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되는 돈퓰리즘② 군사력 111억 깎고, 복지 포함 2조 늘려… "혜택 본 장병들이 추후 부담"
  • ▲ 육군 제20기계화보병사단의 기동사열 모습. ⓒ정상윤 기자.
    ▲ 육군 제20기계화보병사단의 기동사열 모습. ⓒ정상윤 기자.
    여권의 4·15총선을 염두에 둔 '현금 살포'는 군에도 침투했다. '병사 월급 인상' '자기개발비 지원' '동원훈련비 인상' 등 현역은 물론 예비역에 이르기까지 표를 겨냥한 선심성 포퓰리즘 정책이 노골적으로 진행된다. 

    이는 더불어민주당이 주축이 된 '4+1(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가 올해 예산안을 심사하면서 선심성이 다분한 장병 복지예산을 대폭 늘린 결과다. "결국은 혜택을 본 세대가 짊어져야 할 빚"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4+1 협의체', 장병 복지예산 국회서 대폭 증액

    국방부에 따르면, 2020년도 국방예산은 전년대비 3조4556억원(7.4%) 증가한 50조1527억원으로 확정됐다. 지난해 12월 '4+1 협의체'는 정부 원안(50조1527억원)에서 2056억원을 삭감한 다음 감액된 만큼 장병 복지 등 예산을 늘려 정부안과 동일한 규모로 조정했다. 

    이와 관련해 국방부는 "국회 심사과정에서 2056억원의 예산이 감액되었으나, 여・야는 감액된 규모만큼 핵심전력의 확보와 장병 복지에 재투자해 2020년도 국방예산을 정부안과 동일한 규모로 조정했다"고 밝혔다. 

    올해 예산안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장병 복지와 관련한 전력운영비 예산을 대폭 확대한 점이 확인된다. 전력운영비는 전체 국방예산 중 66.7%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올해 전력운영비는 전년대비 2조1485억원(6.9%) 증액된 33조4723억원으로 편성됐다. '4+1 협의체'가 지난해보다 증액된 정부안에서 추가로 111억원을 증액했다. 반면, 군사력 건설에 투입되는 방위력개선비는 정부안에서 111억원 감액됐다.
  • ▲ 병사 봉급 인상표. ⓒ국방부
    ▲ 병사 봉급 인상표. ⓒ국방부
    총선 앞두고 현금복지 확대로 이어져

    이렇게 국회에서 조정된 예산은 장병들을 겨냥한 현금성 복지 확대로 이어졌다. 대표적으로 올해부터 병사들은 병장 기준 월 54만900원을 받게 된다. 이는 지난해 대비 33% 인상된 것이다. 2018∼19년 병장 월급은 40만5700원이었다. 

    이를 두고 야권에선 "군대 제대하고 나서 총선에서 민주당 찍으라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국방부는 오는 2022년까지 병사 봉급을 2017년 최저임금의 50% 수준인 월 67만6000원 수준으로 단계적으로 인상할 계획이다. 

    군복무 중 자기개발활동 지원도 확대된다. 국방부는 올해 80억원을 투입해 병사 자기개발 비용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한 지난해 예산은 20억원에 불과했다. 1년 만에 4배나 돈을 더 푸는 것이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 병사들의 자기개발비 지원금액은 1인당 연간 5만원에서 10만원으로 2배 증액됐고, 본인부담률은 비용의 50%에서 20%로 낮아진다. 자기개발비 항목에는 영화 및 공연 관람, 책 구매 등이 포함됐다. 

    병사 수가 가장 많은 육군에 65억3300만원, 공군 7억300만원, 해병대 4억2900만원, 해군 3억3500만원이 각각 지원된다. 예산이 한정돼 올해 지원 대상은 8만여 명으로 추산됐다.
  • ▲ 병사 자기개발활동지원 확대안. ⓒ국방부
    ▲ 병사 자기개발활동지원 확대안. ⓒ국방부
    예비역까지 겨냥…훈련비 4만2000원으로 인상

    예비역에 대한 현금지원도 확대된다. 올해부터 예비군훈련(동원) 보상비가 기존 3만2000원에서 4만2000원으로 인상되고, 지역예비군훈련 실비를 1만3000원에서 1만5000원으로 인상한다. 

    또 지난해 교통비는 7000원을 지급했으나 내년부터는 8000원을 지급하며, 중식비는 6000원에서 7000원으로 인상된다. 국방부는 "헌법상 영장주의 원칙에 위배된다"며 병사 영창제도도 폐지하기로 했다. 

    이밖에도 범여권에서는 군인들의 표를 노린 무책임한 공약을 남발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지난해 9월 군혁신방안을 발표하면서 "군인 사병 급여를 현행 월 30만~40만원선에서 100만원으로 올리겠다"고 해 논란을 자초했다. 

    심 대표는 당시 "'병사 월급 100만원 시대'를 열겠다. 부모의 금전적 도움 없이 군복무를 하고, 복무를 마치면 목돈 1000만원 정도를 남기게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았다.

    곽상도 한국당 의원은 본지와 통화에서 "당장에는 혜택 준다고 해서 좋을 순 있겠지만 결국 나중에는 혜택을 본 그 세대가 부담해야 할 빚으로 돌아갈 것"이라며 "정치인들이 세심하게 공약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군인에게 최고의 복지는 생명 보호"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복지도 좋지만, 군인에게 최고의 복지는 생명을 보호해주는 것이다. 군인에게 그 이상의 복지는 없다"며 "그런데 군 생명과 관련된 예산은 삭감하고 (표를 위해) 눈에 보이는 것만 해줬다면 그건 언젠가 책임질 수 있는 일이 발생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4+1'의 책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 교수는 그러면서도 "장병 복지를 확대한 것이 표로 이어질 것 같지는 않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