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정수석실 행정관이 일부 편집해 넘겨" 靑 시인… 검찰 '靑 윗선' 지시 여부 조사
  • 청와대 본관. ⓒ뉴데일리 DB
    ▲ 청와대 본관. ⓒ뉴데일리 DB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김기현 전 울산시장 관련 첩보를 제보받아 경찰에 이첩하기 전 한 차례 '보완작업'을 거친 것으로 확인됐다. 그동안 첩보를 두고 "그대로 이첩했다"(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 "단순 이첩했다"(백원우 전 민정비서관)며 개입 사실을 부정했던 청와대의 해명은 거짓말이었음이 드러났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A행정관은 2017년 10월께 '김기현 첩보'를 경찰에 하달하기 전 문건을 한 차례 보완했다. CBS 노컷뉴스는 이 수정작업을 통해 적용되는 혐의와 법적 요건에 대한 설명을 추가했다고 4일 보도했다.

    첩보의 형식도 이 같은 보완 정황을 뒷받침한다. 첩보는 김 전 시장 측 의혹을 범죄 구성 요건에 맞춰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놓은 데다, 일반인이 투서한 통상적인 민원 제보와 달리 수사기관에서 작성하는 '범죄 첩보' 형식을 갖춘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앞서 청와대가 공식적으로 내놓은 해명과 배치된다.

    의혹이 심화하자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브리핑을 열고 해명에 나섰다. 고 대변인은 "A행정관이 스마트폰 SNS를 통해 김기현 전 시장 및 측근 등에 대한 비리 의혹을 제보받았고, 해당 SNS 메시지를 복사해 이메일로 전송한 후 출력했다"며 "A행정관은 외부 메일망의 제보 내용을 문서파일로 옮겨 요약하고, 일부 편집하여 제보 문건을 정리하였으며, 그 과정에서 새로이 추가한 비위 사실은 없다"고 밝혔다.

    "A행정관이 백원우에 보고했으나 白은 기억 못해"

    고 대변인은 이어 "A행정관은 정리한 제보 문건이 업무계통을 거쳐 당시 민정비서관에게 보고된 것으로 기억하고 있으며, 추가 지시는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밝혔다"며 "다만 백원우 전 비서관은 이러한 사실을 기억하지 못하나, 제보 문건의 내용이 비리 의혹에 관한 것이어서 소관 비서관실인 반부패비서관실로 전달하고, 반부패비서관실이 경찰에 이첩하였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김 전 시장의 경우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감찰 대상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이 같은 해명은 다소 설득력이 떨어진다. 민정수석실 첩보 수집 대상은 대통령이 임명하는 고위공직자로, 김 전 시장과 같은 선출직 공무원은 해당하지 않는다. 야당에서는 첩보 이첩 자체가 월권이고, 폐기했어야 하는 게 맞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12월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은 "검증 절차를 거쳐 업무 범위에 해당하지 않거나, 그 내용의 신빙성이 인정되지 않는 (첩보의) 경우에는 폐기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김 전 시장의 첩보를 수정해 이첩한 것은 직무범위를 벗어난 것이자, 경찰에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통상 경찰이 첩보에 법리를 포함해 보고하면 민정실은 그것을 근거로 취합해 판단하는데, 이번의 경우는 거꾸로 됐다는 지적이다.

    "사실관계만 정리했다"… 문제 없다면 특감반원 죽음은 왜?

    이 사안과 관련, 자체 내부조사를 담당했다는 청와대 관계자는 'A행정관이 보고할 때 법리 적용 가능성 추가했느냐'는 질문에 "그분이 법률가가 아니기 때문에 무슨 법리 적용 의견이나 이런 것을 하는 것은 아니었고, 사실관계를 정리하는데 좀 중복된 내용, 또 난삽한 표현들을 정리했다"며 "원래 내용 맥락이 앞뒤를 읽어보면 무슨 말인지 한참 생각해야 알 정도로 씌어 있어서 보기 쉽게 정리하는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통상적으로 그렇게 편집 과정을 거치느냐'는 질문에는 "그게 일정한 룰이 있었던 것 같지는 않다. 아무래도 공무원 생활을 하다 보니까 그 분야에 익숙해서 하던 대로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A행정관과 최초 제보자의 관계에 대해선 "청와대에 오기 전 캠핑장에 갔다가 우연히 만나서 알게 된 사이라더라"며 이해관계 연결 가능성을 일축했다. 결과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견해를 내비친 것이다.

    그러나 앞서 사망한 '백원우 별동대' 소속으로 알려진 전 특감반 수사관이 왜 극단적 선택을 해야 했는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그는 "민정비서관실에서 하는 일이 대단히 위험해 겁난다"고 주변에 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의 이 같은 해명이 나온 건 '하명수사 논란'이 발생한 지 6일 만이다. 청와대가 '윗선'의 개입을 부인하기 위해 말단직원인 행정관이 알아서 한 일로 꾸며낸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박주선 바른미래당 의원은 이날 당 회의에서 "이 사건의 진실에 대한 키를 쥐고 있는 수사관이 사망한 건 수사 결과 본인의 협조로 인해서 밝혀질 진상의 후폭풍과 파장을 우려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본인의 휘하에 있는, 최고의 권력 실세들이 있는 비서실에 대한 검찰 수사에 대해 명명백백히 진실을 밝힐 것을 검찰총장에게 엄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애초 울산지역 건설업자가 청와대에 투서한 김 전 시장 관련 비위 문건과 경찰이 청와대로부터 이첩 받은 첩보가 서로 다르다는 점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A 행정관이 민정수석실 내 다른 윗선의 지시를 받아 보완했는지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