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항공사 규정 최저가보다 10만원 많게 써서 낙찰… 김포공항 우리들병원 입찰 의혹
  • ▲ 우리들병원을 둘러싸고 산업은행 특혜대출에 이어, '김포공항 의료시설 임대사업자 입찰 과정 상의 특혜 입찰' 의혹도 불거지고 있다. ⓒ정상윤 기자
    ▲ 우리들병원을 둘러싸고 산업은행 특혜대출에 이어, '김포공항 의료시설 임대사업자 입찰 과정 상의 특혜 입찰' 의혹도 불거지고 있다. ⓒ정상윤 기자
    우리들병원을 둘러싼 '특혜 의혹'이 확산했다. 산업은행이 대표적 친여권 인사인 이상호 우리들병원 회장에게 1400억원대 특혜대출을 해줬고, 이 과정에서 이 회장과 연대보증인 간 생긴 분쟁에 여권 인사가 개입했다는 의혹이 있었다. 여기에 김포공항우리들병원 역시 공기업의 특혜를 받은 정황이 나오면서 '우리들병원 파문'은 더욱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6일 '주간조선' 보도에 따르면, 김포국제공항 의료시설 임대사업자 입찰 과정에서 의료법인 우리들의료재단(이사장 백운기)이 한국공항공사와 특혜 계약했다는 정황이 나왔다. 한국공항공사는 김포공항 의료시설에 대한 '시설소유권'을 가지고 있었다. 2017년 5월 대선 전의 일이다. 

    우리들병원은 전국 10곳에 있다. 서울 청담·김포공항·강북, 부산 부산·동래, 대구, 포항, 광주 광주·북구, 전주 등이다. 이들 10곳의 운영주체는 서로 다른 의료법인 혹은 개인이다. '주간조선'에 따르면 김포공항우리들병원은 우리들의료재단이 운영한다.  

    운영주체는 다르지만, 병원 간 인사교류는 활발하다고 한다. 병원마다 중복되는 임원도 있다. 우리들병원 설립자이자 청담우리들병원 대표인 이상호 회장은 김포공항우리들병원 이사직을 맡기도 했다. 현재 김포공항우리들병원 대표는 백운기 이사장이다. "전국의 우리들병원은 기업으로 치면 '우리들병원 그룹'에 속한 계열사이자 이상호 회장의 지배구조 안에 들어 있는 회사들"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이 회장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주치의다. 이 회장의 전 부인인 김수경 우리들리조트 회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저서 <문재인의 운명>을 감수하는 등 문 대통령과도 막역한 사이라고 알려졌다. 

    김포공항우리들병원, 운영사업자 재선정 과정상 특혜 의혹 

    주간조선이 문제로 지목한 부분은, 김포공항우리들병원 운영사업자가 다시 선정되는 과정에서 '한국공항공사의 특혜가 있었는가' 하는 점이다. 

    김포공항우리들병원은 2004년 문을 열었다. 2007년 지금의 위치로 부지를 옮겼다. 이때 우리들의료재단은 한국공항공사와 임대차계약을 했다. 계약 내용은 '옛 국내선 화물청사 토지와 건물을 5년간 의료시설로 이용하겠다'는 것이었다. 계약 연장은 한 번, 한 차례 가능했다. 우리들의료재단은 2012년 계약을 한 차례 연장했고, 2017년 계약이 완전히 만료됐다. 때문에 한국항공공사는 김포공항 병원 운영자를 새로 선정하는 입찰공고를 냈다. 

    이 과정에서 의혹이 제기된다. △당시 입찰에는 우리들병원 계열만 참여했고 △주요 계약서에 직인이 찍히지 않았다는 것이다. 주간조선은 이런 일련의 과정을 근거로 한국공항공사가 특혜를 준 것 아닌가 하는 의혹을 제기했다. 

    우선 입찰 과정에 대한 부분이다. 당시 입찰 과정에는 우리들의료재단과 현암의료재단포항우리들병원(이하 현암의료재단) 등 단 두 곳만 참여했다. 현암의료재단은 포항우리들병원이 운영하는 곳이다. 포항우리들병원은 1995년 포항사랑병원이라는 이름으로 설립됐다. 2011년 지금의 이름으로 상호를 바꿨다. 현암의료재단을 사실상 우리들병원 계열사로 보는 이유다. 

