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최대 영화상 '아카데미 시상식'서 '작품상' 등 4개 부문 휩쓸어프랑스 '칸영화제' 이어 '영미권 3대 시상식'서 모두 '본상' 수상 쾌거
  • ▲ 영화 '기생충'을 연출한 봉준호 감독과 출연 배우들. ⓒ스플래시닷컴
    ▲ 영화 '기생충'을 연출한 봉준호 감독과 출연 배우들. ⓒ스플래시닷컴
    봉준호 감독이 연출한 한국 영화 '기생충(Parasite)'이 '1인치 자막'의 장벽을 넘어섰다. 9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 돌비극장(Dolby Theatre)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Academy Awards 2020)'에서 '기생충'은 영화제 최고상인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구 외국어영화상)' 등 4개 부문을 수상해 아카데미 4관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미국 영화인들의 축제로 여겨지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비영어권 영화'가 작품상을 수상한 건 '기생충'이 최초다. 또한 '기생충'은 영화 '마티(1955, Marty)'에 이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과 아카데미 작품상을 동시 수상한 두 번째 영화가 됐다.

    외국인이 만든 비영어권 작품으로 사상 11번째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오른 '기생충'은 '1917' '조조 래빗(Jojo Rabbit)'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Once Upon a Time... in Hollywood)' '아이리시맨(The Irishman)' '포드 브이 페라리(Ford v Ferrari)' '조커(Joker)' '작은 아씨들(Little Women)' '결혼이야기(Marriage Story)' 등 쟁쟁한 후보작들을 제치고 최고 영예인 작품상을 거머쥐었다.

    봉 감독은 지난달 5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베벌리힐튼호텔에서 열린 제77회 골든글로브 시상식(Golden Globe Awards)에서 최우수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하며 "자막의 장벽, 1인치의 장벽을 뛰어 넘으면 여러분들이 훨씬 더 많은 영화를 즐기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아카데미 시상식의 전초전으로 불리는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비영어권 작품에 대한 관심을 호소했던 봉 감독의 말은 한 달 뒤 현실로 이어졌다.

    전통적으로 미국 영화에 대한 자부심과 함께 소위 '자막이 있는 영화'에 대한 거부감이 강한 것으로 알려진 '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cademy of Motion Picture Arts and Sciences)' 회원들은 '기생충'을 '올해의 영화'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영국 BBC는 '기생충'이 작품상을 수상한 직후 "그동안 수많은 비영어권 영화들이 해내지 못한 역사를 기생충이 썼다"며 "오늘은 기생충의 역사적인 밤"이라고 호평했다.

    "텍사스 전기톱으로 감독상 5등분하고 싶다"

    이날 시상자인 제인 폰다가 작품상 수상작으로 '기생충'을 호명하자 봉준호 감독과 배우들, 바른손이앤에이 곽신애 대표 등과 함께 무대 위에 오른 이미경 CJ엔터테인먼트 부회장은 "저는 봉준호 감독의 미소와 미친(특이한) 헤어 스타일, 걸음걸이, 센스, 유머감각 등 모든 것을 좋아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봉 감독에게 감사드리고, '기생충'에 참여해 준 모든 분들, 한국 영화를 보러 와주신 관객분들에게 감사드린다"며 "덕분에 저희가 안주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는 소감을 전했다.

    곽신애 대표는 "상상도 해본 적 없는 일이 실제로 일어나 너무 기쁘다"며 "이 순간, 굉장히 의미있고 상징적이고 시의적절한 역사가 쓰여진 기분이다. 이런 결정을 내려준 아카데미 회원들에게 경의와 감사를 표하고 싶다"고 말했다.

    수상을 위해 무려 4번이나 무대에 오른 봉 감독은 '각본상'을 수상한 뒤 "이 상은 한국이 받은 최초의 오스카상이다. 언제나 많은 영감을 주는 아내와 대사를 화면에 옮겨준 멋진 배우들에게 감사하다"는 소감을 전했고, '국제장편영화상'을 받은 뒤엔 "이름이 바뀐 후 처음으로 이 상을 받게 돼 더더욱 의미가 깊은 것 같다"며 "상 이름이 상징하는 바가 있는데 오스카가 추구하는 그러한 방향성에 대해 박수를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국제장편영화상'을 받은 뒤 "오늘 밤은 술을 거하게 마실 것 같다"고 말했던 봉 감독은 곧이어 '감독상'까지 수상하자, "'국제장편영화상'을 타고 오늘 할 일은 끝났다고 생각해 쉬고 있었는데 정말 감사하다"며 "내일 아침까지 술 마실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해 장내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봉 감독은 "어릴 때 '가장 개인적인 게 가장 창의적'이라는 말을 책에서 읽고 가슴에 새겼는데, 그 말을 한 사람이 바로 앞에 계신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라며 "마틴의 영화를 보고 공부한 사람으로서 후보에 함께 오른 것만으로도 영광"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영화를 미국 관객들이 잘 모를 때 리스트로 꼽아준 쿠엔틴 타란티노 형님에게도 감사드리고("쿠엔틴 알러뷰"), 같이 후보에 오른 토드나 샘 모두 제가 존경하고 좋아하는 멋진 감독들"이라며 "만일 오스카에서 허락한다면 텍사스 전기톱으로 상을 5개로 잘라 나눠주고 싶다"는 재치어린 소감을 남겼다.

    한편 '기생충'과 더불어 유력한 작품상·감독상 후보로 꼽혔던 '1917'은 음향효과상·촬영상·시각효과상 을 차지해 3관왕에 올랐고, 10개 부문 후보에 오른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는 남우조연상(브래드 피트)과 미술상을 받아 2관왕에 올랐다. 제임스 맨골드 감독의 '포드 V 페라리'도 음향편집상과 편집상을 수상했고, 무려 11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됐던 '조커'도 남우주연상(호아킨 피닉스)과 음악상을 수상해 2관왕을 달성했다.
  • ▲ 영화 '기생충' 스틸 컷. ⓒ앤드크레딧 / ㈜바른손이앤에이
    ▲ 영화 '기생충' 스틸 컷. ⓒ앤드크레딧 / ㈜바른손이앤에이
    다음은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수상자(작) 명단.

    △작품상 : 기생충

    △남우주연상 : 호아킨 피닉스(조커)

    △여우주연상 : 르네 젤위거(주디)

    △남우조연상 : 브래드 피트(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여우조연상 : 로라 던(결혼 이야기)

    △감독상 : 기생충

    △각본상 : 기생충

    △각색상 : 조조 래빗

    △촬영상 : 1917

    △편집상 : 포드 V 페라리

    △미술상 :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의상상 : 작은 아씨들

    △분장상 : 밤쉘

    △음악상 : 조커

    △주제가상 : 로켓맨

    △음향편집상 : 포드 V 페라리

    △음향효과상 : 1917

    △시각효과상 : 1917

    △국제장편영화상 : 기생충

    △장편애니메이션작품상 : 토이스토리4

    △단편애니메이션작품상 : 헤어 러브

    △단편영화상 : 더 네이버스 윈도우

    △장편다큐멘터리상 : 아메리칸 팩토리

    △단편다큐멘터리상 : 러닝 투 스케이트보드 인 어 워존

    [사진제공 = TOPIC/SplashNews (www.splashnews.com 스플래시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