했다. 전기요금도 상시근로자 5인(광업·제조업 등은 10인) 미만 사업자와 기초생활보장수급자, 소득차상위계층 등 취약계층에 한해 3개월간 납부기한을 미뤄준다.

    재난지원금 재원은 총 9조1000억원으로 정부와 지자체 간 협업 차원에서 8 대 2로 지원할 계획이다. 지자체는 앞서 1조20000억원을 지원했으며 나머지 2조원을 부담할 예정이다. 정부는 7조1000억원 규모를 2차 추경을 통해 조달할 방침이다. 홍 부총리는 "긴급재난지원금 충당이 힘들다면 부분적으로 적자국채도 불가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