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김경수·천경득·윤건영·백원우' 유재수 구명 적극 나서'… 조국 공소장에 적힌 '친문'의 행태
  • ▲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등 친문 인사들이 '유재수 감찰 무마'에 개입한 정황이 전해졌다. ⓒ뉴시스
    ▲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등 친문 인사들이 '유재수 감찰 무마'에 개입한 정황이 전해졌다. ⓒ뉴시스
    "유재수는 참여정부 시절 우리와 함께 고생한 사람이다."(김경수 경남도지사가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에게 한 발언)

    "참여정부에서도 근무한 유재수를 왜 감찰하는가."(천경득 청와대 총무인사팀 선임행정관이 이옥현 전 청와대 특감반원에게 한 발언)

    "유재수 전 부시장이 현 정부 금융위에서 핵심요직에 있고 정부 핵심인사들과 친분관계가 깊은데 정권 초기에 이런 배경을 가진 유 전 부시장의 비위가 크게 알려지면 안 된다."(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조국 전 장관에게 한 발언)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조국(55) 전 법무부장관의 공소장 내용 중 일부다. 유재수(56·구속)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구명활동에 '친문(親文) 인사들이 개입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다. 이들은 유 전 부시장 비위에도 '참여정부 인사'라는 이유로 특별감찰반 감찰을 중단하라는 논리를 펼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민정수석이던 조 전 장관은 17일 이 사건과 관련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이 국회에 제출한 조 전 장관의 공소장에 따르면, 김경수(52) 경남도지사와 천경득 청와대 총무인사팀 선임행정관, 윤건영(50) 전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 등이 '유재수 구명활동'에 나선 사실이 적시됐다. 주도적 역할을 한 인물은 백원우(53)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이었다.

    "이제 국장 됐는데" 유재수 하소연에 구명활동 나선 '親文 3인방'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2017년 10월께 특별감찰반원이 유 전 부시장의 비위사실 관련 제보를 받은 후 감찰을 시작했다. 유 전 부시장이 금융위원회 국장으로 재직하며 관련 업체가 건넨 금품과 각종 편의를 받고, 업체 관계자들에게 '갑질'을 한다는 게 제보의 핵심내용이었다.

    조 전 장관은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에게 직접 감찰 진행을 지시했다. 박 전 비서관은 "유 전 부시장은 참여정부 청와대 행정관 출신인데 현재 청와대 근무자들과 금융위 고위직 인사에 관한 의견 등을 주고받는 메시지가 다수 발견됐다"며 "유 전 부시장이 여러 여당 인사들과 안부인사를 주고받는 내용도 발견됐다"고 조 전 장관에게 보고했다.

    감찰은 '친문 인사'들이 개입하면서 틀어졌다. 김 지사, 윤 전 실장, 천 전 행정관 등 '3인방'에게 유 전 부시장이 구명활동을 요청하면서다. 유 전 부시장은 이들에게 '참여정부 청와대 근무경력 때문에 보수정권에서 제대로 된 보직을 받지 못하다 이제야 국장이 됐는데 갑자기 감찰을 받게 돼 억울하다' '국장 자리를 계속 유지하게 해달라'는 취지로 말했다.

    김 지사는 곧바로 구명활동에 나섰다. 그는 백 전 비서관에게 수차례 연락해 '유 전 부시장은 참여정부 시절 우리와 함께 고생한 사람이다, 지금 감찰을 받고 있는데 억울하다고 하니 잘 봐달라'는 취지로 부탁했다. 이후 백 전 비서관으로부터 '유재수 감찰 진행상황'을 파악한 김 지사는 유 전 부시장에게 '국장 자리를 계속 수행하는 것은 어렵겠다'는 답을 주기도 했다.

    윤 전 실장 역시 백 전 비서관에게 '유재수 구명'을 부탁했다. 공소장에는 "윤 전 실장은 평소 업무적 접촉이 잦았던 백 전 비서관에게 '유 전 부시장은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행정관으로 근무한 사람으로 나와도 가까운 관계'라고 말했다"는 내용이 적시됐다.

