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美 압박 수위 높이면서 北 경제상황 인정… "경제건설 위한 대외적 환경 절실"
  • ▲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미국의 '시간끌기'를 비판하며 북한이 약속한 비핵화 조치를 이행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뉴시스
    ▲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미국의 '시간끌기'를 비판하며 북한이 약속한 비핵화 조치를 이행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뉴시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자신이 약속한 비핵화 조치를 이행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미국이 '대화'가 아닌 '시간끌기'를 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정은은 미국을 향해 새로운 전략무기를 예고하기도 했다. 미국이 대북 제재 해제 같은 조치를 하지 않는다면 핵·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강행할 수도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다만 '미국의 대북 대응 수위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대미 공세를 유지하면서 대화 여지를 남겨둔 것으로 해석됐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1일 김정은이 지난해 12월28일~31일 노동당 제7기 5차 전원회의 보고에서 한 이같은 발언을 보도했다.

    "적대 정책 추구한다면 한반도 비핵화 없을 것"

    이 매체에 의하면, 김정은은 "우리는 결코 파렴치한 미국이 조미(북미) 대화를 불순한 목적실현에 악용하는 것을 절대로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제껏 우리 인민이 당한 고통과 억제된 발전의 대가를 깨끗이 다 받아내기 위한 충격적인 실제행동에로 넘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반도 비핵화가 없을 것이라는 경고성 메시지도 나왔다. 김정은은 미국이 북·미 신뢰 구축을 위한 '선제적 중대조치들'에 대해 한미군사연습과 첨단무기 도입, 추가 제재로 응답했다고 주장했다. '선제적 중대조치들'은 풍계리 핵시험장 폐기와 핵·ICBM 시험 중단 등을 의미한다. 그는 "우리 제도를 압살하려는 야망에는 변함이 없다는 것을 다시금 세계앞에 증명해보인 것"이라고도 했다.

    김정은은 "이러한 조건에서 지켜주는 대방도 없는 공약에 우리가 더이상 일방적으로 매여있을 근거가 없어졌다"며 "미국이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끝까지 추구한다면 조선반도(한반도) 비핵화는 영원히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적대적 행위와 핵위협 공갈이 증대되고 있는 현실에서 우리는 가시적 경제성과와 복락만을 보고 미래의 안전을 포기할 수 없다"며 "곧 머지않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보유하게 될 새로운 전략무기를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특히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가 철회되고 조선반도에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가 구축될 때까지 국가안전을 위한 필수적이고 선결적인 전략무기 개발을 중단없이 계속 줄기차게 진행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전략무기는 통상 핵무기 그리고 핵을 운반할 수단인 ICBM, 핵잠수함, 전략폭격기 등을 말한다.

    김정은은 "연말 시한부를 무난히 넘겨 치명적인 타격을 피할 수 있는 시간벌이를 (미국이) 해보자는 것일 뿐"이라며 "미국의 본심은 대화와 협상의 간판을 걸어놓고 흡진갑진하면서 저들의 정치외교적 잇속을 차리는 동시에 제재를 계속 유지해 우리의 힘을 점차 소모약화시키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입장에 따라 핵 억제력 강화 상향 조정"… 대화 여지 남겨

    다만 미국과의 대화 여지는 남겨놨다. "우리의 억제력 강화의 폭과 심도는 미국의 금후 대조선 입장에 따라 상향조정될 것"이라고 한 것이다. 

    그는 "미국이 시간을 끌면 끌수록, 조미관계의 결산을 주저하면 할수록 예측할 수 없이 강대해지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위력앞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게 돼있다"고 말해, 미국과의 대화를 서둘러야 한다는 입장을 에둘러 표현했다.

    한편 이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내용 중 김정은이 북한의 어려운 경제상황을 인정하는 발언도 나왔다.

    김정은은 "우리에게 있어서 경제건설에 유리한 대외적 환경이 절실히 필요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결코 화려한 변신을 바라며 지금껏 목숨처럼 지켜온 존엄을 팔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핵문제가 아니고라도 미국은 우리에게 또 다른 그 무엇을 표적으로 정하고 접어들 것"이라며 "미국의 군사정치적 위협은 끝이 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적대세력들의 제재압박을 무력화시키고 사회주의건설의 새로운 활로를 열기 위한 정면돌파전을 강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