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리 루이스 등 전문가 "TEL서 바로 발사 가능… 고체연료 활용도 시간문제"
  • ▲ 북한이 2017년 9월 발사한 '화성-14호' 탄도미사일. 발사패드 아랫 부분이 분리되는 것을 볼 수 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북한이 2017년 9월 발사한 '화성-14호' 탄도미사일. 발사패드 아랫 부분이 분리되는 것을 볼 수 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청와대를 시작으로 국가정보원·국방부 등이 “북한은 이동식발사차량(TEL)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할 역량이 없다”고 주장했다. 지난 10월8일 합동참모본부 국정감사에서 “북한이 TEL에서 ICBM을 발사할 역량이 있다”고 했던 김영환 합참 정보본부장마저 지난 6일 “북한은 그럴 역량이 없다”고 말을 뒤집었다.

    반면 미국의 군사전문가들은 “북한에는 그럴 만한 역량이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소리(VOA) 방송은 7일 군사전문가들의 이 같은 견해를 소개했다.

    제프리 루이스 “모든 TEL, 분리 가능한 발사 패드 있어”

    제프리 루이스 미들버리국제학연구소 동아시아비확산프로그램 소장은 “모든 이동식발사차량(TEL)에는 분리할 수 있는 발사 패드가 있다”면서 북한이 2017년 발사한 ‘화성-14호’와 ‘화성-15호’를 예로 들었다. 루이스 소장은 “TEL에서 발사 패드만 분리해 미사일을 쏘고, TEL은 다른 미사일을 실으러 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루이스 소장은 “(TEL에서 분리한) 발사 패드에서 (미사일을) 발사한다고 해서 ‘TEL에서 발사되지 않았다’고 보는 것은 틀린 말”이라며 “다만 화성-14호와 화성-15호는 북한이 보유한 스커드·노동·무수단·화성-12호와 다른 형태로 발사됐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중요한 문제는 북한이 미국 어디든 타격할 수 있는 소형화한 탄도미사일을 개발할 수 있는지 여부”라고 덧붙였다.

    판다 “차량 훼손 막으려 발사 패드 분리” 

    안킷 판다 미국과학자연맹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ICBM을 쏠 때 TEL에서 분리해 발사한 것은 차량 훼손을 막기 위해서였을 것”이라며 “시험발사 때는 차량 보호를 위해 발사 패드에서 TEL을 분리했겠지만, 유사시에는 TEL을 이용해 ICBM을 바로 발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 ▲ 북한이 2017년 9월 '화성-12호'를 발사할 당시 모습.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북한이 2017년 9월 '화성-12호'를 발사할 당시 모습.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판다 선임연구원은 “그보다 북한이 고체연료 ICBM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계속 도로를 따라 이동을 할 수 있고, 발사 준비에 적은 시간만 필요하며, 유연성을 가진 고체연료 추진 ICBM은 북한의 이익에 매우 부합한다”며 “북한은 한국과 미국이 자국의 핵 억지력을 파괴하려는 것을 매우 어렵게 만들고 싶어 한다”고 설명했다.

    이안 윌리엄스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미사일방어프로젝트 부국장도 “북한이 집중하는 것은 고체연료로, 앞으로 계속 고체연료 미사일 시험발사를 할 것”이라며 “북한이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ICBM을 개발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우려했다.

    윌리엄스 부국장은 그러면서도 TEL을 이용한 미사일 발사를 탐지하는 것이 어려운 일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이 TEL을 운영할 수 있는 장소가 한정돼 있고, 이동할 때는 보급문제로 긴 자취를 남기게 된다며 “TEL 이동 시 연료공급차량과 인력 등의 움직임이 포착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윌리엄스 “핵심은 고체연료 사용” 

    반면 한국 정부는 “북한에는 TEL에서 ICBM을 발사하기 어렵다”는 주장을 고수했다. TEL은 이동과 기립, 발사를 모두 해야 하는데, 북한은 이동과 기립만 차량으로 하고, 발사는 차량을 분리한 뒤 했다는 주장이다.

    이 같은 주장을 펴게 된 이유는 지난해 9월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한 말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평양 남북 정상회담에서 김정은이 동창리 미사일시험장과 발사대를 미국이 참관한 가운데 폐기하겠다고 약속했다”며 “그것이 이뤄지면 북한은 이제 다시는 미사일을 시험발사하는 도발을 할 수 없게 된다. 말하자면 북한이 핵과 미사일로 미국을 위협하는 일은 완전히 없어졌다고 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문 대통령의 이 주장을 해명하려다 “북한은 TEL로 ICBM을 발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경두 국방장관, 서훈 국가정보원장, 김영환 합참 정보본부장도 이를 따르느라 말을 뒤집었다.