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ENM, 산하 기획사에 '아이즈원' 매니지먼트 맡겨최종라운드 진출 20명 순위, '엠넷 피디'가 미리 정해
  • ▲ 아이돌그룹 엑스원. ⓒ뉴데일리
    ▲ 아이돌그룹 엑스원. ⓒ뉴데일리
    케이블채널 '엠넷(Mnet)'이 제작·방영한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시리즈'가 투표 조작 논란에 휘말린 데 이어 제작진 2명이 여기에 가담한 사실로 구속되면서 가요계에선 "대기업과 일부 대형기획사들에 휘둘리는 가요계의 구조적 문제가 이번 사태를 키웠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음원 유통과 판매, 음원 제작, 공연까지 아우르는 수직구조를 갖춘 CJ ENM과 계열사 '엠넷'이 어느 정도 성공이 보장된 '신인가수 등용문'을 만듦으로써 중소기획사 입장에선 여기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 구조가 만들어졌고, 그 과정에서 부적절한 로비나 청탁이 이뤄졌을 것이란 지적이다.

    '슈스케 열풍' 일으킨 김용범도 구속

    로비의 대상은 구속된 엠넷의 김용범 총괄 프로듀서(CP)와 안준영 PD였다. 시사평론가 김용민의 동생으로도 잘 알려진 김용범 CP는 우리나라에 오디션 프로그램을 최초로 정착시킨 선구자로 꼽힌다. 2009년부터 엠넷에서 방영된 '슈퍼스타K 시즌1~3'이 그의 작품이다. 김 CP는 이후에도 '프로듀스 시즌2'부터 총괄기획자로 합류하며 막후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안준영 PD는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프로듀스 시리즈'를 만든 장본인이다. '프로듀스 101' 시즌1~2, '프로듀스 48', '프로듀스X101'을 모두 연출했다. 현재 투표 조작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 프로그램은 시즌3~4격인 '프로듀스 48'과 '프로듀스X101'이나, 경찰은 나머지 프로그램들에 대해서도 투표 조작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안 PD는 일부 중소기획사들로부터 강남 일대 고급 유흥업소에서 회당 수백만원대에 달하는 술접대를 수십 차례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 CP가 함께 접대를 받았는지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두 사람은 '프로듀스X101' 생방송 경연에서 시청자 유료 문자투표 결과를 조작한 뒤 특정 후보자에게 이익을 준 혐의로 지난 5일 구속됐다.

    영장실질심사를 맡은 서울중앙지법 명재권 부장판사는 "두 사람의 범죄혐의가 상당 부분 소명되고 사안이 중대하다"며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경찰, CJ 본사와 엠넷의 '보고 체계'까지 조사"

    프로듀스 투표 조작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안전과는 김용범 CP와 안준영 PD가 끝이 아닐 것으로 보고 있다. 아무리 엠넷이 독자적으로 움직이는 조직이라해도 진행하는 사업의 최종 결재권은 결국 CJ ENM 본사에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일 CJ ENM을 압수수색한 경찰은 본사 임원 중에도 중소기획사로부터 접대를 받거나 투표 조작 사건에 연루된 사람은 없는지 다각도로 조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CJ는 대외적으로 '엠넷이 자회사이기는하나, 프로듀스 시리즈는 안준영 PD 등이 단독으로 진행한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자신들과 자료조차 공유되지 않았다'고 발뺌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이 이번 투표 조작 의혹 수사를 지금까지 엠넷이 선보인 오디션 프로그램 전체로까지 확장시켰고, CJ 본사와 엠넷의 '보고 체계'까지 파고 있는 것을 보면 아무래도 CJ ENM의 윗선을 의심하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아이오아이' 성공으로 아이돌 가수 육성에 '눈독'

    CJ그룹 계열인 CJ ENM은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공룡으로 통한다. 흔히들 3대 엔터테인먼트사로 부르는 SM, YG, JYP의 시가총액을 모두 합쳐도 CJ ENM(11월 7일 기준 3조6687억원)에는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일단 CJ ENM은 '채널CGV', 'OCN', '수퍼액션', 'tvN', 'Mnet', '온스타일', 'Oliv' 등 다수의 채널을 거느리고 있고, 2대주주로 있는 '지니뮤직'을 통해 자체 제작한 음악·영상 콘텐츠를 자유롭게 유통시키고 있다. 또한 '방탄소년단', '몬스타엑스' 등 아이돌 가수들의 콘서트를 진행하는 공연 사업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콘텐츠 제작부터 유통, 판매까지 엔터테인먼트 산업 전체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CJ ENM은 2016년 엠넷이 선보인 '프로듀스 101'이 대성공을 거두면서 '아이돌 가수 육성'에까지 눈독을 들이기 시작했다. 당시 '프로듀스 101'을 통해 결성된 프로젝트 걸그룹 '아이오아이'는 10개월가량 활동하며 100억원대의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너원' '아이즈원' 매니지먼트사는 CJ 산하 기업

