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축산검역본부 방역보고서…증거 훼손 우려로 정밀감식 안 했다며 뒤로는 소독 지시
  • 지난 8일 정부가 공개한, 북한에 송환한 선박. 길이가 불과 15미터다. ⓒ통일부 제공.
    ▲ 지난 8일 정부가 공개한, 북한에 송환한 선박. 길이가 불과 15미터다. ⓒ통일부 제공.
    정부가 16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북한주민 2명이 타고 온 선박을 북한에 인계했다. 정부는 증거훼손 등을 우려해 선박에 대한 정밀감식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실은 우리 측이 나포한 뒤 방역당국에 요청해 소독을 했다고 조선일보가 8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선박 소독은 국가정보원(원장 서훈)이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나포 당일 요청했다. 검역본부 측이 작성한 소독 보고서도 공개했다.

    16명을 살해했다는 북한주민 2명이 타고 온 선박을 조사했느냐는 질문에 정부는 “우리가 혈흔 감식 등을 하면 북한 측에서는 증거를 훼손했다고 볼 여지가 있다”면서 “정밀감식을 하지 않아도 정황 증거 상 북한 주민 2명이 살인을 한 사실이 명백해 이들을 북한으로 추방했다”며 선박에 대한 정밀감식 없이 북한에 인계한 이유를 설명했다.

    신문은 “그러나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국정원은 지난 2일 오전 10시 20분쯤 북한 주민 2명이 타고 온 어선을 나포한 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어선에 대한 소독과 검역을 요청했고, 검역본부 측은 직원 9명을 파견해 이날 오후 1시 45분부터 오후 10시까지 작업을 진행했다”고 전했다. 검역본부는 선박에서 쌀 95kg, 옥수수 가루 10kg, 마른 오징어 40kg 등이 나왔고 이상 검역물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전직 정보기관 고위 관계자는 “아프리카 돼지 열병 등으로 검역과 소독이 필요한 시기이기는 하나 살인 혐의와 관련된 증거를 찾기도 전에 선박과 북한 주민이 착용한 옷까지 소독한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며 “살인 현장을 수사하는 경찰이 현장 감식 전에 물청소를 한 것과 마찬가지”라 지적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선박 소독과 관련해 김연철 통일부 장관의 발언도 눈길을 끌었다. 지난 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김연철 장관은 “(북한 주민 2명이) 타고 온 배에 여러 가지 (범죄) 흔적이 있었다”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은 “기밀 사항이어서 알려줄 수 없다”고만 답했다.

    김연철 장관은 이어 “북한 주민 2명은 우리 해군에 제압된 직후 귀순 의사를 표명하기도 했으나 일관성이 없어 신뢰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 장관은 8일에는 “(북한 주민 2명이) 심문 과정에서 ‘죽더라도 북한으로 돌아가겠다’는 진술도 분명히 했다”고 말을 뒤집었다.

    정부는 “북한 주민 2명이 살인 등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를 저질렀기 때문에 탈북자로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들이 실제 살인을 저질렀는지 범죄사실을 확인하지도 않고 정황 증거만으로 북송했다는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