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도 부장검사, 13일 이프로스에 비판글… '인권법' 김동진 부장판사도 "檢인사, 헌법정신 위배"
  • ▲ 추미애(61·사진) 법무부 장관이 지난 8일 발표한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두고 사법부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박성원 기자
    ▲ 추미애(61·사진) 법무부 장관이 지난 8일 발표한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두고 사법부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박성원 기자
    현직 판사와 검사가 잇달아 추미애(61·사법연수원 14기) 법무부장관이 8일 단행한 검찰 고위간부 인사를 공개비판하고 나섰다. "헌법정신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인사"라는 게 이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친정부성향으로 분류된 부장판사까지 추 장관의 검찰 인사를 비판하고 나서는 등 사법부와 검찰 내부의 반발이 확산할 조짐이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정희도(55‧31기) 대검찰청 감찰2과장은 이날 오전 검찰 내부통신망 '이프로스'를 통해 "(8일 검찰) 인사 절차 역시 법률이 정한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며 "검찰인사위원회 심의를 불과 30분 앞둔 시점에 검찰총장을 불러 의견을 개진하는 것, 인사안의 내용도 모르는 상태에서 인사 의견을 말하라고 하는 것, 이게 과연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에 해당한다고 생각하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정희도 부장검사 "특수단 설치 장관 사전승인제도, 견제장치 도입하라"

    추 장관이 이번 인사를 단행하면서 검찰청법을 지키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검찰청법 34조 1항은 '법무장관은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 검사의 보직을 제청한다'고 규정했다.

    정 과장은 "특별수사단 설치 시 법무부장관의 사전승인을 받으라는 지시는 자칫 잘못하면 법무부장관 혹은 현 정권이 싫어하는 수사는 못하게 하겠다는 지시로 읽힐 수 있다"며 "이를 법제화하려면 반드시 그 제도가 악용되지 않도록 견제장치도 도입해주시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정 과장은 중간간부 인사에 대한 우려도 드러냈다. 검찰이 '정권의 시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중앙지검 1, 2, 3, 4차장 하마평이 무성한데, 만약 그 인사에서도 '특정사건 관련 수사담당자를 찍어내는 등의 불공정한 인사'를 한다면 장관이 말하는 검찰개혁이라는 것이 검찰을 특정세력에만 충성하게 만드는 '가짜 검찰개혁'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며 "특정사건 관련 수사담당자를 찍어내는 등의 불공정한 인사는 '정치검사 시즌2'를 양산하고 다시 검찰을 '정권의 시녀'로 만들 수 있다"고 부연했다.

    사법부에서도 '추미애의 검찰 인사'에 대해 공개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김동진(51·25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는 11일 오 페이스북에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을 주축으로 한 정권비리 관련 수사팀 해체의 인사발령에 관해 이야기를 꺼내고자 한다'로 시작하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부장판사는 검찰 인사를 두고 '온전히 헌법이 규정한 법치주의의 문제'라고 운을 뗐다. 그는 "국민의 선택에 의해 정권을 획득한 정치적 권력이 어떤 시점에서 그 힘이 강하다고 하더라도 대한민국의 헌법정신과 헌법질서에 의해 반드시 준수해야 할 법적인 규범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인권법' 출신 김동진 판사 "검찰 인사, 헌법정신 위배"

    그러면서 "새롭게 임명된 추미애 법무장관이 행한 검찰 조직에 대한 인사발령은 대한민국 헌법정신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며 "아무리 권력을 쥐고 있는 정권이라고 하더라도 대한민국의 법률이 정한 법질서를 위반한 의혹이 있다면 그것에 대한 시시비비를 수사기관에 의해 조사를 받고, 그 진위를 법정에서 가리는 것이 대한민국 헌법이 규정한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정신"이라고 강조했다.

    김 부장판사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2014년 9월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자 이를 비판한 글을 법원 내부게시판에 올린 인물이다. 그는 이 사건으로 정직 2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김 부장판사는 법원 내 진보성향의 법관 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으로도 알려졌다.

    추 장관은 8일 저녁 '청와대의 울산시장선거 개입' '유재수 감찰 무마' '조국(55) 전 법무부장관 일가 비위' 등 현 정권 관련 수사를 지휘한 검찰 고위 간부들을 교체하는 내용의 인사를 발표했다. 이후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수사팀 와해' '수사 방해' 등 비판이 확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