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3원칙" 요구→ 수용했더니→ "3원칙 공개천명" 요구… "건달도 그렇겐 안 한다" 비판
  • 새로운보수당이 혁신통합위원회 발족에 합의한 뒤
    ▲ 새로운보수당이 혁신통합위원회 발족에 합의한 뒤 "황교안 대표의 3대원칙 수용 공개 발표가 먼저"라며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를 압박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새보수당이 이런 모습을 보이는 배후에 유승민 새보수당 의원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을 포함한 6개 정당·시민단체가 모여 9일 혁신통합추진위원회(혁통추) 구성에 합의하자마자, 새보수당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유승민 3원칙 수용 공개 천명'을 선행과제로 못박으며 한국당을 압박하고 나섰다. 

    새보수당이 혁통추 구성에 합의하고 위원장까지 선임된 상황에서 재차 황 대표의 공개적 견해 표명을 요구한 것이다. 통합 연석회의에 참석했던 다른 정당과 전문가들은 새보수당의 갑작스런 태도 변화의 막후에 유승민 새보수당 의원이 있다고 의심한다. 

    새보수당은 9일 정병국 의원을 6개 정당 중도·보수 대통합을 위한 정당·시민사회단체 대표자 연석회의에 대표로 참여시켰다. 정 의원은 "이 자리에서 유승민이 제시한 3대 원칙을 수용하면 당의 대표로 참석한 것이고, 수용하지 않는다면 옵저버로 온 것"이라며 '보수 재건 3원칙'을 받아들일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한국당은 현장에서 이를 즉시 수용했다.

    '보수 재건 3원칙' 연석회의 현장서 즉시 수용했는데...

    연석회의 직후 6개 정당과 시민단체는 논의를 거쳐 8개의 합의문을 채택, 발표했다. 합의문에는 ▲중도·보수 대통합을 위한 혁신통합위원회를 구성한다 ▲박형준 의장을 혁신통합추진위원회 위원장으로 한다 ▲대통합 원칙은 혁신과 통합이다 ▲통합은 시대 가치인 자유와 공정 추구 ▲문재인 정권에 반대하는 중도·보수 등 모든 세력 대통합 추구 ▲세대를 넘어 청년의 마음을 담을 수 있는 통합 추구 ▲더이상 탄핵문제가 총선 승리의 장애가 돼서는 안 된다 ▲대통합정신을 실천할 새로운 정당을 만든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8가지 합의사항에는 새보수당이 줄곧 주장하던 '보수 재건 3원칙'이 모두 포함됐다. 이에 대해 황 대표가 우회적으로 3원칙 수용 의지를 공식화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고 "보수대통합의 희망이 보인다"는 평가가 잇따랐다.

    하지만 새보수당이 의원총회를 열면서 이러한 통합 기류는 '희망'에서 '실망'으로 변해갔다. 하태경 새보수당 책임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 "황교안 대표가 유승민이 말한 3원칙을 공개적으로 발표하지 않으면 불안정한 통합 논의에 국민들도 불안해 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연석회의에서 8개 합의사항이 나오자마자 "합의를 믿을 수 없다"면서, 황 대표가 유승민 3원칙에 대해 공개적으로 수용 방침을 밝히라고 재촉구한 셈이다.

    "유승민만 나서면 일이 틀어진다"

