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 7375명, 하루 만에 25% 증가… 이탈리아 북부 14개 주에 여행제한 '비상조치'
  • ▲ 이탈리아의 한 병원 응급실 앞에 차려진 임시 진단소.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탈리아의 한 병원 응급실 앞에 차려진 임시 진단소.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우한폐렴 확산을 막기 위해 북부지역을 봉쇄하려던 계획이 실패하자 이탈리아 정부가 9일(이하 현지시간) 더욱 과격한 조치를 내놨다. 북부지역 시민들의 여행을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이탈리아, 8일 기준 확진자 7375명, 사망자 366명

    이탈리아 시민보호청은 “8일 기준 우한폐렴 사망자는 133명 늘어 366명, 확진자는 전날 대비 25% 증가한 7375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로써 잠깐 동안 한국(9일 기준 7382명)을 넘어서기도 했다. 이탈리아 여당 대표도 확진판정받았다.

    “이처럼 우한폐렴 확진자가 큰 폭으로 증가하자 이탈리아 정부는 롬바르디아를 비롯한 14개 주 주민을 대상으로 급진적 조치를 새로 내놨다”고 영국 BBC가 전했다. 급진적 조치란 롬바르디아를 비롯한 14개 주 주민 1600만 명을 대상으로 여행을 제한하고, 거의 모든 공공장소를 폐쇄하기로 한 것이다.

    여행제한이 적용되는 주는 모데나·파르마·베네치아·피아첸차·레조·에밀리아·리미니·알렉산드리아·아스티·베르첼리·페사로에우르비노·노바라·파두아 등이라고 BBC는 전했다. 방송에 따르면 이곳 인구는 이탈리아 전체의 4분의 1에 해당한다.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는 새로운 격리조치에 따라 오는 4월3일까지 이들 북부 14개 주 주민들이 다른 지역으로 여행하려면 정부의 특별허가를 받아야 하며, 이탈리아 전역의 학교·체육관·박물관·수영장·클럽 등 사람이 모이는 곳과 대로(大路)까지 폐쇄한다고 밝혔다. 식당과 카페는 영업할 수 있지만 고객 간 거리를 최소 1m 이상 띄워야 한다. 축구 등 스포츠 경기는 무관중으로 치러야 한다.
  • ▲ 생필품을 사기 위해 영업 전부터 슈퍼마켓 앞에서 기다리는 이탈리아 시민들. ⓒ연합 EPA.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생필품을 사기 위해 영업 전부터 슈퍼마켓 앞에서 기다리는 이탈리아 시민들. ⓒ연합 EPA.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여행제한조치가 내려진 북부에서 정부 명령을 어길 경우 3개월 구류에 처해질 수 있다. 콘테 총리는 “시민들의 건강을 보장해드리고 싶다”며 “하지만 우리는 때로는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봉쇄 공문 회람 중 언론이 내용 보도…결국 봉쇄 실패

    이탈리아 정부가 이처럼 강경한 대응을 내놓게 된 것은 언론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탈리아 정부는 지난 8일 우한폐렴 확진자가 급증하는 롬바르디아주를 포함해 북부와 동부 11개 주를 봉쇄하려 했다. 정부는 계획 실행 전 먼저 해당 지자체에 회람을 했다. 그런데 한 언론에서 “북부와 동부지역이 내일부터 봉쇄된다”고 보도했다.

    북동부 11개 주가 곧 봉쇄된다는 보도가 나오자 겁에 질린 주민들이 탈출하기 시작했다. 중앙정부는 즉각 경찰과 국가헌병대(카라비니에리, 경찰과 군인의 중간에 해당하는 치안유지부대)를 현장으로 보내 지역봉쇄를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최소 수십만 명의 주민이 이미 다른 지역으로 떠난 것이다.

    콘테 총리는 봉쇄 사실을 보도한 언론에 “보도 때문에 불안과 혼란이 촉발된 것을 용납할 수 없다”며 분노를 표했다. 그러나 이 언론을 처벌하거나 제재했다는 소식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