    우리들병원 계열사만 입찰 참여… 입찰 가격도 의문 

    당시 현암의료재단의 입찰 참여를 주도한 사람은 이 재단 전직 본부장인 A씨. 그는 과거 우리들의료재단에서 근무한 인물이다. 2015년부터 현암의료재단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우리들의료재단이 한국공항공사와 계약이 끝나기 2년 전 현암의료재단으로 자리를 이동한 것이다. 최건 포항우리들병원 대표는 2011년부터 3년간 김포공항우리들병원 이사를 지내기도 했다. 즉, 김포공항우리들병원과 이를 운영하는 우리들의료재단, 포항우리들병원 간 인사교류가 2017년 계약만료 전에 있었던 셈이다. 

    '계열사' 관계로 엮인 우리들의료재단·현암의료재단이 제시한 입찰가격도 석연치 않은 부분이다. 입찰은 최고가를 제시한 입찰자에게 사업을 낙찰했다. 우리들의료재단이 제시한 입찰가는 22억1410만원. 당시 한국공항공사가 규정한 최저입찰가 22억1400만원보다 10만원 많은 금액이다. 현암의료재단 입찰가격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우리들의료재단이 최종 입찰됐다. 현암의료재단이 제시한 입찰가격은 22억1400만원과 22억1410만원 사이라는 말이다. 입찰 기간도 4일로, 다른 공공기관의 입찰기간(1주~2주일)보다 짧았다. 

    두 번째 의혹은 계약서 부분이다. 공공기관이 민간기업과 계약할 경우 '청렴계약이행서약서'와 '윤리경영실천협약서'를 반드시 제출해야 한다. 이 계약서에 대표이사 직인이 없으면 효력이 없다. 그런데 우리들의료재단이 한국공항공사와 계약 당시 제출한 '청렴계약이행서약서'에는 우리들의료재단 대표이사 직인이 없었다. 감사원 측도 '직인이 없으면 상대가 이 계약에 동의했다는 효력을 유지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내부에서도 특혜 소문 돌아 

    우리들병원 내부 직원들 사이에 '특혜 소문'이 돌기도 했다. 우리들병원과 한국공항공사 간 계약 만료는 2017년 9월이었다. 입찰공고는 같은 해 4월 났다. 당시 대통령선거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당선이 유력했다. 한국공항공사가 대표적 '친문' 인사인 이상호 우리들병원 회장의 관계사에 특혜를 준 것 아니냐는 것이다. 당시 성일환 한국항공공사 사장은 문 정부 집권 뒤 송영무 전 국방부장관 후임으로 거론된 인물이다.  

    우리들병원 내부 관계자는 이 매체에 이렇게 말했다. "법인이 운영하는 김포공항우리들병원도 결국 이상호 회장에 의해 움직인다. 2017년 우리들의료재단이 계약 체결에 다시 성공한 요인도 여기에 있다. 당시 김포공항우리들병원 직원들은 계약만료에 따른 병원 이전을 앞두고 난감해하고 있었다. 그런데 문 대통령 당선을 전후로 이 문제가 순식간에 해결돼 다들 의아해했다." 

    우리들의료재단과 현암의료재단 측은 이러한 의혹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는 주장이다. 한국공항공사 측도 '규정과 절차에 따라 입찰을 진행했다'고 설명한다. 우리들의료재단과 현암의료재단은 각각의 법인이라는 점 등 때문이다. 

    앞서 이상호 회장에 대한 산업은행의 1400억원대 특혜대출, 이 회장과 연대보증인 신모 씨 간 분쟁에 여권 인사가 개입한 점 등의 의혹이 이미 제기된 바 있다. 우리들병원 사건과 관련해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윤규근 총경, 양정철 민주연구원장,  천경득 청와대 총무비서관실, 신현수 전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 등 친여권 인사들의 이름이 잇달아 오르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