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키트 400만 개 확보 나서…"한국이 UAE에 판 코로나 수송 용기도 모사드가 샀을 것" 추론
  • 우한코로나 검체 채취 키트. 20cm 길이의 면봉으로 코와 목 뒷부분의 검체를 추출한다.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우한코로나 검체 채취 키트. 20cm 길이의 면봉으로 코와 목 뒷부분의 검체를 추출한다.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가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해외에서 비밀공작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일각에서는 한국 업체가 지난 17일 아랍에리미트연합(UAE)에 수출했다는 코로나-19 검체 수송용 배지(培地)와 용기도 이스라엘이 실구매자였을 것이라고 의심했다.

    “이스라엘, 코로나-19 진단 키트 10만 개 비밀리에 수입”


    영국 ‘가디언’지는 지난 19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모사드가 국제적 비밀작전을 통해 코로나-19 진단 키트 10만 개를 구입해 본국으로 보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 보건부 관계자는 “코로나-19 진단 키트는 이스라엘과 관계가 그다지 좋지 않은 2개 이상의 나라에서 구입한 것이어서, 당국이 공개적으로 구입 의사를 밝힐 수 없었다”고 밝혔다고 신문은 전했다.

    신문은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관련 이견으로 중동 나라와는 낮은 수준의 외교관계만 맺었는데, 이들 나라는 이스라엘에 코로나-19 관련 물품을 팔려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모사드가 코로나-19 진단 키트를 구매한 곳이 중동, 특히 걸프 지역 국가일 가능성이 있음을 귀띔했다.

    “그러나 모사드의 코로나-19 진단 키트 구입작전이 성공한 것은 아니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필수적인 부분이 빠진 진단 키트를 구입한 것이다. 신문은 “이스라엘에서는 모사드가 구해온 진단 키트가 무용지물이라는 보고서까지 나왔다”고 전했다.

    이타마르 그로토 보건부차관은 이와 관련해 이스라엘 현지매체 'Y넷'에 “불행하게도 우리가 (모사드로부터) 받은 진단 키트는 당장 필요한 품목이 아니다. 우리에게 시급히 필요한 건 검체 채취용 면봉”이라고 밝혔다. 

    예루살렘포스트는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채취한 검체를 옮길 때 필요한 액체(배지 운송용 액체)인데 모사드가 구입한 진단 키트에는 없다”는 보건부 관계자의 말을 전하며 모사드의 비밀작전은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를 본 국내 일각에서는 한국 업체가 지난 17일 UAE에 수출한 진단 키트 수송용 용기의 실구매자가 실은 이스라엘이 아닌가 의심한다. 우리나라가 판매한 용기에는 수송용 액체도 포함됐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정부 “모사드, 괜찮다. 잘했다. 계속해라”


    현지 언론은 모사드를 비판했지만, 이스라엘 정부는 칭찬하며 힘을 실어줬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구입한 장비들은 국민에게 매우 필요한 것들”이라며 “모사드를 비롯한 이스라엘 정부기관은 코로나-19 대응에 모든 가용자원을 활용할 것”이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 이스라엘의 한 기차역에서 방호복을 입은 사람 2명이 한 남성을 체포해 끌고 간다. 방호복을 입은 사람들은 국내정보기관 신베트 요원이고, 붙잡힌 사람은 우한코로나 확진판정을 받은 뒤 병원에서 도망친 사람이라고 한다. ⓒ영국 BBC 한국어판 영상캡쳐.
    ▲ 이스라엘의 한 기차역에서 방호복을 입은 사람 2명이 한 남성을 체포해 끌고 간다. 방호복을 입은 사람들은 국내정보기관 신베트 요원이고, 붙잡힌 사람은 우한코로나 확진판정을 받은 뒤 병원에서 도망친 사람이라고 한다. ⓒ영국 BBC 한국어판 영상캡쳐.
    가디언은 모사드의 코로나-19 대응 공작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문은 “모사드가 코로나-19 대응 공작에 나설 당시 이스라엘 정부가 400만 개의 진단 키트를 여러 나라로부터 구매하려 한다는 현지 방송 보도가 있었다”면서 “이런 여러 가지 정황으로 볼 때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한 모사드의 비밀공작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코로나-19의 확산을 예방하기 위해 진단역량을 강화하려 노력하고 있다”며 “이들은 인구 900만 명의 나라면서 하루 3000명을 진단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다는 계획을 세웠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인구대비로 보면 하루 1만 건을 진단하는 한국 수준을 넘어서게 된다.

    신베트도 동원한 이스라엘…한국 정보기관은 어디에?

    이스라엘 정부는 모사드 외에 방위군(IDF)과 국내 정보기관도 코로나-19 대응에 동원했다. 

    이스라엘 방위군은 코로나-19 확진자 가운데 경증환자들만 격리수용한 텔아비브 단 파노라마 호텔 운영을 시작으로, 시민 통제와 격리시설 관리를 맡았다. 국내 정보기관 신베트(Shin Bet)는 코로나-19 확진자의 이동 경로와 밀접 접촉자 추적을 맡았다. 

    이스라엘 정부는 신베트의 활동을 돕기 위해 법원 영장 없이 휴대전화 위치추적 등이 가능하도록 조치했다. 이스라엘 보건부 발표에 따르면 24일(현지시간) 기준 확진자는 1442명이다. 

    코로나-19 확진자가 9000명에 육박해 가는 동안 국가정보원과 국군안보지원사령부의 존재감이 거의 없던 우리와는 비교되는 대응이다.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는 동안 국정원의 활동으로 눈에 띈 것은 지난 3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북한이 7000여 명을 코로나-19 의심증상자로 분류해 격리했다”고 보고한 정도다. 이는 전날 북한 관영매체에서 밝힌 것과 별 차이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