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21일 지하철 역사 등 공공장소 6곳에서 '중국 응원' 광고 송출… "코로나 늦장대응 책임 물타기"
  • ▲ 서울시청 외벽 대형 스크린에 송출된 중국 응원 문구. ⓒ권창회 기자
    ▲ 서울시청 외벽 대형 스크린에 송출된 중국 응원 문구. ⓒ권창회 기자
    국내 우한폐렴(코로나-19) 확진자가 크게 늘어 국민의 불안이 깊어지는 가운데, 서울시가 지하철 역사와 시청 외벽 등 공공장소에서 중국을 두둔하는 듯한 '응원 광고'를 송출해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중국인 입국금지' 청와대 국민청원 동의 인원이 70만 명을 넘어서는 등 반중(反中) 감정이 확산하는 상황에서 국민 감정에 역행하는 서울시의 행태가 부적절했다는 지적이다.

    시는 지난 15~21일 일주일간 지하철 역사 등 시내 전광판을 통해 '우한 짜요(加油: 파이팅), 중궈 짜요' '이제 서울이 어려움에 처한 중국과 함께합니다' 등의 응원 문구를 한글과 한자로 송출했다.

    '중국 파이팅' 박원순 구호… 공공장소 송출, 대중에 노출

    이 응원 문구는 지난 12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중국에 구호물품을 보내며 제작한 응원영상에서 "우한 파이팅! 중국 파이팅! 서울은 중국을 지지합니다!"라고 외친 것 등을 문자화한 것이다.

    이들 문구는 서울 시청사 외벽의 대형 스크린과 지하철 5호선의 광화문·여의나루·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과 2호선 충정로역, 4호선 회현역 미디어보드 등 6곳의 공공장소에서 대중에 노출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영상이 송출되는 시점에 우리나라에서는 확진자가 뜸하게 발생했고 중국은 점점 심해지는 상황이었다"며 "그 때문에 우리가 중국에 힘내라는 응원 메시지가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마련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서울시 의도와 달리 응원영상 제작이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중국인 입국금지를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동의자가 70만 명을 돌파하는 등 반중(反中) 여론이 들끓는 상황에서 굳이 중국 응원광고를 할 필요가 있었느냐는 지적이다. 특히 영상이 송출되던 시점인 지난 19~21일은 신천지대구교회를 중심으로 확진자가 대거 발생하는 등 국내에서 우한폐렴 사태가 급속히 확산하는 시기였다.

    게다가 중국 관영 언론 '환구시보'는 24일 한국과 이란 등을 가리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응조치가 느리다"며 "제2의 우한이 생기지 않기 바란다"고 적반하장 태도를 보여 국민의 분노에 기름을 끼얹은 상황이었다.

    시민들은 서울시의 중국 응원광고를 강하게 비판했다. 강모(36·자영업) 씨는 "하라는 중국인 입국금지는 안  하고 응원이나 하고 있으니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다"며 "대통령도 그렇고, 서울시도 그렇고 왜 이렇게 중국에 굽신거리는지 모르겠다"고 분노했다.
  • ▲ 지하철 미디어 보드를 통해 송출된 서울시의 중국 응원 문구. ⓒ권창회 기자
    ▲ 지하철 미디어 보드를 통해 송출된 서울시의 중국 응원 문구. ⓒ권창회 기자
    "보고 싶지 않은데 공공장소에서 왜 트나"… 시민들 분노

    또 다른 시민 이모(42) 씨는 "중국은 자기네 나라에서 전 세계적으로 퍼진 우한폐렴에 미안하다는 이야기도 없고 '대응이 느리다'는 등 적반하장으로 나오는데 우리가 왜 중국을 응원해야 하느냐"며 "서울이 함께하는 게 아니라 박원순이 중국과 함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공장소에서 광고를 튼 것과 관련해서도 국민 여론을 의식하지 않은 서울시의 행태를 보여준 것이라고 시민들은 비난했다.

    전업주부인 서모(39) 씨는 "마트에 물건을 사러 잠깐 돌아다니다가도 중국사람들을 보면 피해 다닌다"며 "여기(한국)에 있는 중국사람들 잘못은 아니지만 꺼림칙한 것은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전광판에 중국을 응원한다는 게 아니라 '서울시민 여러분, 함께 헤쳐나가자' 등의 내용이 더 적절하지 않았을까 싶다"며 "중국사람들보다 서울시민이 우선돼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홍은동에 사는 김모(42) 씨는 "광화문으로 출근하는 길에 중국 응원광고를 보고 '아 서울시가 정신 나갔구나'라고 생각했다"며 "박원순 생각이 서울시민의 생각은 아니지 않나. 서울시민들이 원하지도, 보고 싶지도 않은 중국 응원광고를 공공장소에서 틀겠다는 건 시민들을 무시한다는 거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 ▲ 지하철 미디어 보드를 통해 송출된 서울시의 중국 응원 문구. ⓒ권창회 기자
    ▲ 지하철 미디어 보드를 통해 송출된 서울시의 중국 응원 문구. ⓒ권창회 기자
    "중국 띄워 신천지 잘못으로 몰고 가는 정치적 노림수"

    전문가들은 서울시가 제작한 응원문구가 정치적 계산이 깔린 노림수라고 내다봤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민주당 측에서 하는 말이 '중국보다 신천지가 감염시킨 사람이 더 많다'는 것 아니냐"며 "그렇기 때문에 중국을 띄워주면서 신천지가 잘못했다고 프레임을 씌우기 위한 일종의 물타기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친중반미 하는 사람들이 중국의 심기를 거스를까봐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라며 "중국인 입국제한도 못해 우한폐렴이 창궐하는 '제 코가 석자'인 상황에서 중국 파이팅을 외치는 분이 너무 한가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응원 문구 영상을 송출할 때 우리나라의 내부 단속부터 할 필요가 있었지 않나 싶다"며 "코로나-19가 우리나라에서 어느 정도 완벽하게 가라앉고 통제되는 모습을 보였을 때 '중국 힘내라' 이랬으면 몰라도 아직 확진자가 나오는 상황에서 응원한 것은 섣불렀다고 생각된다. 그런 부분에서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