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사안의 중대성·증거인멸 우려… 조국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 크다"
  •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뉴데일리 DB
    ▲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뉴데일리 DB
    조국(54) 전 법무부장관이 첫 검찰 소환조사에서 진술거부권(묵비권)을 행사하며 사실상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조 전 장관은 향후 검찰 수사를 거부하며 재판에서 범죄사실을 다투겠다는 방침도 내비쳤다.

    그렇다면 검찰은 '조사 보이콧'을 선언한 조 전 장관을 구속수사할까. 일각에서는 사회 통념상 부부를 동시에 구속하는 경우는 드물다는 이유를 들어 검찰이 조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하지만 조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법조계 다수의 시각이다. 검찰이 실형이 나올 가능성이 큰 뇌물죄에 수사력을 모으는 데다, 조 전 장관이 현행법에서 규정한 구속사유 중 하나인 증거인멸을 공모한 의혹을 받기 때문이다. 조 전 장관이 추가 기소된 부인 정경심(57) 씨 사건을 '아내 사건'으로 언급하며 거리를 두었다는 점을 들어 향후 재판에서 '꼬리 자르기' 전략을 취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조국 혐의 중 뇌물죄·증거인멸은 구속사유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조국 일가'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고형곤)는 조 전 장관의 추가 소환조사 일정을 조율 중이다. 검찰은 14일 조 전 장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오전 9시35분부터 약 8시간 동안 조사했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을 상대로 정 교수의 자녀 입시비리 의혹과 사모펀드 투자 등에 관여했는지 여부를 추궁했으나 조 전 장관이 묵비권을 행사하면서 수사에 난항을 겪었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을 상대로 몇 차례 추가 소환조사를 거친 뒤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향후 조사에서도 조 전 장관이 묵비권을 행사한다면 조사 횟수가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묵비권은 헌법과 형사소송법에 명시된 피의자의 권리다.

    조 전 장관 측은 검찰의 질문에 "일일이 답변하는 것은 구차하고 불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조 전 장관 측 변호인은 전날 검찰 조사가 끝난 뒤 입장문을 내고 "기소 여부를 결정하면 법정에서 모든 것에 대해 시시비비를 가려 진실을 밝히고자 한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선 조 전 장관에 대한 검찰의 수사 경과 상황을 봤을 때 사실상 '이번 수사가 조국 구속'에 맞춰져 있다고 본다. 검찰이 조 전 장관의 뇌물 혐의를 밝히는 데 주력하는 것도 그래서다.

    검찰이 공개한 부인 정씨 공소장을 보면, 정씨는 조 전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36) 씨로부터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코링크PE)의 투자처이자 코스닥 상장사인 더블유에프엠(WFM)의 미공개 정보를 입수하고 2018년 1월부터 11월 사이 이 회사 주식 14만4300주를 시세보다 2000원가량 싼 주당 5000원에 차명으로 사들여 2억8000여 만원의 이득을 봤다.

    당시 민정수석이었던 조 전 장관이 이 같은 정 교수의 주식거래 사실을 알았다면 뇌물수수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뇌물수수액이 1억원 이상 5억원 미만일 경우 기본 7~10년의 징역, 감경할 경우에도 5~8년의 징역형이라는 양형기준을 정해놓았다. 실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큰 만큼 구속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

    조 전 장관이 정씨의 증거인멸을 공모했다는 의혹을 받는 것도 영장 청구 가능성이 큰 이유로 꼽힌다. 검찰은 정씨가 수사 착수 이후 한국투자증권의 프라이빗뱅커(PB) 김경록 씨에게 지시해 자택의 하드디스크를 교체하는 등 증거인멸을 한 정황에 조 전 장관이 관여하거나 방조했는지 여부를 조사중이다. 증거인멸 우려는 형사소송법이 정한 구속사유 중 하나다.

    검찰의 '칼 끝'이 조 전 장관을 조준하는 상황에서 조 전 장관의 묵비권 행사가 오히려 악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검찰은 조국 일가의 혐의에 대해 "물적 증거를 충분히 확보한 상태이며, 입증 범위 내에 있다"는 입장이다. 명백한 증거 앞에서도 조 전 장관이 묵비권 행사를 고수한다면 죄의 경감을 받을 기회를 날려버리는 것뿐만 아니라 '괘씸죄'에 걸릴 수 있다는 것이다. 조 전 장관도 2017년 3월 자신의 SNS에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첩첩히 쌓인 증거에도 불구하고 '모른다'와 '아니다'로 일관했다. 구속영장 청구할 수밖에 없다"고 쓰기도 했다.

    검찰 '칼 끝'은 조국 구속… 조국 측 '꼬리 자르기' 전략 가능성도

    법조계 관계자는 "사안의 중대성과 증거인멸이 '진행형'일 수 있다는 부분을 고려하면 검찰로서는 구속 필요성이 높다고 판단할 충분한 근거가 된다"면서 "변수는 부부는 함께 구속하지 않는다는 관례인데, 이게 법적 근거가 있는 것도 아니고 조국사건의 경우 주범과 종범의 경계가 모호하고 사회적 물의를 크게 일으킨 사건이기 때문에 가능성은 작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피의자가 묵비권을 행사하는 조사에 입회하게 되면 검찰이 격앙하게 되는데, 화가 나는 걸 꾹 참고 한다. 분위기가 굉장히 안 좋아진다"며 "묵비권 행사 부분도 구속영장 청구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부연했다.

    향후 재판에서 조 전 장관이 '꼬리 자르기' 전략을 취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조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정 교수가 추가 기소된 뒤 SNS에 글을 올리고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는 말씀을 올린다"면서도 "이제 '아내 사건'은 재판을 통해 책임이 가려지게 될 것"이라며 정 교수의 혐의와 자신 사이에 거리를 두는 표현을 썼다.

    조 전 장관은 또 "제가 알지 못했거나 기억하지 못하는 일로 인해 곤욕을 치를지도 모르겠다"고도 했다. 한 변호사는 "기억나지 않으면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하면 되는 것인데, 진술 거부까지 하는 것을 보면 향후 재판 절차를 염두해 둔 전략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조 전 장관은 첫 검찰 조사를 받은 다음날인 이날 오전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방문해 구속수감 중인 정 교수를 면회했다. 면회에는 조 전 장관의 변호인이 동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 장관은 지난달 24일 정 교수의 구속영장이 발부된 직후에도 아들과 함께 정 교수를 면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