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에 남은 독일, 네덜란드 등 부담금 고민… 상황 악화하면 EU 해체 가능성도
  • ▲ 지난 12일 치러진 영국 총선 결과. 보수당이 압승했다. ⓒ英BBC 개표현황 캡쳐.
    ▲ 지난 12일 치러진 영국 총선 결과. 보수당이 압승했다. ⓒ英BBC 개표현황 캡쳐.
    EU(유럽연합) 탈퇴, 일명 ‘브렉시트(Brexit)’를 놓고 치러진 영국 총선에서 보수당이 압승을 거뒀다. 이에 따라 이르면 내년 1월 말 ‘브렉시트’가 완료되고, 독일·네덜란드·프랑스·이탈리아가 사실상 EU의 모든 재정을 책임지게 된다. 이는 EU의 해체를 불러올 수도 있다.

    영국 보수당 386석…노동당 등 10개 야당 합쳐도 못 이겨


    영국에서 12일(현지시간) 치러진 총선은 브렉시트 여부와 함께 이를 추진해온 보리스 존슨 총리와 보수당의 운명이 걸린 게임이었다. 존슨 총리는 이날 스카이뉴스 취재팀을 피해 냉동창고에 숨는 해프닝까지 벌이면서 위기에 빠진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선거 뒤 출구조사에서 보수당이 386석을 얻어 압승할 것이라는 결과가 나오자 분위기는 뒤집혔다. 영국 로이터통신은 존슨 총리가 관저로 들어가며 승리의 V자를 그리는 사진을 올렸다. BBC 등에 따르면, 개표는 현재 진행중이다. 보수당 의석수는 출구조사보다 줄어들기는 했지만 여전히 압도적 우세를 보인다.

    방송에 따르면, 현재 보수당은 362석, 노동당은 203석, 스코틀랜드국민당(SNP)은 48석, 자유민주당(LD) 11석, 민주연합당(DUP) 8석을 점했다. 선거예측기관은 보수당이 364석을 차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전체 650석의 절반을 훌쩍 넘는 수치로, 노동당과 다른 군소정당의 모든 의석을 합한 것보다도 많다. 

    이로써 존슨 총리가 이끄는 보수당은 브렉시트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정국을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 수 있게 됐다. 현지 언론은 물론 독일·미국 언론은 총선에서 승리한 보수당이 연내 새 의회를 열어 브렉시트 안을 통과시킬 것으로 내다봤다. 예측대로라면 영국은 EU와 약속한 대로 내년 1월 말 공식 탈퇴(브렉시트)하게 된다.

    브렉시트 다음은 어느 나라?

  • ▲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이번 총선 승리로 기사회생 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이번 총선 승리로 기사회생 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다만 브렉시트를 하더라도 양측은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2020년 말까지는 EU 회원국 시민과 영국 시민이 자유로운 이동과 세금 혜택은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영국 시민 가운데 EU 회원국에 5년 이상 거주한 적이 있는 사람은 현지 영주권 신청도 가능하도록 했다. 영국이 EU에 낼 분담금은 390억 파운드(약 61조5800억원)로 확정됐다.

    영국이 떠나면 EU에서는 ‘돈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연간 178억 파운드(약 28조1000억원)을 내던 영국이 빠지면 이 금액을 각국이 나눠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의 보도에 따르면, 독일의 경우 2020년 150억 유로(약 19조6300억원)인 부담금이 2027년에는 330억 유로(약 43조2000억원)로 치솟는다. 같은 기간 네덜란드의 부담금은 50억 유로(약 6조6400억원)에서 75억 유로(약 9조8200억원)로 오른다. 프랑스는 75억 유로(약 9조8200억원)에서 100억 유로(약 13조900억원)으로 뛴다.

    원래 EU 분담금의 기준은 국내총소득(GNI)의 1%. 따라서 국민이 잘사는 나라일수록 더 많은 돈을 낸다. 하지만 도움을 받는 나라들은 도움을 준 나라 국민에게 고마움이나 존경을 표하지 않는다. EU는 잘사는 나라들에 금융·기업 운영 등에서 더 많은 규제만 했다. 영국 보수당 또한 이런 문제 때문에 브렉시트를 결심한 것으로 분석된다.

    아무튼 영국이 떠나면 독일·프랑스·이탈리아·네덜란드가 EU를 이끌게 된다. 하지만 이들 나라에서도 'EU 탈퇴' 여론이 조성돼 EU가 해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 실제로 유럽 매체들에는 프렉시트(Frexit)·덱시트(Dexit)·이탈렉시트(Italexit)라는 단어들이 등장하는 등 EU의 미래를 어둡게 보는 시각이 팽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