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되는 돈퓰리즘④ 최저임금+52시간제→ 불황 심각한데 상품권으로 민생 해결?
  •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권창회 기자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권창회 기자
    "소상공인과 자영업자가 잘사는 나라를 만들겠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이 최근 4·15총선 공약 3호를 발표하면서 내건 슬로건이다. 이날 민주당은 총선을 3개월 앞두고 자영업자 표를 겨냥한 현금지원정책을 대거 내놨다. 액수도 '조' 단위로 역대급 규모다.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등에서 쓰이는 온누리상품권과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액을 2024년까지 현행 5조5000억원의 2배 수준인 10조5000억원까지 늘리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주52시간제 도입 등에 따른 보완책은 공약에서 빠져 '앙꼬 없는 찐빵'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자영업자 등 돌리자 세금 대량살포

    총선을 앞둔 민주당의 정책공약을 들여다보면 방향성은 명확하다. 지지기반이 약한 표밭에 국민 세금을 대량으로 살포하고 유권자의 표를 사겠다는 전략이다. 전형적인 매표행위라는 비난의 목소리다. 

    조정식 민주당 정책위 의장은 지난달 22일 온누리상품권과 지역사랑상품권 발행규모를 2024년까지 10조5000억원으로 늘리는 내용 등을 담은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공약을 발표했다. 민주당의 계획대로라면 온누리상품권은 올해 2조5000억원에서 2024년까지 4조5000억원, 같은 기간 지역사랑상품권은 3조원에서 6조원으로 발행액이 확대된다. 

    민주당은 이와 함께 소상공인 보증규모를 2021년부터 매년 1조5000억원씩 추가 확대해 민간 금융기관에서 자금조달이 어려운 사업체 7만5000개가 활용하도록 하겠다고도 했다. 7등급 이하 저신용 소상공인을 위한 재도전 특별자금 지원액도 올해 500억원에서 2024년 1500억원으로 3배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또 정책금융기관이 보유한 부실채권을 지속적으로 소각할 계획이다. 올해부터 2024년까지 5조6000억원을 소각하는 것이 목표다. 

    조 정책위의장은 "민주당이 약속드린 공약이 차질없이 이행될 경우 소상공인 매출증대, 경영혁신, 생업안전망 확충 등의 정책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자생력 기반 강화는 물론, 내수경제 전반에 새로운 성장동력 또한 창출될 것이라 전망된다"고 말했다.
  • ▲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총선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박성원 기자
    ▲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총선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박성원 기자
    자영업자 줄도산하는데 '진짜 고통' 외면

    이날 민주당은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을 겨냥한 대규모 지원정책을 쏟아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과는 거리가 멀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12월 및 연간 고용동향'에 따르면, 비임금근로자 중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16만9000명 증가했다. 반면 '질 좋은 일자리'로 분류되는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는 18만 명 줄었다. 이는 자영업자들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직원들을 대량해고한다는 의미다.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고통은 지난해 10월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이 공개한 한국은행보고서에서도 드러난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은은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으로 대변되는 고용정책의 변화가 인건비 부담을 가중시켜 자영업자의 퇴출이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지난해 7월 작성된 것이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최저임금과 근로시간단축 정책에 가장 민감하게 영향받는 영역은 소규모 영세사업장과 자영업시장"이라며 "체계적으로 준비할 중소기업의 인적·물적자원이 부족한 현실이기 때문에 특히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은 제도 변화에 대응할 여력이 없고 과당경쟁 속에 있는 자영업자에게 즉각적인 충격을 줬다"고 분석했다. 

    한은은 특히 "소비 축소와 과당경쟁 결과 자영업자(도·소매, 음식·숙박업 등 4대 업종 기준)의 폐업률(신규 대비 폐업 업체 비율)은 2016년 77.7%에서 2018년 기준 89.2%로 크게 상승했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자영업자 폐업률이 급격히 상승한 것이다.

    상품권으로 민생경제 해결?…"거시적 대책 나와야"

    현실이 이런데도 민주당 공약에는 그동안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 지속적으로 보완을 요구한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주52시간제 도입 등과 관련한 내용은 하나도 없다. 이를 두고 민주당이 표를 얻기 위한 선심성 공약만 남발하고,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진짜 고통은 외면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유필선 소상공인협회 대외협력부장은 본지와 통화에서 "상품권 발행을 확대하는 것은 환영한다"면서도 "그러나 자영업자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주52시간제)으로 인해 경기가 불황에 빠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 부장은 "최저임금 인상 등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종합적이고 거시적인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