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지사, 작업할 기사 전송, 댓글작업 기사 확인… 1심 "김경수·드루킹 간 '기능적 행위지배' 존재"
  • ▲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지난 21일 서울고법 형사2부(차문호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자신의 항소심 변론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박성원 기자
    ▲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지난 21일 서울고법 형사2부(차문호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자신의 항소심 변론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박성원 기자
    '불법 댓글조작'을 벌인 혐의를 받는 '드루킹 일당'과 김경수(52) 경남도지사 간 공모관계 관련 논란이 재점화했다. 김 지사 항소심 재판부가 이들의 공모관계를 다시 들여다보겠다고 결정한 탓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현재까지 진행된 재판만으로는 이들 사이의 공모관계를 입증하기 어렵다"며 추가심리를 진행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렇다면 김 지사에게 실형까지 선고했던 1심은 이들의 공모관계를 어떻게 판단했을까.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 지사는 지난해 1월3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성창호) 심리로 열린 선고공판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1심은 댓글조작 혐의(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에 대해 징역 2년을, 이를 대가로 드루킹 김동원(50) 씨에게 센다이 총영사직 제공을 제안했다는 혐의(공직선거법 위반)와 관련해서는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 

    당시 1심 재판부는 "김 지사가 드루킹의 킹크랩 프로그램 개발·운용에 관해 명시적으로 또는 최소한 묵시적으로 이를 승인 내지 동의했다"면서 "드루킹의 댓글조작 범행에 공동 가공할 의사로 가담하였음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김경수 방문 후 '킹크랩' 개발 본격화… '기능적 행위지배' 존재

    1심이 주목한 것은 2016년 11월9일 드루킹 일당의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사무실에서 열린 '킹크랩 시연회'다. 킹크랩은 드루킹 일당이 사용한 댓글조작 매크로 프로그램이다.

    1심 판결문에 따르면, 김 지사는 2016년 9월 경공모 사무실을 처음 방문했고, 드루킹은 같은 해 10월 개발자에게 킹크랩 개발을 지시했다. 김 지사가 두 번째로 경공모 사무실을 찾은 11월9일에는 킹크랩 프로토타입 시연회가 진행됐다. 이 시연회 이후 킹크랩의 1차 버전이 출시됐고, 댓글조작이 본격화했다.

    1심 재판부는 "본격 개발 전에 미리 킹크랩 프로토타입을 개발했고, 드루킹은 이를 김 지사에게 시연해주기까지 했다"며 "김 지사 방문 이후 킹크랩 개발이 본격화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드루킹이 김 지사로부터 킹크랩 개발에 관한 승인을 받은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특히, 1심은 드루킹과 김 지사 간 공범 성립을 위한 '기능적 행위지배'가 존재했다고 설명했다. '기능적 행위지배'는 범죄행위에 대한 본질적 기여를 말한다. 형법은 행위를 직접 하지 않은 사람의 공범 성립을 위해서는 전체 범죄에서 그가 차지하는 지위와 역할, 범죄 경과에 대한 지배나 장악력 등을 종합한 기능적 행위지배가 존재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1심은 △김 지사가 드루킹의 온라인 정보를 받고 확인했다는 점 △댓글작업을 한 기사목록을 받고 확인했다는 점 △김 지사가 직접 작업을 할 기사 URL을 드루킹에게 전송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범죄행위에 대한 "김 지사의 기능적 행위지배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또 이러한 점 등에 비춰봤을 때 드루킹과 김 지사의 관계는 단순한 정치인과 지지세력이 아니라 상호 도움을 주고받는 협력관계라는 것이 1심의 판단이다. 1심은 "김 지사는 민주당 정권 창출 및 유지를 목적으로, 드루킹은 경공모가 추구하는 경제적 민주화 달성을 목적으로 상호 의존하는 특별한 협력관계를 유지해왔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공범 드루킹, 2심 징역 3년… "결국 진실은 밝혀질 것"

    법조계에서는 1심에서 이미 인정된 드루킹과 김 지사의 공모관계를 가지고 항소심이 다시 의문을 제기한 데 대해 권력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일각에서는 이번 항소심 재판부의 결정에 대해 재판장과 '우리법연구회' 출신인 주심판사 간 의견대립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형사2부의 재판장과 주심판사는 각각 차문호(52·사법연수원 23기) 부장판사와 김민기 (49·사법연수원 26기) 부장판사다.

    이헌 한변 공동대표는 "1심 판결문을 보면 김 지사의 방문 이후 개발이 본격화됐고, 댓글조작에 대한 정보보고까지 이뤄진 부분 등 공모관계에 대해 이미 디테일하게 적시해놨다"면서 "결국은 실형을 막고, 최소한 총선 전에는 선고를 내리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여론조작은 중대한 범죄행위"라면서 "반드시 엄정한 판단이 이뤄져야 할 것이며, 결국 진실은 밝혀지게 돼 있다"고도 강조했다.

    한편 드루킹 김씨는 지난해 8월 항소심에서 댓글조작 혐의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또 고(故) 노회찬 전 정의당 의원에게 정치자금을 건넨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