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검사 모두 교체, '선거 개입' 실무진 유임… "수사팀 와해, 수사방해 등 비판여론 의식한 듯"
  • 추미애(61·사법연수원 14기) 법무부 장관이 23일 '검찰 중간 간부급 인사'를 발표했다. ⓒ박성원 기자
    ▲ 추미애(61·사법연수원 14기) 법무부 장관이 23일 '검찰 중간 간부급 인사'를 발표했다. ⓒ박성원 기자
    추미애(61·사법연수원 14기) 법무부장관이 23일 '검찰 중간간부급 인사'를 발표했다. 지난 8일 윤석열(60·23기) 검찰총장의 핵심참모들을 대거 교체한 인사를 발표한 지 15일 만의 일이다. '청와대의 울산시장선거 개입' '조국(55) 전 법무부장관 일가 비리' 등 수사를 지휘하던 서울중앙지검 1~4차장검사들은 모두 교체됐다. 다만 현재 진행 중인 수사의 실무진은 대부분 자리를 지켰다는 것이 법무부 설명이다. 

    그러나 법무부의 설명과 달리, 현 정부 관련 수사는 사실상 유야무야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지난 8일 인사를 통해 현 정부 관련 수사를 총지휘하던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공공수사부장 등이 모두 교체된 상황이다. 여기에 실질적으로 각 수사팀을 지휘하던 서울중앙지검 1~4차장검사가 모두 전보됐다. '청와대의 울산시장선거 개입'을 수사 중인 김태은 중앙지검 공공수사2부장만 남겨둔 것도 '일종의 구색 맞추기'라는 말이 나온다. 

    법무부는 23일 오전 차장·부장검사 257명, 일반검사 502명 등 검사 759명의 인사를 오는 2월3일자로 단행한다고 밝혔다. 앞서 '검사장급 이상' 검찰 고위간부 인사는 지난 8일 발표돼 13일자로 단행됐다. 

    '文 관련 수사 지휘' 서울중앙지검 1~4차장 모두 교체

    현 정부 관련 수사를 지휘하던 간부들은 대부분 교체된다. 우선 서울중앙지검장 1~4차장검사는 지방으로 전보됐다. '청와대의 울산시장선거 개입' 수사를 지휘하던 신봉수 2차장검사는 평택지청장으로 내려간다. 송경호 3차장검사는 여주지청장으로 전보됐다. 송 검사는 '조 전 장관 일가 비리' 수사를 지휘했다. 신자용 1차장검사는 부산동부지청장, 한석리 4차장검사는 대구서부지청장으로 각각 자리를 옮겼다. 

    '조 전 장관 일가 비리'를 직접 수사하던 고형곤 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장은 대구지검 반부패수사부장으로 이동한다. 반부패수사2부는 지난해 12월31일 '사모펀드 비리' '자녀 입시부정' 등 의혹으로 조 전 장관과 부인 정경심(57·구속) 씨 등을 재판에 넘겼다. 반면 '청와대의 울산시장선거 개입' 의혹을 수사한 김태은 중앙지검 공공수사2부장은 유임됐다. 이 사건 수사는 진행 중이다. 법무부는 김 부장검사를 유임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법무부는 '이번 인사가 수사팀 해체를 위한 포석'이라는 일각의 주장을 반박했다. 현재 진행 중인 사건의 '사실상 실무진'인 부장검사·부부장검사 등을 대부분 유임시켰다는 것이 이유다. 

    법무부 관계자는 "현안사건 수사팀의 부장검사와 부부장검사 등은 대부분 유임시켜 기존의 수사·공판업무를 그대로 수행하도록 했다"며 "사법농단·국정농단 사건 공판도 차질 없이 수행될 수 있도록 해당 사건 공판검사를 실질적으로 유지했고, 최근 구성돼 활동 중인 세월호수사단도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직제개편은 법무부가 지난해 10월부터 추진해오던 것으로 같은 해 11월8일 대통령 업무보고 시 연말까지 직제개편을 마무리하겠다고 보고했으나, 신임 법무부장관 취임 등으로 일정이 다소 지연되었던 것일 뿐"이라며 "현안사건 수사팀 존속 여부와는 아무런 관련도 없고, 실제로 현안사건 수사팀은 대부분 유임했다"고 해명했다. 

    "구색 맞추기용 인사… 수사 영향 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번 인사가 향후 수사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대검 공공수사부장에 이어 수사가 진행되는 서울중앙지검 차장검사들까지 전부 교체돼서다. 일선 차장검사들은 각 부장검사들의 수사를 지휘한다. 부장검사는 밑에 부부장검사, 일선 검사 등 수사팀을 지휘한다. 차장검사 교체가 수사에 영향을 크게 미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서정욱 법무법인 민주 변호사는 "김태은 공공수사2부장만 남겨둔 구색 맞추기용 인사"라며 "한동훈 당시 부장검사뿐 아니라 이번에는 서울중앙지검 차장검사들까지, 수사 지휘 라인은 다 교체됐다"고 비판했다.

    검찰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법조계 관계자 역시 "차장검사가 부장검사를, 부장검사가 부부장검사를 지휘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무진을 남겨놨다고 해도 향후 정권 관련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수사를 총지휘한 한동훈 당시 대검 반부패·강력부장도 이미 날아간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또 "서울중앙지검 1~4차장을 모두 지청장으로 보낸 일은 매우 이례적"이라고도 주장했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 8일 검사장급 이상 검찰 고위간부 인사를 발표했다. '윤 총장 참모'이자 현 정권 수사를 총지휘하던 인물들은 대거 좌천됐다.  '친문' 인사들은 대거 수사지휘 라인으로 옮겼다. 문재인(66) 대통령의 대학 동문인 이성윤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은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심재철 서울남부지검 1차장검사는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반면 현 정부 관련 수사를 총지휘하던 당시 한동훈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 박찬호 대검 공공수사부장은 각각 부산고검 차장검사, 제주지검장으로 물러났다. 검찰 고위간부 인사는 지난 13일 단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