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번 환자, 대남병원 간 적 없어 '간병인 숙주설' 확산… "中 입국 허용 부작용" 지적도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국내 첫 사망자가 발생한 곳으로 알려진 지난 21일 오후 경북 청도군 대남병원에서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들이 코로나19 의심 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뉴시스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국내 첫 사망자가 발생한 곳으로 알려진 지난 21일 오후 경북 청도군 대남병원에서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들이 코로나19 의심 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뉴시스
    중국인 입국금지를 요청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76만명이 동의하며 중국인 입국제한 여론이 거센 가운데, 온라인에서도 중국인 관련 의혹 제기가 끊이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입국한 중국인으로부터 우한폐렴이 감염되는 것을 숨기는 것 아니냐"는 주장까지 나왔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우한폐렴이 확산하는 중에도 고집스럽게 중국인 입국을 제한하지 않은 것이 의혹이 확산되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질병관리본부는 당초 신천지 교인들이 감염된 이후 대남병원에서 감염이 일어난 것으로 보고 조사를 벌여왔지만 둘 사이의 상관 관계를 찾지 못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20일 정례 브리핑에서 31번 확진자가 대남병원을 방문했을 가능성을 두고 조사를 벌였지만, 세부조사 결과 대남병원을 방문하지 않은 사실이 확인됐다. 또 신천지 교인 40여 명이 이만희 신천지 교주 친형의 장례식을 위해 1월31일부터 2월2일까지 대남병원을 찾았지만, 이들의 신원 파악과 조사가 늦어지고 있다. 게다가 파악된 이들 중 31번 확진자와 접촉한 사실도 확인되지 않아 의혹이 증폭됐다. 

    네티즌 "왜 대남병원에서만 사망자 속출하나"

    온라인에서는 애초에 질병관리본부가 의심했던 감염 경로가 "틀린 것 아니냐"는 의혹이 확산했다. 사망자가 대남병원 환자들에게서 집중돼 나타나고, 신천지 대구교회와 대남병원 환자들의 접촉 여부도 확인되지 않기 때문이다. 25일 오후 2시 현재, 사망자 9명 중 6명이 대남병원에 입원했던 환자들이다. 
  •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지난 24일,
    ▲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지난 24일,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조사를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뉴시스
    네티즌들은 신천지대구교회와 대남병원의 최초 감염 연관성과 관련해 대남병원내 중국인 간병인을 의심한다. 실제로 청도 대남병원에서는 지난 19일 한 달간 외출이나 면회 기록이 없는 정신과 폐쇄병동의 환자 2명이 확진받은 데 이어 20년 동안 병원에서 치료받던 환자가 우한폐렴으로 사망했다.

    각종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우한폐렴에 감염된 중국인 간병인 입국→ 청도 대남병원에서 근무하며 환자들 집단 감염→ 2월10일께 대구신천지 교인들 대남병원 자원봉사→ 2월17일 정부 중국인 간병인 전수조사 발표→ 2월19일 대구신천지 대거 감염 보도 시작→ 대남병원 사망자 발생 시작이라는 시나리오를 주장한다. 

    실제로 지난 17일 질병관리본부는 급작스럽게 전국 요양병원 종사자와 간병인의 중국·홍콩·마카오 여행 이력을 전수조사하기로 결정했다. 이를 바탕으로 네티즌들은 "정부가 이미 17일께 대남병원의 중국인간병인들을 통해 환자들이 감염된 것을 알았던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했다.

    정은경 "모든 가능성 열고 조사할 것"

    하지만 네티즌들이 주장하는 신천지 교인들의 2월10일께 대남병원 봉사활동 기록은 없다. 지난 11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 신천지 교인 10명이 이만희 신천지교회 교주의 고향인 경북 청도군 현리마을에서 미용 자원봉사활동을 했으나 대남병원은 아곳에서 약 8~9km 떨어졌다. 이들은 31번째 확진자와 동선이 달라 서로 접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24일 충북 오송에서 정례 브리핑을 열고 "대남병원과 신천지교회의 연관성은 지역적 연관이나 발병 시기가 비슷해 연결고리가 있지 않겠느냐는 가능성을 두고 있다"며 "신천지 교인이 교회에 방문했을 수도, 병원 종사자 중 교인이 있을 수도, 대남병원에서 열린 신천지 이만희 교주 형 장례식이 연결고리일 수도 있으니 모든 가능성을 열고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감염내과 전문의는 "확진자가 급속도로 많아지면서 정부가 상황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 같다"며 "사실 방역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감염원을 원천 차단하는 것인데 정부가 이상하리만큼 중국인 입국금지를 하지 않는 방향을 고집하면서 이런 의혹들이 제기되는 것이 아닌가 한다. 일종의 정부의 방역정책 고집의 부작용"이라고 밝혔다.

    한편 25일 경상북도는 "이날 오전 8시 기준 경북지역 코로나-19 확진환자는 232명이고, 청도 대남병원 환자는 111명으로 전날과 같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