    새보수당의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의 이면에는 유승민 의원의 뜻이 강하게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새보수당의 막후실세는 유승민"이라고 단정했다. 황 평론가는 "협상 과정에서 유승민 의원의 의중이 반영되기 시작하면 일이 틀어진다"며 "친박의 등에 업혀 당대표가 된 황 대표가 3원칙을 공개적으로 말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황 대표를 코너로 모는 태도는 동네 건달들이나 하는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황 평론가는 이어 "통합의 의사나 의지가 있다면 논의 과정을 거치면서 신당 창당준비위원회가 발족할 때 녹여 발표하면 되는 것"이라며 "유승민 의원이 너무 서두르며 실을 바늘 허리에 꿰려고 성급하게 나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정병국 의원은 연석회의 현장에서 "통추위(혁통추) 구성에만 동의할 수 있다"며 "위원장 선임은 당의 의견을 들어봐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의원의 결정 권한이 한정적이었다는 의미다. 박형준 위원장 선임 건에 대해 한국당은 현장에서 바로 동의했다.  
  • 지난 9일 중도·보수 대통합을 위한 정당·시민사회단체 대표자 연석회의에 참석한 정병국 새보수당 의원과 이재오 전 의원, 이양수 자유한국당 의원. 정병국 의원은 이 자리에서
    ▲ 지난 9일 중도·보수 대통합을 위한 정당·시민사회단체 대표자 연석회의에 참석한 정병국 새보수당 의원과 이재오 전 의원, 이양수 자유한국당 의원. 정병국 의원은 이 자리에서 "혁신통합추진위원회 구성에는 동의할 수 있지만 위원장 선임은 당의 의견을 들어봐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시스
    연석회의에 한국당 협상대표로 참석한 이양수 의원은 10일 본지와 통화에서 새보수당에 섭섭한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이 의원은 "당 대표가 두 번이나 얘기하지 않았느냐. 그런데 다시 공개석상에 직접 나서서 '유승민의 3원칙을 수용합니다'라고 또박또박 읽어줘야 되는 거냐"면서 "협상에 참여해 3원칙을 모두 수용한다고 직접 밝혔다. 이것은 내 뜻이 아니라 황 대표의 뜻"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또 "우리가 성의있는 표현을 하면 고맙게 생각하고 다음 논의를 진행해야 하는데, 3원칙 이야기만 도돌이표처럼 돌아온다"며 "이렇게 되면 서로 의심만 커지게 되니 새보수당이 (먼저) 통합에 대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며 새보수당의 전향적 자세를 요구했다.

    "유승민 대권만 생각… 통합할 마음 없는 것 아니냐"

    통합에 참여한 또 다른 현직 의원은 "유승민이 대권 출마를 생각하며 보수의 위기보다 자기정치만 생각하고 있다"며 "이렇게 하자고 하면 저렇게 하자고 하고, 저렇게 하자고 하면 이렇게 하자고 하면서 계속 딴소리를 한다. 통합할 마음이 없는 것 같다"고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박근혜 청와대 비서관 출신인 천영식 KBS 이사도 같은 지적을 했다. 천 이사는 "문제는 유승민"이라며 "유 의원이 욕심만 버리면 보수통합은 당장 내일이라도 실현된다"고 지적했다.천 이사는 "탄핵의 강을 건너자"는 유 의원 주장에 대해 "유 의원은 왜 자신을 밟고 가라고 얘기하지 않고 자신을 꽃가마에 태워 탄핵의 강을 건너자고 하나"라고 꼬집었다.

    반면 하태경 새보수당 책임대표는 이양수 의원이 나서서 3대 원칙을 수용한 것으로는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하 대표는 10일 본지와 통화에서 "이양수 의원이 연석회의에서 합의한 것은 한국당의 공식적인 입장이 아니라, 황 대표가 개인 자격으로 보낸 것"이라고 의미를 축소하면서 "(우리는) 공천권이나 지분 같은 것에는 욕심이 없고, 한국당의 공식적인 당론이나 황 대표의 공식 입장만이 약속이 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주장했다. 황 대표를 향해 '보수 재건 3원칙'에 대한 입장 피력을 재차 요구한 것이다.

    "한국당이 당론으로 약속하라" 하태경에... "젊은 박지원" 비난

    새보수당이 박형준 위원장을 인정하지 않는 듯한 태도 또한 논란이다. 하 대표는 기자회견 직후 혁통추 위원장으로 선임된 박 위원장에 대해서도 즉답을 피했다. 하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위원장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말이냐'는 질문이 나오자 "말 한마디가 조심스럽다는 것을 아실 것"이라며 "1단계는 황 대표의 공개 천명, 2단계가 혁통추 구성에 관한 논의"라고만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재선 의원은 그를 향해 "젊은 박지원 같다"고 비판했다.

    이양수 의원은 "한국당은 위원장 선임에 대해서도 찬성했는데, 새보수당은 아닌가보다"라며 "한국당과 새보수당의 의석수 차이도 있고, 균형도 맞지 않아 새보수당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그래서 시민단체가 직접 나서서 조력자 겸 감시자 역할을 하며 공정하게 통합하자고 했다. 박 위원장이 그래서 선임된 것"이라며 유감의 뜻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