    2017년 방영된 '프로듀스 101' 시즌2을 통해 데뷔한 프로젝트 보이그룹 '워너원'은 지난해 12월 말까지 1년6개월간 활동하며 무려 8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순이익은 440억원가량 되는데, 이 중 25%는 CJ ENM이 가져가고, 나머지는 워너원의 매니지먼트사인 '스윙엔터테인먼트'와 가수들의 개인 소속사가 각각 25%와 50%씩 나눠갖는 식으로 정산이 이뤄졌다.

    문제는 '스윙엔터테인먼트'가 CJ ENM의 자회사라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순이익의 절반 가량은 가수가 아닌 CJ ENM의 몫으로 돌아간다는 얘기다. 게다가 CJ ENM은 '워너원 공연'에서 거둬들인 수익도 상당해 지난 1분기, 콘서트로만 521억원의 매출을 달성한 것으로 집계됐다.

    '아이오아이'의 성공 사례를 통해 아이돌 가수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걸 깨달은 CJ ENM은 '프로듀스 101' 시즌2부터 산하에 기획사를 만들어 운영하는 '꼼수'를 부렸다. 시즌3격인 '프로듀스 48'로 데뷔한 '아이즈원'과 시즌4격인 '프로듀스X101'로 데뷔한 '엑스원' 모두 CJ ENM의 산하 기획사(오프더레코드, 스윙엔터테인먼트)에서 매니지먼트를 담당하고 있다.

    CJ 산하 기획사 출신 지망생이 '프듀'에 나온다면?

    CJ ENM이 다수의 매니지먼트사를 자사에 편입시킨 것도 '프로듀스 시리즈'를 시작하면서부터다. 현재 CJ ENM는 '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스톤뮤직엔터테인먼트', 'MMO엔터테인먼트', '스윙엔터테인먼트', '아메바컬쳐', 'AOMG', '하이라이트레코즈', '하이어뮤직레코즈' 등 중소 규모의 연예기획사들을 자회사로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서 또 한 가지 문제점이 발생한다. CJ ENM 산하 매니지먼트사 출신의 가수 연습생이 '프로듀스' 오디션에 지원할 경우, 과연 공정한 심사가 이뤄질 수 있겠느냐는 점이다.

    물론 '프로듀스 시리즈'는 시청자들의 온라인 투표로 가수 선발이 이뤄지는 시스템을 표방한다. 그러나 시청자들이 연습생들을 판단하기 위해선 엠넷이 제작한 프로그램을 반드시 시청해야 한다.

    물리적으로 모든 연습생을 균등하게 촬영해 내보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따라서 방송에 노출되는 멤버들의 분량이 매회마다 달라질 수밖에 없다. '프로듀스'가 소위 '악마의 편집'으로 시청자들의 원성을 사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기인한다.

    연출자의 주관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편집. 얼마든지 특정 연습생을 띄워주거나, 반대로 좋지 않은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는 위험성을 안고 있는 시스템인 것이다.

    최종라운드 진출 20명 순위, PD가 정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프로듀스48'과 '프로듀스X101'의 생방송 시청자 문자투표를 관리했던 업체에 보관된 투표 원본 데이터가 엠넷이 마지막 생방송 때 발표한 연습생 순위와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 구속된 안준영 PD와 김용범 CP가 경찰 조사에서 오디션 최종라운드에 진출한 20명의 연습생들의 순위가 시청자 투표와 무관하게 이미 정해졌고, 자신들의 여기에 관여했다는 사실을 시인했다.

    구속된 두 PD가 소위 'PD 픽(PICK)'으로 만든 '순위표'에는 사전에 접촉한 중소기획사들의 '입김'이 작용했을 공산이 크다. 여기에 CJ ENM 산하 기획사 출신 연습생들에 대한 '안배'가 전혀 없었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아이즈원'과 '엑스원'의 지상파 3사 출연을 막고 활동을 정지시켜달라"는 어느 네티즌의 청와대 국민청원글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