    '3인방' 청탁받은 백원우 "유재수 봐주는 건 어떠냐"

    천 전 행정관은 이 전 특감반원을 만나 '참여정부에서도 근무한 유 전 부시장을 왜 감찰하느냐. 청와대가 금융권을 잡고 나가려면 유 전 부시장 같은 사람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감찰이 부당하다는 주장이었다. 이 전 특감반원은 결국 이 사실을 박 전 비서관에게 알렸다.

    이 무렵, 백 전 비서관도 구명활동에 나섰다. 공소장에는 "김경수 전 지사 등으로부터 유재수 구명청탁을 받은 백원우 전 비서관은 박형철 전 비서관에게 '유재수를 봐주는 건 어떻겠느냐'는 취지로 제안했다"는 내용이 있다. 박 전 비서관이 이 제안을 거절했다. 백 전 비서관은 다시 박 전 비서관에게 '유재수의 사표만 받고 처리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재차 제안했다.

    박 전 비서관은 부정적이었다. '감찰을 계속해야 하고 수사의뢰까지 검토해야 하는 사안'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박 전 비서관은 직접 '유재수 감찰' 관련 보고서를 작성하라고 이 전 특감반원에게 지시하기까지 했다. 박 전 비서관은 이 전 특감반원이 작성한 보고서를 조 전 장관에게 보고했다.

    이 보고 자리에서 조 전 장관은 박 전 비서관에게 '여기저기서 전화가 많이 온다. 백원우 전 비서관과 감찰 건 처리를 상의하라'고 지시했다. 박 전 비서관은 이 지시에 따라 백 전 비서관에게 보고했다. 백 전 비서관은 '알아볼 테니 기다려보라'는 취지로 답변했다. 조 전 장관은 결국 2017년 12월 초 백 전 비서관 등의 의견을 받고 감찰을 중단시켰다.

    검찰은 "유 전 부시장의 비협조로 사실상 추가 감찰 진행이 어렵다고 판단하더라도 당시까지의 감찰 결과와 함께 감찰 과정에서 생산된 자료를 첨부해 수사기관에 수사의뢰하거나 최소한 관계기관에 이첩하도록 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감찰 무마 청탁을 받은 조 전 장관의 상황을 공소장에 이렇게 적었다.

    "조 전 장관은 자신도 직접 참여정부 관계자들로부터 감찰 건에 관해 문의를 받은 상황이었다. 이때 백원우 전 비서관으로부터도 '참여정부 인사들이 자신들과 가깝고 과거 참여정부 당시 고생을 많이 한 사람이니 봐달라고 한다'는 취지의 청탁을 받았다. 또 '유 전 부시장이 현 정부 금융위에서 핵심 요직에 있고 정부 핵심인사들과 친분관계가 깊은데 정권 초기에 이런 배경을 가진 유 전 부시장의 비위가 크게 알려지면 안 된다'는 의견까지 전달받게 됐다."

    검찰 "조국, 백원우 등에게 청탁받아 감찰 무마 지시"

    이 과정에서 조 전 장관은 백 전 비서관을 통해 다음과 같은 내용을 금융위 측에 전달했다. '유 전 부시장에 대한 청와대의 감찰이 있었는데, 대부분 클리어됐다. 일부 개인적인 사소한 문제만 있으니 인사에 참고하라'는 내용이었다. 이에 김용범 당시 금융위 부위원장이 '유재수 비위 내용이 무엇인지 알려달라'고 요구했지만, 백 전 비서관은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앞서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이정섭)는 지난 17일 조 전 장관 기소 이유로 "조 전 장관은 유 전 부시장의 중대 비위 혐의를 확인했음에도 위법하게 감찰 중단을 지시하고 정상적 후속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이 같은 조 전 장관의 행위는 특별감찰반 관계자의 감찰활동을 방해하고, 금융위원회 관계자의 감찰 및 인사 권한을 침해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말했다.

    검찰은 "다른 관여자들에 대한 공범 여부는 사실관계를 추가로 확인한 뒤 결정할 예정"이라며 "향후 공소유지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유재수 감찰 무마'를 수사하면서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근무한 백 전 민정비서관 등을 소환조사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13일 유 전 부시장도 구속기소했다. 유 전 부시장은 금융위 재직 시절 관련 업체가 건넨 4950만원 상당의 금품 등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