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적 조세정책 적절치 못해… 과도한 세 부담으로 이어질 뿐" 한국지방세연구원 보고서
  • 그간 여권에서 부동산 투기를 잡기 위해 내세운 '보유세 강화' 등 조세정책의 규제 효과가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지방세연구원이 작년 12월 발간한 '역대 정부의 부동산 정책 유형화와 주택가격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보유세 등 조세정책 강화는 부동산 가격 하락에 미치는 영향이 미약했다. ⓒ뉴데일리 DB
    ▲ 그간 여권에서 부동산 투기를 잡기 위해 내세운 '보유세 강화' 등 조세정책의 규제 효과가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지방세연구원이 작년 12월 발간한 '역대 정부의 부동산 정책 유형화와 주택가격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보유세 등 조세정책 강화는 부동산 가격 하락에 미치는 영향이 미약했다. ⓒ뉴데일리 DB
    그간 여권에서 부동산 투기를 잡기 위해 내세운 '보유세 강화' 등 조세정책의 규제 효과가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를 두고 정치적 목적으로 인해 과도한 세 부담으로 이어질 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지방세연구원이 지난해 12월 발간한 '역대 정부의 부동산정책 유형화와 주택가격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보유세 등 조세정책 강화는 부동산 가격 하락에 미치는 영향이 미약했다. 연구진은 국민의 정부 시절인 1998부터 박근혜 정부 때인 2017년까지 20년간 주요 부동산정책 60개의 시장 효과를 분석했다.

    “보유세 증세가 부동산에 미치는 영향 거의 알 수 없어”

    정책수단별 유형은 조세정책 강화, 조세정책 완화, 금융규제 강화, 금융지원, 분양가 규제 강화, 분양가 규제 완화, 신축공급 확대, 임대공급 확대, 기타거래 규제와 거래활성화 등 10가지, 유형별 세부정책은 자산시장 수요증가, 자산시장 수요감소, 건설산업 억제, 건설산업 촉진, 임대시장 수요증가, 임대시장 공급증가 등 6가지다.

    정책효과는 각각 정책이 발표된 이후 3개월간 평균가격상승률에서 정책 발표 전 3개월간 평균가격상승률을 빼 추산했다. 이 방식은 KB경영연구소(2011)에서 사용한 방식으로, 단기적으로 정책이 반영되는 정도를 알 수 있다. 정책 발표 후 3개월간 가격상승률이 발표 전 3개월간 상승률 대비 하락했다면 안정화 효과가 있다는 뜻이다.

    연구원 조사 결과 주택가격 상승률 하락폭이 가장 큰 정책은 금융규제 강화(금리인상, 대출 대상·한도 제한 등)로 상승률을 -2.39%p 끌어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분양가 규제 강화(원가연동제, 원가공개, 채권입찰제 등)가 -2.37%p, 기타거래 규제(전매제한 제도, 청약자격제한 강화, 투기지역 지정 등)가 상승률을 –2.18%p 떨어뜨렸다. 반면 보유세(종합부동산세+재산세) 등 조세정책 강화에 따른 효과는 -1.94%p에 그쳐 집값 안정화에 별 도움이 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진은 보고서에서 정책 발표 3개월 전후 증감률을 볼 때 안정화 효과는 금융규제 강화, 분양가규제 강화, 기타거래 규제가 강하다며 정책을 구성할 때 이런 효과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를 작성한 김보영 부연구위원은 8일 본지와 통화에서 “금융규제 강화는 주택가격 상승률을 완화하는 '브레이크' 역할을 가장 크게 한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이는 반대로 말하면 금융규제 완화가 주택시장을 활성화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라면서 “반면 조세정책은 주택시장 안정화나 활성화에 미치는 영향을 알 수 없는 수준이라 그 효과를 밝혀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김 부연구원은 다만 “이들 정책이 시장에 궁극적으로 미치는 영향보다 그 반응에 대한 분석이어서 추가로 세부적 연구가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조세정책은 시행되는 데 통상 수개월 넘게 시간이 걸리고, 국회를 거치면서 내용이 바뀌는 등 불명확한 성격이 있다는 것이다.
  • 보고서를 작성한 김보영 부연구위원은 조세정책은 주택 시장 안정화나 활성화에 미치는 영향을 알 수 없는 수준이라 그 효과를 밝혀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이와 관련해
    ▲ 보고서를 작성한 김보영 부연구위원은 조세정책은 주택 시장 안정화나 활성화에 미치는 영향을 알 수 없는 수준이라 그 효과를 밝혀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이와 관련해 "일방적으로 조세정책을 수요억제로 활용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 의문”이라며 “이는 결국 급격한 세 부담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국지방세연구원
    이번 조사 결과는 부동산 안정화를 위해 보유세를 강화해야 한다는 여권의 주장과 상반된다.

    “보유세 강화해야 부동산 안정화” 박원순‧이재명 주장과 반대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해 12월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종부세율이) 지금의 3배 정도 되는 것이 적절하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종부세(국세청 고지 금액 기준)는 3조3471억원으로 박 시장의 주장대로라면 10조원 규모가 되는 것이다. 진희선 서울시 행정2부시장도 지난 6일 기자간담회에서 “보유세 등 부동산 관련 세제가 선진국보다 덜 갖춰져 차익을 추구하는 투자자 내지 투기세력이 들어와 있을 것으로 본다”며 보유세율 인상을 촉구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7일 도청 출입기자단 신년 오찬간담회 자리에서 “다주택자들이 집을 내놓게 해야 한다. 보유세를 대폭 늘리고 부동산에서 걷는 세금을 전 국민에게 기본소득으로 똑같이 나눠주면 저항이 적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지사는 부동산 자산의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국토보유세 15조원가량을 걷은 후 이를 모든 시민에게 기본소득으로 배당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토보유세는 전국 모든 토지에 세금을 매겨 세수를 거두는 것이다. 이 지사는 지난해 11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이 참석한 예산정책협의회에서 국토보유세 도입 등 현안을 건의한 바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이와 관련해 “보유세 인상으로 일부는 주택을 추가 구입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보이겠지만, 현 정부는 보유세와 거래세를 동시에 높이고 있어 매각하고 싶어도 세금 때문에 쉽게 팔 수 없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함 실장은 “집값 상승 원인이 저금리나 부동자금도 있는데 ‘보유세가 적어 투기를 한다’ 식으로 과도하게 해석하면서 일방적으로 조세정책을 수요억제로 활용하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라며 “이는 결국 급격한 세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여권의 대권 잠룡으로 분류되는) 자신들이 부동산정책을 잘 펼칠 수 있다는 주장을 국민에게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며 “관심이 가장 집중되는 주제인 만큼, 이번 기회에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하고 차별화하려는 속셈도 있을 것”이라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