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배후면 신고도 못하나" 손석희 해명에 의문… 삼성 측 "갑자기 삼성 언급해 황당하다"
  • ▲ 손석희 JTBC 사장. ⓒ정상윤 기자
    ▲ 손석희 JTBC 사장. ⓒ정상윤 기자
    자신을 흥신소 직원이라고 속인 '텔레그램 n번방 운영자' 조주빈(25)에게 수천만원을 건넨 것으로 알려진 손석희(64) JTBC 사장이 해명발언에서 느닷없이 삼성을 언급해 의문을 자아냈다. 

    손 사장은 "김웅(50) 기자의 배후에 삼성이 있다"는 조씨의 말에 속아 신고하지 못했고, 증거를 확보하기 위한 차원에서 돈을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손 사장이 △테러 위협에 금품까지 요구받았음에도 즉각 신고하지 않은 점 △언론사 사장인 그가 삼성이 김웅 기자의 배후라 해도 신고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 이 같은 해명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30일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손 사장은 지난 28일 JTBC 사옥에서 자사 기자들에게 "조씨가 법적분쟁 중인 김웅 프리랜서 기자의 배후에 삼성이 있다고 말해 신고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앞서 미성년자의 성착취물을 제작하고 유포한 혐의로 구속된 조씨는 지난 25일 검찰에 송치되면서 손 사장 등의 이름을 언급했다. 이후 손 사장은 JTBC를 통해 성명을 내고 조씨에게 협박받아 금품 요구에 응한 일이 있다고 털어놨다. 

    삼성이 배후면 신고 못하나… 손석희 해명 '의문 투성이'

    손 사장은 지난 25일 낸 성명에서 "조씨가 자신을 흥신소 직원이라고 소개했다"고 말했다. "김웅 기자가 조씨에게 손 사장과 손 사장 가족을 해치도록 청부하면서 돈을 지급했다는 내용의 텔레그램 대화 내용을 조씨로부터 받았고, 그것을 사실로 믿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손 사장의 해명에도 '왜 즉각 신고하지 않았느냐'는 의문이 이어지자 이날 다시 자사 기자들에게 "조씨로부터 '삼성이 배후'라는 얘기를 들어 신고하지 못했다"고 말한 것이다.

    손 사장은 나아가 이날 '미투(Me too) 운동' 당시 삼성 미래전략실이 자신의 뒷조사를 했다고도 덧붙였다. 때문에 이번에도 김 기자의 배후에 삼성이 있다는 말이 사실일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김씨와 조씨 배후에 삼성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 신고해야 한다는 판단이 잘 서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손 사장의 해명에도 여전히 의문은 가시지 않는다. '삼성이 배후'라고 해서 테러 위협과 금품 요구를 신고하지 못할 이유가 있느냐는 것이다. 손 사장과 JTBC는 평소 삼성에 비판적인 보도를 자주 했다. 따라서 배후에 삼성을 둔 김웅 기자가 자신과 자신 가족을 향한 테러를 흥신소에 청부했다고 믿었다면, 이를 경찰에 바로 신고하고 삼성과 관련한 사실 여부를 취재하라고 지시하는 것이 일반적 판단이었을 것이다. 

    손 사장은 조씨의 말을 믿은 근거로 "6개월 정도 CCTV에 수상한 사람이 서성거리는 것을 확인했고, 낮선 남자가 자택을 침입한 사실이 있다"고도 해명했다. 하지만 이 역시 앞뒤가 맞지 않는다. 'CCTV 자료'와 '낮선 남자의 침입 사실'은 경찰 수사나 취재의 증거로 활용할 수 있다. 이미 증거자료를 확보했음에도 신고하지 않고, 오히려 신원불상자에게 돈을 보낸 것이다. 

    삼성 "황당하다"… 김웅 "조주빈, '손석희 혼외자' 언급"

    손 사장의 해명에 삼성 측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삼성 관계자는 "삼성이 배후에 있었고 테러 협박까지 받았다면 손 사장이 신고는 물론 JTBC를 통해 보도도 했을 것 아닌가"라며 "왜 삼성을 언급하며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불미스러운 사건에 느닷없이 삼성이 언급되면서 기업 이미지 손상도 우려되는 상황"이라고도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또 미투 운동이 한창이던 2018년 삼성 미래전략실이 손 사장의 뒷조사를 했다는 주장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미투 운동이 한창일 당시는 2018년인데, 삼성 미래전략실은 이미 2017년 2월 해체됐다"면서 "손 사장이 전후 사실관계가 맞지 않는 주장을 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연루자인 김웅 프리랜서 기자는 손 사장의 해명에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 기자는 지난 28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김웅 기자 Live'에서 '조주빈이 손석희 혼외자 암시했지만 불신'이라는 제목의 방송을 진행했다. 김 기자는 "삼성이라는 거대한 기업이 가족을 죽이라고 사주했는데 신고하지 않았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면서 "인용할 말을 인용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김 기자는 "조씨가 내게 손 사장의 혼외자를 암시했지만 믿지 않았다"고도 말했다. 김 기자는 "조주빈이 '2017년 4월16일 밤 10시쯤 과천교회 옆 주차장에 주차돼 있던 손 사장의 차 안에 젊은 여성과 아이가 함께 있었다'는 취지로 텔레그램을 보냈다"면서 "조주빈은 '여성이 누구나 알 만한 사람'이라며 손 사장에게 혼외자가 있음을 암시했지만 저는 믿지 않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