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여정 ‘청와대의 저능한 사고방식에 경악을 표한다’ 담화 발표… 청와대 '침묵'
  • ▲ 김정은의 동생 김여정. 오빠와 달리 다이어트를 열심히 했다. 현재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김정은의 동생 김여정. 오빠와 달리 다이어트를 열심히 했다. 현재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을 맡은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이 청와대를 콕 집어 “바보스럽다”는 비난담화를 내놨다. 김여정은 “대통령이 직접 입장을 밝히지 않아 다행”이라는 문구를 넣어 마치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비난은 아닌 것처럼 보이려 했다. 청와대와 통일부는 침묵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3일 김여정이 내놓은 담화를 전했다. 그는 ‘청와대의 저능한 사고방식에 경악을 표한다’는 담화를 통해 청와대가 지난 2일 북한 초대형 방사포 시험발사에 유감을 표했다며 맹비난했다.

    김여정은 청와대를 향해 “어떻게 내뱉는 한 마디 한 마디, 하는 짓거리 하나하나가 구체적이고 완벽하게 바보스러울까”라며 “미안한 비유지만 겁 먹은 개가 더 요란하게 짖는다고 했다. 딱 누구처럼”이라고 비아냥거렸다.

    김여정은 “나는 남측도 합동군사훈련을 꽤 즐기는 편으로 알고 있으며, 첨단 군사장비를 사오는 데 열을 올리는 등 꼴 보기 싫은 놀음은 다 하는 것으로 안다”면서 “남의 집에서 훈련을 하든 휴식을 하든 자기네가 무슨 상관이 있다고 할 말 못할 말 가리지 않고 내뱉느냐”며 청와대의 유감 논평을 가리켜 “주제넘은, 실없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고 비난했다.

    김여정 “군대에 훈련은 주업이고 자위적 행동”

    비난은 이어졌다. “몰래 끌어다 놓은 첨단 전투기는 우리를 치려는 것이지, 그걸로 농약이나 뿌리자고 가져 왔겠느냐. 3월 (한미) 합동군사훈련도 남조선에 창궐한 우한폐렴 때문에 연기한 것이지 평화나 화해, 협력에 관심 없는 청와대 주인들의 결심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것은 세상이 다 안다”며 “전쟁연습놀이에 그리도 열중하는 사람들이 남의 집에서 군사훈련을 하는 것을 두고 가타부타 하는 것은 적반하장의 극치”라고 김여정은 비난했다.
  • ▲ 북한은 지난 2일 초대형 방사포 발사 훈련을 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북한은 지난 2일 초대형 방사포 발사 훈련을 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그는 “불에 놀라면 부지깽이만 봐도 놀란다는데, 어제 실시한 인민군 화력전투훈련에 대한 청와대의 반응이 그렇다”며 “나라의 방위를 위해 존재하는 군대에게 훈련은 주업이고 자위적 행동”이라며, 방사포 발사는 누군가를 위협한 게 아니라고 김여정은 강변했다.

    김여정은 “우리가 보기에 청와대 행태는 세 살 난 아이들과 달라 보이지 않는다. 강도 같고 억지 부리기 좋아하는 것을 보면 미국을 빼닮은 꼴”이라며 “청와대 때문에 남측 전체에 대한 우리의 불신과 증오, 경멸만 더 증폭시킬 뿐”이라고 주장했다.

    김여정은 이번 담화에서 “정말 유감스럽고 실망스러운 담화가 대통령의 직접적인 입장표명이 아닌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해, 마치 문 대통령은 비난의 대상이 아닌 양 표현했다. 그러나 그가 청와대를 적시해 비난과 조롱을 한 만큼 문 대통령 또한 비난의 대상이라는 풀이가 지배적이다.

    청와대와 통일부는 김여정의 비난 담화에 “따로 언급할 사항이 없다”면서 침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