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흘리며 쓰러진 여성 부축해 옮기는 영상 확산…이란, 지난해 11월에도 시위대에 발포
  • 우크라이나 여객기 격추에 반발해 정부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대를 향해 이란 당국이 발포했다는 소문이 급속도로 확산했다. 한 인권단체는 관련 영상을 배포했다. 이란 경찰은 이를 극구 부인하고 나섰다.

    트럼프 “발포 말라” 경고했지만…“시위대에 발포” 주장 나와

    이란 테헤란에서는 지난 10일(이하 현지시간)부터 우크라이나 여객기를 격추한 정부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가 열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1일 아침 트위터에 영어와 페르시아어로 “시위대를 죽이지 말라(DO NOT KILL YOUR PROTESTERS)”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수천 명이 당신들에게 죽거나 투옥됐다. 세계는 지켜본다. 더 중요한 것은 미국이 지켜본다는 것”이라면서 “인터넷을 다시 켜고, 기자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게 하라. 위대한 이란 국민을 살해하는 것을 멈추라”고 경고했다.

    이 덕분인지 지난 11일 시위에는 10만 명이 모였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하지만 12일 미국 뉴욕에 있는 ‘이란인권센터(Center for Human Rights)’가 “이란 경찰이 시위대에 발포했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테헤란 시위현장에서 촬영했다는 영상도 인터넷과 SNS에 나돌았다.

    영상에는 이란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최루탄을 발사하는 소리가 들린다. 거리는 최루가스로 가득 차 있다. 멀리서 총 쏘는 소리가 들리고, 옆으로 소총을 든 진압경찰이 뛰어간다. 미국 NBC는 “영상이 찍힌 곳은 테헤란 아자디광장 인근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다른 영상에서는 시위대가 쓰러진 여성을 부축하며 끌어낸다. 시위대는 “(이 여자는) 다리에 총을 맞았다”고 외친다.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는 테헤란대 근처 발리에아쉬르광장이라고 추정했다.
  • ▲ 지난해 11월 이란 테헤란에서 벌어진 반정부 시위 모습. 당시 이란 당국은 시위대에 총격을 가해 200여 명을 살해했다.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해 11월 이란 테헤란에서 벌어진 반정부 시위 모습. 당시 이란 당국은 시위대에 총격을 가해 200여 명을 살해했다.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란 경찰 “사실 아니다” 해명… 하메네이 퇴진운동 될 수도

    주요 외신은 12일 이 시위 영상을 보도했다. 영국 ITV, 독일 도이체벨레, 미국 AP통신과 미국의 소리(VOA) 등이 영상을 토대로 뉴스를 전했다. “이란이 트럼프 대통령의 경고를 무시했다”는 외신 보도가 줄을 잇자 이란 당국은 13일 해명에 나섰다.

    미국 NBC에 따르면, 이란 경찰은 이날 “반정부 시위 군중을 향해 총을 쏜 적이 없다”고 극구 부인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도 이날 국영방송에 나와 “경찰은 시위대를 체포만 하라는 명령을 받았다”며 총기 발포설을 일축했다고 도이체벨레가 전했다. 그러나 시위대를 향해 최루탄을 발사한 것은 인정했다.

    14일에는 새로운 영상이 퍼지기 시작했다. 시위대가 테헤란 중심가에 있는 거셈 솔레이마니의 초상화를 찢는 장면을 담았다. 도이체벨레에 따르면, 현재 이란 반정부 시위대는 로하니 대통령의 하야, 정권 퇴진을 요구하한다. 일부 시위대는 “하메네이는 미국이 우리의 적이라고 거짓말하지만, 진짜 적은 바로 여기 있다”며 하메네이 퇴진과 이슬람혁명 체제의 종말을 요구했다고 도이체벨레가 전했다.

    이란에서는 지난해 11월 정부의 가솔린 가격 50% 인상 결정에 항의하는 시위가 열렸다. 물가인상에 반발한 시위는 곧 반정부 시위로 격화했다. 이란 경찰은 시위대를 향해 실탄을 발사했다. 국제 앰네스티는 지난해 12월 “경찰의 총에 맞아 숨진 시위대가 최소한 208명”이라고 주장했다. 이란 당국은 그러나 “극소수 폭도들을 사살했을 뿐”이라며 민간인 학살을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