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시위 직격⑬]마스크 금지법 주장 캐리 람과 친중파 의원들, 우한폐렴에 마스크 착용
  • 마스크와 손소독제가 매진됐슴을 알리는 시내 한 약국체인의 안내문ⓒ허동혁
    ▲ 마스크와 손소독제가 매진됐슴을 알리는 시내 한 약국체인의 안내문ⓒ허동혁
    설 연휴가 끝난 29일부터 홍콩 전역에서는 마스크 구입 소동이 벌어지고 있다. 우한폐렴 때문이다. 시민들은 마스크를 판다고 알려진 가게에 새벽부터 몰려가서 수백 미터 씩 줄을 서서 구매했다.

    홍콩의 우한폐렴 확진자는 29일 기준 10명이다. 홍콩은 2003년 사스(SARS, 중증급성호홉기증후군) 유행 때 1750명이 감염되고 286명이 사망했다. 시민들에게는 그 악몽이 강하게 남아있다. 홍콩 당국은 사스 유행 이후 17년이 지난 지금까지 홍콩 입국자 전원에게 체온 측정을 의무화하는 등 전염병 예방을 위해 사력을 다해 왔다.

    설 연휴 동안 우한폐렴에 대한 우려 탓에 왓슨(Watsons), 매닝(Mannings) 등 주요 약국 체인의 마스크가 품절됐다. 28일 저녁 시내 중심 침샤추이(尖沙咀)의 한 약국은 관광객에게 마스크 한 장에 80홍콩달러(약 1만 2천원)를 받고 팔고 있었다. 그러나 관광 중심지를 제외하면 홍콩의 마스크 가격은 안정적인 편이다.

    홍콩 시민들은 연휴가 끝난 29일 아침부터, 마스크를 확보하고 있다고 인터넷 상에 알려진 가게로 몰려갔다. 홍콩 교외 타이포(大埔)의 태국 마켓 체인 ‘타이 아속’(Thai Asok)에서 마스크를 사기 위해 줄 서 있던 한 시민은 “인터넷을 검색해 이 가게에 마스크가 있다는 것을 알아 급히 왔다. 4시간째 기다리고 있다”면서 “알아서 마스크를 챙기라고 한 당국에 책임이 있다”며 홍콩 정부를 비난했다.
  • 교외 타이포 (大埔)에서 마스크를 판매하는 태국 상점 앞에 줄을 선 시민들. 여기서 마스크를 사려면 최소 4시간을 기다려야 한다.ⓒ허동혁
    ▲ 교외 타이포 (大埔)에서 마스크를 판매하는 태국 상점 앞에 줄을 선 시민들. 여기서 마스크를 사려면 최소 4시간을 기다려야 한다.ⓒ허동혁
    이 가게에는 1000여 명에 가까운 시민들이 수백 미터씩 줄을 서고 있었다. 줄 중간쯤에 있던 여고생 트레이시 양은 “나는 여기서 전철 두 정거장 거리인 판링(粉嶺)에 산다. 페이스북에서 이 가게에 마스크가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가족과 함께 여기까지 왔다. 3시간째 간이의자를 놓고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그는 “정부는 이미 지난해 6월부터 민의를 무시해 왔다. 이번 전염병과 마스크 소동은 전적으로 정부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타이 아속’의 매니저는 “우리 가게는 태국에서 마스크를 직수입한다. 매일 100개 들이 카톤(상품 포장단위) 20개를 들여온다. 30개 들이 1박스 당 55홍콩달러(한화 8300원)에 팔고 있다. 1인당 1박스만 구매할 수 있다”며 “정부가 마스크 품절 사태를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데, 무얼하는지 알 수가 없다. 이 상황이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홍콩 언론에 따르면, 홍콩이 기존에 마스크를 구매하던 대만, 중국에서는 수입이 사실상 중단됐으며, 태국, 말레이시아 등 다른 수입 경로에 의지해야 한다. 그런데 이 물량이 일반 약국에 유통되려면 일주일 이상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라 급히 구하려면 ‘타이 아속’ 같은 직판 매장에서 줄을 서는 방법밖에 없다.

