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국민과의 대화' 질문자들 프로필 알려져… '선정 편향성' 도마에
  •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9일 오후 서울 MBC 미디어센터에서 열린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에 참석해 국민패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뉴시스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9일 오후 서울 MBC 미디어센터에서 열린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에 참석해 국민패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뉴시스
    청와대가 지난 19일 진행한 '2019 국민과의 대화'에 참여한 질문자들의 이념적 편향성이 도마에 올랐다. 행사 참석자의 사전 인터뷰, 인적사항 파악이 논란이 된 데 이어 질문자들의 이념적 편향까지 드러나자 '각본 있는 국민과의 대화'라는 지적이 나왔다. 청와대는 행사 전 사전 각본 없는 대화임을 강조했다.  

    서울 상암동 MBC 미디어센터 공개홀에서 진행된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300명의 참석자 중 17명의 질문자로부터 질문을 받았다. 첫 질문을 한 '민식이 엄마'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문재인 정부가 추구하는 가치를 공유하는 참석자들이 질문 기회를 받았다는 평이다. 2030세대와 노년세대, 그리고 문 정부와 다른 가치를 가진 질문자들은 찾기 어려웠다. 

    장애인을 대표해 질문한 듯했던 김혁건 씨는 민주평화통일위원회(민주평통) 자문위원이다. 자신을 ‘사지 장애인’이라고 소개한 김씨는 지난 9월 청와대를 방문해 문 대통령을 직접 만나 악수를 나누고 민주평통 위원에 위촉됐다. 그는 사단법인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의 대표이사로, 지난 9월 '항일문화예술 세미나'를 주관하기도 했다. 

    일용직 노동자라는 정호창 씨는 자신의 삶의 질이 너무 떨어진다고 호소했다. 그는 2018년 8월26일자 경향신문에 일용직 노동자들의 삶을 조명한 '오늘도 불리지 않는 이름…내일은 '내 일'을 알 수 있을까'라는 기사의 주인공이다.

    "‘절대 안 짜고 쳤어요’ 하며 짜고 치는 허무개그"

    최근 교착상태에 빠진 남북교류에 대한 여론을 '국민'의 목소리를 빌려 다시 형성하려는 모습도 보였다. "치킨집을 운영한다"며 남북 민간교류 중단으로 피해를 본 대북사업가들에 대한 보상을 요구한 최원호 씨는 세계 최초로 평양에 치킨 프랜차이즈 1호점을 냈다며 방송 등 여러 매체를 통해 홍보해왔다.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의 피해구제대책’을 물은 이희건 씨는 개성공단 복합물류단지 대표이사로 공단 재개를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해온 사업가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질문자들이 편향적으로 배정된 것을 두고 "절대 안 짜고 쳤어요 하고 짜고 치는 허무개그"라며 "300명을 뽑는데, 빅데이터가 어쩌면 그렇게 절묘하게 친 문재인 성향의 사람들만 뽑았는지 너무 궁금하다"고 비꼬았다.

    난민문제에서도 대통령과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적극 참여시킨 모양새다. 무하마드 사킵 씨는 과거에도 방송에 출연했던 파키스탄 출신 이슬람교도로, 한국에 정착한 지 14년이 됐다. 그는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 입성하기 위해 자택을 떠나기 전 가족사진을 건내며 "다문화가정이 함께 있다. 힘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고려인과 조선족을 가르치는 다문화학교 교사도 질문 기회를 얻었다. 그는 정보의 다문화정책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정책을 펴달라고 요구했다. 탈북민인 김지아 씨는 최근 불거진 북한 선원 2명에 대한 강제북송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는 "다문화가정엔 관심이 많은데 탈북민에게는 관심이 없다"는 말만 했다. 

    "대통령 지지하는 사람들 모아놓은 '팬덤' 이용한 쇼"

    페미니스트와 성소수자도 발언 기회를 얻었다. '서울 성동구 중학생 최인하'라고 자신을 소개한 학생은 "페미니스트 대통령이라고 소개한 것을 감명 깊게 들었다"며 여성 임금과 여성 문제를 적극 제기했다. 

    대학원생이라고 밝힌 이상훈 씨는  "우리나라 소수자정책이 부족하다"며 동성애에 대한 차별과 동성혼에 대한 문 대통령의 견해를 묻기도 했다.

    질문자가 소수자에게 편향적으로 배정된 것에 대해 이준석 전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보편적인 20대 평범한 남성의 공간은 없었고, 페미니스트와 성소수자를 위한 공간은 넓게 열려 있다"며 "이게 5000만 분의 300의 샘플링으로 일어나는 일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다문화·탈북자·장애인의 이야기 못지않게, 나는 경제·교육·외교·안보에 대한 대통령의 관점을 보고 싶었는데 모두 패싱됐다"고 비판했다.

    애초에 이런 기획 자체가 문 대통령 홍보를 위한 쇼에 불과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은 본지와 통화에서 "문 대통령이 과거 상황에 대한 즉각적인 판단이나 대응을 못한다며 A4 대통령이라는 비판을 듣자 청와대가 시작 전부터 '각본 없이'를 강조했다”며  “그렇다 보니 각본이 있나 없나만 보게 됐다. 300명을 모아 놓았는데 질문이 우연이라기에는 너무 이상하게 대통령 심기를 건드리지 않는 질문만 나왔다"고 의아해했다. 

    민 의원은 "300명을 모집하고 선발하는 과정에서도 스크리닝이 있었다는 것이 드러난 뒤 방송을 보고 청와대가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들 모아놓고 팬덤을 이용한 쇼를 한 것이라고 확신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