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진 전 대법원 상임위원 폭로…이수진 "인권법연구회 선배 부탁 거절 못해 주선"

  • ▲ 이수진 전 판사. ⓒ뉴시스
    ▲ 이수진 전 판사. ⓒ뉴시스
    "이수진 재판연구관(현 더불어민주당 동작을 후보)이 서기호 의원(전 판사)을 잘 안다고 해 '상고법원(입법 추진을 위해) 도움이 필요하니 다리를 놔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이 2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판사 박남천) 심리로 열린 양승태(71·사법연수원 2기) 전 대법원장, 박병대(62·12기)·고영한(65·11기) 전 대법관의 57차 공판에서 한 증언이다.

    이규진 전 상임위원은 양승태 사법부의 △통합진보당(통진당) 행정소송 등 헌법재판소의 주요 사건 및 내부 정보 수집 △주요 사건 재판 개입 혐의 △'법관 블랙리스트' 파악 및 '비위 법관' 무마 의혹 △상고법원 입법 추진을 위한 입법부·청와대와의 거래 등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를 입증할 핵심 증인이다. 그는 '헌재 내부 자료 수집' 등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이기도 하다.

    "이수진 재판연구관에게 '다리 놔 달라' 부탁"

    이 전 상임위원은 "2015년 4월2일 일정표를 보면, 박병대 당시 법원행정처 처장 지시에 따라 점심 무렵 이수진 당시 대법원 재판연구관과 함께 서기호 (당시 정의당의) 의원을 만난 사실이 있는가"라는 검찰 측 질문에 "그렇다"고 했다.

    그는 "박병대 당시 처장이 지시해서 만난 것은 아니고, (법사위에 속한) 서기호·서영교 의원을 접촉했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제가 인권법 연구회에 있었어서 말하기 편하다고 해 (직접) 가서 만났다"며 "이수진 당시 재판연구관이 서기호 의원을 잘 안다고 해, '상고법원 (입법 추진을 위한) 도움이 필요하니 다리를 놔 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이규진 전 상임위원, 서기호 전 의원, 이수진 전 재판연구관은 모두 인권법연구회 회원이었다.

    그러면서 "서기호 의원을 만난 자리에서 상고법원이 필요하다고 설득했다"며 "만난 당일 서 의원과 나눈 내용이 맞는지 다시 확인을 구하기 위해 이수진 재판연구관에게 (당일 오후 4시28분에) 이메일을 보냈다"고 부연했다. 이메일에는 상고법원 대화 내용, 서기호 전 의원의 의견, 서 전 의원 의견에 대한 이규진 전 상임위원의 반박 등이 담겼다.

    이규진 전 상임위원은 이어 "당시 꼭 (박병대) 처장님에게 보고했다기보다 자연스럽게 '이렇게 만났다'고 실장회의에서 (박병대 당시 처장에게) 보고한 것 같다"고 했다. 당시 박병대 처장의 반응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관행이었다, 적절한지 묻는다면…"

    이수진 전 판사(재판연구관)는 상고법원 반대 등 양승태 사법부 시절 사법개혁을 주장했다고 알려진 인물이다. 4·15 총선 서울 동작을 지역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출마했다. 이 전 판사는 양승태 대법원의 상고법원 추진 연루 의혹에 대해 28일 입장문을 내고 "상고법원에 반대하는 입장이었으나 인권법연구회 초기 활동을 한 선배 판사가 만남을 조율해달라는 것까지 거절할 수 없어 주선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검찰 측은 이 외에도 "지시 사항을 (업무수첩에) 적고, (지시에 따라) 헌법재판소 파견 법관을 통해 헌재 내부 정보를 수집한 것도 관행으로 봤는가"라는 질문을 이어갔다. 이 전 상임위원은 "관행으로 안다"며 "이전에도 (헌재의) 연구관 보고서를 대법원에 준 적이 있다"고 답했다. "다만 적절한 행위인지를 묻는다면 부적절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는 말도 보탰다.

    아울러 이 전 상임위원은 "(업무수첩 기재 내용은) 당시 양승태 대법원장, 박병대 처장 등의 지시 사항을 그대로 쓴 것이 아니라 지시 사항을 순화해서 적은건지 (내가) 해석해서 적은건지 정확히 기억이 안 난다"며 "(수첩에 기재된) 그 취지로 말했으나 워딩 그대로 쓴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 전 상임위원의 업무수첩에는 '헌재의 적극적 시기 도래→우리도 적극적 대처 필요, 합리적 대처' 등 윗선들의 지시 사항이 기재됐다.

    "지시 사항을 업무수첩에 워딩 그대로 적은 것은 아니고…"

    이날 검찰 주신문은 약 8시간 동안 이뤄졌다. 이 전 상임위원이 '핵심 증인'인 만큼, 향후 4번의 공판에서 검찰 주신문, 변호인 측 반대신문이 이어졌다. 양 전 대법원장 등의 다음 재판은 오는 4월1일 열린다.

    한편 법무부는 박 전 대법관 변호인이 사실조회 신청한 '법무부의 집중관리대상 검사 선정 및 관리 지침'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날 "공공기관 정보 공개 법률상 인사 관련 내용이라 공개하기 어려움을 양해해달라'고 법무부가 (법원에) 회신했다"고 밝혔다. '집중관리대상 검사 선정 및 관리 지침'은 지난해 2월 폐지된 법무부 예규다. '검사 블랙리스트'라는 의혹을 받은 지침이다.

    박 전 대법관 측은 "(피고인 측은) 법원의 인사관리지침이 부당하다고 (기소가) 됐는데 이 같은 판단은 사회 통념에 비춰 봐야 한다"며 "그래서 과연 다른 행정기관에서는 물의 소지가 있는 직원 등을 어떻게 관리하는지 봐야 하는 것"이라며 사실조회 신청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법무부의 결정은) 사실조회 회신이 아니라 거부이고, 법원이 한 사실조회 신청을 (법무부가) 국민들의 정보공개 청구와 똑같이 취급한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