    한편 중국강제압송법 시위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우한폐렴은 홍콩에 다른 혼란을 주고 있다. 시민들은 중국으로 통하는 국경 완전폐쇄를 주장하고 있으나, 정부는 28일 중국 직행 고속철과 열차 운행 완전중단, 중국행 비행기 및 버스 운행 50% 중단, 그리고 일부 국경폐쇄 조치를 내 놓았다.
  • 시내 관광 중심지 침샤추이(尖沙咀) 의 한 약국에서 마스크를 한장당 80 홍콩달러 (한화 약 1만 2천원)에 판매한다는 안내문. 중심가를 제외하고 현재 마스크 가격은 30개들이 한박스에 55 홍콩달러 (약 3,800원)로 아직 안정적이다.ⓒ허동혁
    ▲ 시내 관광 중심지 침샤추이(尖沙咀) 의 한 약국에서 마스크를 한장당 80 홍콩달러 (한화 약 1만 2천원)에 판매한다는 안내문. 중심가를 제외하고 현재 마스크 가격은 30개들이 한박스에 55 홍콩달러 (약 3,800원)로 아직 안정적이다.ⓒ허동혁
    그러나 이는 홍콩-중국 전체 유동량의 약 10%에 불과하다. 시위에 꾸준히 참가한 한 시민은 “정부의 조치는 너무 미흡하며, 오히려 우한폐렴을 이용해 시위약화를 시도하고 있다. 홍콩 시민을 계속 무시하면 시민들이 스스로 경제 자폭을 하는 일도 일어날 수 있다”며 분노했다.

    다른 시민은 “마카오 정부에 비해 홍콩 정부의 대응은 너무 안이하다. 혼란을 가중시키려는 건지, 시위를 잠재우려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얼마 전까지 ‘마스크 금지법’을 외치던 캐리 람 행정장관이 이젠 자신이 마스크를 쓰고 기자회견에 등장하는 코미디를 펼치고 있다”고 비난했다. ‘마스크 금지법’은 이미 법원에서 무효 판결이 내려졌으며, 정부가 상소 중이다.

    실제로 마카오 정부는 설 연휴가 시작되기 전인 20일 각급 학교에 2월 11일까지 휴교령을 내렸다. 반면 홍콩 정부는 “마스크를 쓰고 등교하라”는 권고만 내놨을 뿐 교육 기관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확진자가 계속 늘어나고 사회불안이 고조되자 설 연휴 도중인 28일 초·중등학교에 대해 2월 17일까지 휴교령을 내렸다.

    우한폐렴과 관련한 시위도 일어났다. 홍콩 정부는 교외 판링의 파이밍 에스테이트(暉明邨, 아파트)를 우한폐렴 확진자 및 접촉자 수용시설로 지정했는데, 25일 이에 반발하는 주민과 시위대 수백 명이 몰려들어 아파트에 화염병을 던지며 경찰과 대치했다.
  • 친중파 입법회의원들 의 작년 마스크 금지법 제정 주장ⓒ홍콩 시위대 제공
    ▲ 친중파 입법회의원들 의 작년 마스크 금지법 제정 주장ⓒ홍콩 시위대 제공
    이에 해당 아파트 근처의 중학교에 통학한다는 트레이시 양은 “개학하면 우한폐렴이 옮을까 걱정된다. 듣기로는 정부가 미리 감염 의심자들을 빈 아파트에 수용해 놓고서 며칠 후 ‘계획’이라며 발표했다. 주변에는 학교와 노인복지시설이 밀집돼 있다. 정부가 시민들의 반대를 뚫고 계획을 강행한다면 큰 반발에 직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콩 당국은 전량 수입품인 마스크의 부족사태에 대해 시민들에게 “알아서 구입하라”는 무책임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이에 시민들은 2월 2일까지 중국과의 국경을 완전봉쇄하고, 마스크 공급에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3일부터 의료계를 포함해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예고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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