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9일까지 中 전역서 '애플스토어' 폐쇄… 부품공장 휴업으로 쌍용차 평택공장 가동 중단
  •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오후 서울 명동을 방문해 소상공인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뉴시스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오후 서울 명동을 방문해 소상공인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뉴시스
    지난해 재정을 대거 투입했는데도 2.0% 성장에 그친 우리 경제가 우한폐렴이라는 복병을 만났다. '2.0%' 중 세금 지출을 의미하는 정부 기여도가 75%에 달하는 비정상적 성장을 보인 상황에서 전염병으로 인해 민간경제가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게 됐다. 게다가 최근 중국은 정부의 부양책에도 수출을 비롯해 소비·투자·생산 등 내수가 모두 부진한 모습을 보여, 중국경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가 타격받을 것이 이미 예상되던 상황이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최근 우리 경제와 관련한 중국 경제의 영향을 분석한 보고서를 발간했다. 지난해 말 국회예산정책처가 펴낸 <경제·산업동향 & 이슈> 창간호 중 '2020년 우리 경제의 중국 리스크 점검' 보고서는, 중국의 GDP가 1% 하락할 때 그 여파로 우리나라는 1분기 GDP가 0.2%, 대중국 수출은 0.5% 각각 줄어들 것으로 추정했다.

    "중국 GDP 1% 하락하면 한국 수출은 0.5% 감소"

    보고서는 중국의 수출과 성장률 둔화가 우리나라 GDP를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감소시킨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보고서는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과 GDP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중국의 내수부문보다 수출부문 변동에 따른 영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는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 중 중간재 수출비중이 높은 데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이어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은 메모리 반도체 중심의 고위기술 중간재가 견조한 증가세를 나타내면서 중간재 수출비중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품은 반제품과 부품·부분품을 합한 중간재가 79.6%로 여전히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고 전했다. 

    보고서는 또 "중국의 GDP가 1% 하락할 때,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은 1분기 0.5% 감소하고, 1분기 우리나라 GDP를 0.2% 감소시키며 그 효과가 4분기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중국의 내수부문은 수출부문에 비해 우리 경제에 대한 영향이 작거나 유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주요 분석기관, 중국 GDP 성장률 6%서 4%까지 하향조정

    최근 주요 해외 경제분석기관들은 우한폐렴으로 인해 올해 중국의 GDP 증가율을 1~2% 하향조정했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감염 확산이 2~3월 정점에 달할 경우 올 1분기 중국의 성장률이 당초 예상치인 6%에서 최대 1%p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역시 성장률 6%를 기대했던 중국 사회과학원도 자국내 소비와 서비스 감소로 성장률이 5%대 이하로 낮아질 가능성을 우려했다. 심지어 4%대를 예상하는 기관도 있었다. 일본의 노무라인터내셔널은 "올 1분기 중국의 실질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지난해 4분기 증가율인 6%보다 2%p 이상 낮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 ▲ 국내 금시장에서도 금값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자료=네이버
    ▲ 국내 금시장에서도 금값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자료=네이버
    한국은행은 2일 '2003년 사스 발병 당시 및 현재 중국경제 여건' 보고서에서 중국경제가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타격받고 우한폐렴 사태가 장기화하면 제조업 등에도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으로 분석했다. 보고서는 중국경제가 정체 상태에 있어 투자가 소비를 상쇄하는 것도 기대하기 어렵다고 봤다. 

    이미 애플은 우한에 이어 중국 전역의 애플스토어를 오는 9일까지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중국에 위치한 부품공급업체 가동이 중단되면서 생산이 타격을 입는 상황에서 판매량까지 감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중국, 소비침체에 따른 GDP 감소 불가피… 국내 대기업도 차질

    중국 정부가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자국 전역 자동차부품공장의 휴업을 연장하면서 국내 완성차업체들도 생산에 영향을 받게 됐다. 중국 현지 생산시설뿐 아니라 국내의 공장들도 부품 수급에 차질이 생긴 상태다. 

    쌍용차는 오는 4일부터 12일까지 9일간 평택공장 가동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이 중국 부품업체들의 생산 차질을 빚었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한국지엠(GM)·르노삼성차도 특근 철회와 생산중단 등 비슷한 사정에 처했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달 30일 "우한폐렴의 여파로 2020년 연간 경제성장률은 0.1~0.2%p가량 하락 압력에 직면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연구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한국경제 파급 영향' 보고서에서 이같이 전망하며, 바이러스 확산이 국내로까지 번진다면 올 4월까지 관광수입은 2조9000억원 감소, 1분기 국내소비는 최대 0.4% 감소, 수출액은 1.5억~2.5억달러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경제활력 바닥 "정책 대전환 안 하면 심각한 경제위기"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응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과거 감염병 사태가 국내경제에 미치는 파급영향 경로를 보면 ①방한 관광객 감소 ②외부활동 자제에 따른 내수 위축 ③감염증 발병국의 내수·생산 위축으로 인한 수출 감소 등 크게 3가지 경로였다"며 "이러한 파급 경로에 따라 피해가 예상되는 수출·음식/숙박·관광·운수/물류·중소기업·자영업자 등 다양한 업종과 분야에 대해 이미 소관부처별로 별도 대응반을 가동하며 현장 실태를 면밀히 점검 중"이라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당장 수출기업에 대해서는 경영애로 해소와 시장 다변화 등을 중심으로 2월 중 수출지원대책을 마련하겠다"며 "내수 위축 등의 피해 우려 업종에 대해서는 정책자금 지원 강화, 업계의 운영비용 절감 등 지원방안을 신속히 마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미 우리 경제가 중국의 영향을 크게 받는 상황에서 이 같은 대책은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크다. 이미 수출이 14개월 연속 하락한 데다 우리 수출을 좌우하는 중국의 해외수출 역시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무엇보다 지난해 성장률 2%에서 민간이 기여한 비중은 25%에 그친 상황에서 정부의 바이러스 대책이 민간의 활력을 회복시키기에는 역부족이란 평가다. 

    양준모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본지와 통화에서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피해가 가시화하지 않는 것은 그동안 불경기가 오래 지속됐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양 교수는 "중국의 상태가 알려진 것보다 심각해 보인다"며 "정부가 정책 대전환을 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재정악화를 초래해 경제위기가 더 심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 ▲ 한국의 대중수출(파란색)과 중국의 전체수출(붉은색) 추이ⓒ국회예산정책처. 원자료=한국무역협회
    ▲ 한국의 대중수출(파란색)과 중국의 전체수출(붉은색) 추이ⓒ국회예산정책처. 원자료=한국무역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